새로운 차원의 활달함,
김홍 첫 장편소설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발사되고 싶지 않다는 총의 오묘한 세계관
“나는 총이다. 당신의 손에 닿기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지금 가고 있다.”
소설가 이기호 추천!
김홍은 ‘구라’의 흥미로움을 떠받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아는, 말하자면 을지로와 유타와 로스트 치킨의 세부 묘사로부터 오는 것을 아는, 거기에서부터 페이소스와 유머와 정치성의 혼융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자기가 내뱉은 세계에 단단하게 책임을 지는 작가이다. 오레오처럼 변화무쌍한 한 ‘구라’의 시작이 여기 있다.
_이기호(소설가)
김홍
저자 : 김홍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오수안 :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윤정아 :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임다인 : 져도 죽고 이겨도 죽는다
박창식 : 적성에 맞는 두 번째 직업
오수안 : 오레오 꿈을 꾸었다
이정 : 드로잉 로스트 치킨
고민지 : 제이슨 본은 막창에 소주를
오수안 : 스모킹 오레오
양은아 : 너를 걱정하느라 하루가 다 간다
윤정아 : 그런 일은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도둑들 : 동물농장
평창동 : 일단은 믿어볼게요
당신 : 어느 날 당신이 당신을 낯설게 할 때
스모킹 오레오 : 스모킹 오레오
저수지 : 타란티노는 찍먹일까 부먹일까
게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작가의 말
새로운 차원의 활달함, 김홍 첫 장편소설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총이 되고 싶지 않은 총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
김홍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엉뚱하지만 치밀한 세부의 부연으로 그 엉뚱함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뀌고 독자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오정희·성석제 소설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작가는 2020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소설가로 떠올랐다. 활달하고 신선한 화법, 풍부한 디테일로 무장한 재미와 사유도 물론이지만, “어쩌면 소설을 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는 심사평(강영숙·김이정·한창훈 소설가)이 인상적이다. 재미있게 쓴 소설은 얼마나 재미있게 읽힐까. 『스모킹 오레오』는 그 기대를 훨씬 충족시켜주고도 남을 만한 수작이다.
총기 소지가 금지된 대한민국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게임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이 청계천 공구 상가로 날아든다. 그러니까 실제로 총을 만들어 쏘는 게임. 성공하면 엄청난 보너스까지 획득할 거라는 메시지. 참가자들한테는 미군의 제식 소총인 M4A1의 세밀한 설계도면이 완전한 형태로 제공된다. 그러자 게임에 참여한 십수 명의 기술자들이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총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데…… 시내 곳곳에서는 총이 터져버리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시종일관 유쾌한 화법과 담대하고 흥미진진한 상상력이 소설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데 그 스케일은 가히 압도적이다.
입체적인 인물들의 각양각색의 매력
“나는 반드시 오레오를 우리의 아이덴티티 이미지로 삼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이 서사를 이끈다. 각 장마다 도드라지는 인물들이 다른데, 각자의 시점에서 겪는 사건들은 생생하다. 그 시시각각이 모여 서사가 촘촘히 빚어진다. 여기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나보자.
오수안 : 머리에 총알이 박혔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후유증으로는 미각 소실. 의식을 회복한 후 오레오의 효능을 알아채자, 오레오에 심취하기 시작한다. 오레오를 끓여 먹고 몸에 바르고 코로 들이마시고…… 오 짜릿하고 뿅 가는 기분.
윤정아 : 아주의 엄마.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며 매일 새로운 걱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어느 날 내내 불안해하던 그런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아주 : 윤정아의 아들.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겪으며 인간에 대한 환멸과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사건 이후 충격으로 식음을 전폐했지만, 어느 날 먹고 싶은 단 한 가지 음식이 생겼다. 그림에 그려진 로스트 치킨.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껍질은 딱 그만큼만 탄, 굽기는 딱 그 정도인, 후추 알갱이의 위치가 절묘한 그 로스트 치킨.
이정 : 윤정아 집안에서 일하는 집사. 눈치가 빠르고 침착한 성격으로 집안 대소사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능하다. 아주에게는 아저씨로 불린다.
ATC 컴퍼니 사장(사자) : 윤정아의 남편. 알 수 없는 돈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보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굴리는 사람. 이상한 돈을 좋아한다. 그냥 돈은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제이슨 본 : 현직 CIA 요원. 희한하게도,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
그리고 절도팀 ‘반드시’의 멤버 넷.
박창식(판다) : 반드시의 리더. 매일 부장한테 까이는 게 일인 기자. 새로운 직업으로 밤에는 도둑질을 하기로 했다. 땀 흘려 일 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동료를 신뢰하며, 성실성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총자본을 교란시킬 수 있는 그런 직업…… 고민 끝에 생각한 건 도둑!
고민지(고양이) : 국정원 직원. 박창식과 대학 동기이자, 반드시의 주요 창립 멤버. 하지만 간지 나는 임무를 맡아본 적은 없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것입니다”라는 허경영의 선언에 감명받은 뒤 박창식의 도둑질에 동참하기로 했다. 박창식이 가끔 허접한 기사라도 회사에 가져갈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고민지가 흘려주는 잡스러운 정보 덕분.
임다인(뱀) : 기계공학과 학부생. 총 빼고는 뭐든지 만들 수 있었다. 만들려고 마음만 먹으면 총도 만들 수 있지만 총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총은 다인에게 너무 너무나……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임다인이 싫어하는 건 미국과 교회. 둘 다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깃들어 있다.
양은아(백곰) : 사회복지사. 6/45 동행 로또 에 관한 음모론을 강하게 신봉하는 해커(네트워크의 유령)이기도 하다. 틈나는 대로 농협 서버에 들어가는 게 취미. 임다인과는 어느 바에서 우연히 합석한 후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서 오수안의 담당자다.
이 인물들은 희대의 총기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어떤 상황에 휩쓸릴까.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사건들 속에서 이야기는 속도를 낸다.
“나는 총이다. 당신의 손에 닿기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지금 가고 있다.”
발사되고 싶지 않다는 총의 오묘한 세계관
한편 사건은 동시다발적으로 휘몰아친다. 대한민국 국정원장의 업무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정체불명의 마니페스토가 올라온다. 굉장히 특이한 내용의 선언문이다. 선언문의 화자는 바로 총이다.
“근데 이건 진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주인공이 총이야. 자. 니가 딱, 총이야. 딱총이라는 게 아니고, 딱, 가정을 해보라고. 내가 총인데 입에서 파바밧 총알이 나가. 나 땜에 다 죽어. 근데 총은 그러기 싫은 거야. 그럼 막, 기분이 얼마나, 기분이 안 좋겠어. 속상하잖아. 그래서 얘는 이걸 쓴 거야. 자기는 총인데 이제 총이 되기 싫대.”(129~130쪽)
총의 입장이란 무엇일까.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사건들은 다 무엇일까. 실제로 그 양상은 희한하기 그지없다. 죽은 이들은 아무도 겨냥하지 않았다. 하나같이 방아쇠를 당긴 자신의 총이 터져버려 죽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도대체 어디서 자꾸만 총이 나타나는지, 왜 총알이 앞을 향해 나가지 않는 건지, 터져버리는 총을 왜 자꾸만 쏘아대는 건지. 소설에서 총은 실체일까. 관념일까, 영혼일까, 초현실일까. 파격적이고 기이한 상상력이 서사를 범상치 않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그리고 지금은 무엇보다 총을 멈춰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말하자면 총 안에도 총좌파와 총우파가 있는 거거든요. 이 게임을 지속시키려는 쪽과 끝내려는 쪽이 갈려 있다는 겁니다. 저 총-오수안은 게임을 끝내려는 거고요.”(196쪽)
이 기상천외한 세기의 싸움은 어떻게 진행될까. 작가는 압도적이고 휘황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사회 현실에 대해 감각적이고 성찰적으로 되짚는다. 끊임없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제시하고 서로 다른 층위의 서사를 만들어내며 절묘하게 이야기를 엮어낸다. 『스모킹 오레오』는 담대한 상상력과 입담, 새로운 차원의 활달함을 몰고 올 김홍의 첫 장편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