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룬 자매편!
2009년 오에 겐자부로 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소설 《쓰리》의 자매편 『왕국』. 《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뒷이야기 개념의 ‘속편’이 아니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의미의 ‘자매편’이다. 전작에서는 천재 소매치기 청년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이번에는 아름다운 외모의 매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소매치기 청년의 운명을 지배했던 기자키가 다시 등장하여, 매춘 여성의 운명을 손에 쥐고 선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에게 몸을 팔고 그 일을 함구하는 조건으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 매춘 조직의 일원인 유리카. 그녀는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온몸으로 자신을 원하는 남자들을 유혹한 뒤 배신함으로써 그들이 성취한 모든 것을 비웃는 열기와 자유를 맛본다. 어느 날 의도치 않은 살인 사건에 연루된 유리카의 조직은 그것이 기자키가 파놓은 함정임을 알고 유리카에게 그의 정체를 알아보도록 지시하지만, 기자키는 도리어 유리카를 협박해 조종하려고 하는데…
나카무라 후미노리
저자 : 나카무라 후미노리
저자 나카무라 후미노리(中村文則)는 1977년에 태어났고, 후쿠시마 대학 행정사회학부를 졸업했다. 2002년 『총(銃)』으로 신초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으며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다. 2003년 『차광』으로 다시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4년 노마 문예상을 수상했다. 2005년 『악의의 수기』로 미시마 유키오 상 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흙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쓰리』로 오에 겐자부로 상을 수상했다. 2012년 『쓰리』는 미국에서 『THE THIEF』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의 ‘THE BEST FICTION OF 2012’로 선정되었다. 한국에서 출간된 작품으로는 『흙 속의 아이』,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쓰리』, 『악과 가면의 룰』이 있다.
역자 : 양윤옥
역자 양윤옥은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번역으로 2005년 일본 고단샤의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일식』, 『납장미』, 『남쪽으로 튀어!』, 『유성의 인연』,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1Q84』(1,2), 『쓰리』, 『꿈의 도시』, 『악과 가면의 룰』 등 다수가 있다.
왕국
작가 후기
세계 10대 일간지 『월 스트리트 저널』 선정 ‘2012 베스트 픽션’
오에 겐자부로가 뽑은 ‘2009 최고의 소설’ 『쓰리』의 자매편!
‘전설의 창녀’라는 운명 앞에 선 유리카
“원하는 대로 안 될 거라면 내가 먼저 세계를 배신해버리면 된다.”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 그다음이 소매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사실인지는 차치하고 그 두 가지를 결합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소매치기 이야기인 『쓰리』를 먼저 쓰게 됐고,
『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바로 『왕국』이다.
-나카무라 후미노리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신작 장편소설 『왕국』은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 『쓰리』의 자매편이다. 『쓰리』(원제: 陶摸)는 2009년 발표되어 그해 오에 겐자부로가 직접 선정하는 ‘오에 겐자부로 상’을 수상한 장편소설로 한국에서는 2010년에 출간되었고, 미국에서는 2012년 『The thief』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의 ‘The Best Fiction of 2012’에 선정되었다. 또한 현재 ‘『LA타임즈(LA Times)』 도서상’의 ‘미스터리/스릴러’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수상작은 오는 4월에 발표될 예정이며, 이 부문의 대표적 수상자로 2011년 스티븐 킹이 있다). 이는 그의 소설이 순문학, 대중문학, 장르문학으로서의 요소를 완성도 있게 고루 갖춤으로써 심도 깊은 주제의식과 서사적 재미를 동시에 성취해냈음을 증명해준다.
악(惡)과 운명에 대한 끈질긴 탐구가 일군 진정한 서스펜스!
『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 『왕국』
‘악(惡)’과 ‘운명’이라는 고전적 대주제를 강렬한 서스펜스의 미스터리 서사에 담아 인간성의 심연을 섬뜩할 정도로 정교하게 측정하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나카무라 후미노리. 그의 등단 10주년 작품이자 열 번째 소설인 『왕국』은 그가 유일하게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으로, 전작들에서 보여준 세계관의 밀도와 압축적이면서도 극적인 서사가 정점에 이르러 있다. 작가가 『쓰리』를 구상하던 당시 이미 『왕국』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도 『왕국』의 완성도에 한몫을 했으리라.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 당시,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오에 겐자부로와의 공개 대담을 통해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 그다음이 소매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사실인지는 차치하고 그 두 가지를 결합한 소설을 쓰려고 했으나 결국 소매치기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쓰리』의 집필 동기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작가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언젠가는 『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했고, 2년 뒤인 2011년 ‘매춘’을 소재로 발표한 작품이 『왕국』이다. 하지만 뒷이야기 개념의 ‘속편’이 아니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의미의 ‘자매편’이다.
두 작품은 소재도 서사도 다르지만 강력한 연결 고리가 있다. 『쓰리』에서 주인공인 소매치기 ‘니시무라’의 운명을 거머쥠으로써 스스로 신(神)적인 쾌감을 맛보는 ‘기자키’가 『왕국』에도 등장한다. 기자키가 이번에는 매춘 여성 ‘유리카’의 운명을 손에 쥐고 선악의 경계를 넘나든다. 기자키는 ‘인간과 세계를 컨트롤하는 압도적 섭리’를 상징하는 인물로, 『쓰리』와 『왕국』은 바로 그 모종의 지배력에 대한 한 개인의 싸움을 그린다.
밤의 장면들로만 이루어진 소설,
당연한 듯 주어진 인생을 뿌리째 뒤엎을 뭔가를 향한 열망의 랩소디!
『왕국』은 사기 매춘으로 세상을 비웃는 유리카와, 그녀가 ‘전설의 창녀’로 회자되도록 상황을 조작하는 것으로 그녀의 운명을 지배하려는 기자키의 아슬아슬한 대결을 통해, 누군가에게 인생을 빼앗긴다는 것, 그리고 찾아온 운명을 거부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은밀한 욕망을 소재로 한 소설답게 『왕국』은 밤의 장면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달의 이미지는 남자를 유혹하는 유리카처럼 기묘한 인력을 발휘하여 작품 전체에 신비로운 아우라를 드리운다.
유리카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에게 몸을 팔고 그 일에 대한 함구의 조건으로 큰돈을 뜯어내는 사기 매춘 조직의 일원이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본능적인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온몸으로 자신을 원하는 남자들을 적당히 눙친 뒤 배신함으로써 유리카는 그들이 성취한 모든 것을 비웃고, 그때 그녀는 열기와 자유를 맛본다.
유리카가 매춘을 시작한 건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알게 된 언니의 아들 때문이었다. 언니가 죽은 뒤 혼자 남은 아이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고, 유리카는 수술비를 벌기 위해 사기 매춘 조직과 손을 잡는다. 그러나 아이는 결국 숨을 거두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지키고 싶었던 존재를 잃은 유리카에게는 더 이상 인생에 대한 기대도 희망도 집착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 아이를 사로잡은 운명이라는 것을 어떻게든 배신해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그녀의 인생을 결정해나가는 이 세계의 의지 같은 것을 말이다. 사기 매춘을 계속하는 건 그러한 배신의 열망 때문이다. 물론 매춘을 통해 그녀가 배신할 수 있는 건 자신에게 유혹된 남자들과 그들의 사회적 성취를 지지하는 세상의 룰에 불과하다. 그녀가 진정 원하는 건 좀더 전체적인 어떤 것, 즉 이 세계를 움직이는 모종의 힘이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배신하는 것이다.
유리카의 인생을 빼앗으려는 기자키,
‘전설의 창녀’라는 운명 앞에 선 그녀의 거대한 배신
어느 날 의도치 않은 살인 사건에 연루된 유리카의 조직은 그것이 기자키가 파놓은 함정임을 알고 유리카에게 그의 정체를 알아보도록 지시한다. 이미 모든 정황을 꿰뚫고 있는 기자키는 도리어 유리카를 협박하여 조종하고, 유리카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 조직과 기자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사실 기자키의 타깃은 처음부터 유리카였고, 이미 그녀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그는 몇 가지의 사건 조작으로 그녀가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죽은 인물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네 인생을 내가 다시 쓰겠어. 너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 다양한 사건의 이면에서 활동하다가 아름답게 죽은 창녀의 이야기로. 우리의 몇 가지 범죄를 너에게 뒤집어씌우면서. …… 너는 지금까지의 너의 인생 모두를 상실하게 돼. 목숨만 남기고.”(223쪽)
“이 총을 쏘느냐 마느냐. 이 세계의 온갖 인간을 사로잡은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치면, 지금 내 의식은 세계의 그 거대한 운명의 섭리와 일체가 되어 있어. 하하하하! 내 의식이 지금 너의 일생을 좌지우지하는 그 운명의 힘 자체와 일체가 되었단 말이야. 이 압도적이고 용서 없는 섭리와 내가! 쏘느냐 마느냐. 견딜 수 없이 유쾌하지, 이 순간은!”(217~218쪽)
왜 하필 자기냐고 묻는 유리카에게 이유가 없는 무심한 선택일 뿐이라고 말하는 기자키. 목숨의 위협 때문에 기자키의 의지대로 움직여나가는 유리카는 점차 자기 안의 광기를 보게 되고, 기자키를 완벽히 배신하는 모종의 결정적 순간을 그리며 생각한다. “그 순간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중략)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나는 아름답고 자유롭게 빛난다. 나는 그 순간을 손에 넣는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내 발밑으로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검은 광채를. 그 열기를. 다양한 것을 뒤엎는 그 순간을.”(220쪽)
목숨과 인생을 지배하는 절대적 컨트롤러 기자키는 바로 유리카가 통째로 배신하고 싶었던 ‘그것’인 셈이다. 유리카는 어떤 방법으로 기자키를 배신하게 될까, 한 개인에 불과한 그녀가 거대한 배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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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소매치기 청년을 그린 전작 『쓰리』와는 완전히 다르게, 아름다운 외모를 무기로 남자의 약점을 움켜쥐는 유리카가 히로인이다. 유리카는 악의 화신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기자키로부터 ‘전설의 창녀’라는 이름을 남기고 죽을 거라는 운명을 부여받는다. 그리스신화와 역사적 사실을 곁들여 인간과 신의 진짜 모습을 파헤치는 그노시스적 사고를, 현대 일본의 이케부쿠로를 무대로 재현했다.
─『아사히 신문』
[일본 아마존 독자평]
ㆍ숨을 고를 수 없는 전개.(ID: macan)
ㆍ만인에게 먹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불합리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ID:람세스)
ㆍ인격이 붕괴되어가는 공포감. 최악의 남자 ‘괴물’ 기자키의 말이 묘하게, 생생하게 내 가슴을 파고든다. 읽다 보면 자기 자신이 붕괴되어가는 듯한 공포감과 혐오감이 느껴진다. 무서운 소설이다.(ID: 나카무라)
ㆍ삶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소설.(ID: 가쓰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