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 카지노의 세계!
황금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표명희의 소설 『황금광 시대』. 2010년 여름부터 2012년 봄까지 계간 ‘작가세계’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동시대의 사회상을 도박이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준다. 전 세계의 유명 카지노 관광지를 배경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간군상과 그들을 낳은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있다. 주인공 현의 눈을 통해 손이라는 프로 도박사와 카지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박으로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하고 불어난 채무를 갚지 못해 손을 수행하게 된 현은 그를 따라 다니며 카지노의 세계를 학습한다. 망하지 않고 프로 도박사 생활을 지속할 방법을 고민하던 손은 현에게 도박 중독을 막을 방법을 제안해보라고 요구하는데….
표명희
저자 : 표명희
저자 표명희는 1965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제4회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에 「야경」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3번 출구』(2005), 『하우스메이트』(2011), 테마소설집 『라일락 피면』(공저, 2007), 장편소설 『오프로드 다이어리』(2010), 『황금광 시대』(2011) 등이 있다. 서울문화재단 신진작가 발굴지원과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마닐라에 비는 내리고
선택
라운딩
나는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걸 좋아한다
악의 꽃, 바카라
체인징 딜러
호텔 마닐라 베이
도박의 역설
현대판 금광
클라크
앙헬레스
제로 제니
10분 안에 일어날 수 있는 일
편안한 족쇄
물소 떼
투계
타가이타이 가는 길
돈의 힘
아닐라오
러시안 룰렛
딥 다이빙
빅 딜
겐팅 하일랜드
국경 넘나들기
홍콩, 마카오, 뒷골목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도박에만 프로
본전, 잃은 자의 향수
그 질문에 그 답
도박을 위한 도박
같은 게임은 없다
당신의 패를 보여줘
― 작가의 말
『3번 출구』 『하우스메이트』 『오프로드 다이어리』를 잇는
표명희 최신작! 『황금광 시대』
황금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 그리고 숨 막히게 변해가는 도시 이야기
“국가가 카지노를 포기할 것 같아?”
강원도 탄광촌에서 마카오와 필리핀, 사막의 라스베이거스까지!
카지노와 도박을 통해 만나는 황홀하고 낯선 신세계
리얼리즘적 사회상을 그리는 작가 표명희의 새로운 장편소설 『황금광 시대』
단편 「야경」으로 2001년 제4회 『창작과비평』 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표명희가 자신의 두번째 장편소설이자 2005년 첫 소설집 『3번 출구』 이후 네 번째 작품이 되는 『황금광 시대』를 출간했다. 이번 장편소설은 2011년 여름부터 2012년 봄까지 계간 『작가세계』에 같은 제목으로 연재했던 작품을 토대로 수정을 거쳐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데뷔작 이래 지속적으로 십대 청소년, 싱글 여성, 성 소수자들과 같이 사회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관심을 견지해오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동시대의 사회상을 도박이라는 소재 속에 자본주의사회를 비판적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싱글족을 등장시키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의 가능성/불가능성을 다룬 전작 『하우스메이트』에 이어 이번 『황금광 시대』에서는 ‘카지노’라는 특수한 공간을 연속적으로 엮어내며 한국과 외국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간군상과 그들을 낳은 사회 구조를 은유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거든”
―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 카지노의 세계를 직시하다
“의지와는 무관한 일들”, “우연히 맞닥뜨리거나 운명처럼 닥치는 그런 일들”(53쪽)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바꾸어버리는지 이 소설은 말한다. 도박으로 파산한 청년이 살 길을 찾느라 다시 도박판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이러니가 소설 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주인공 현이 왜 애초에 도박에 손을 댔는지를 타박하는 것은 작가의 관심 밖이다. 도박 빚을 갚지 못한 현에게는 다시 카지노로 돌아가는 방법이 최선의 수이자 유일한 선택지였다. 현의 선배이자 탄광노조 간부였던 노동 소설가 K가 노조 활동에 제약을 받은 후 무력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밖에 없었다고 할 때와 마찬가지의 이유이다. 소설의 시작부터 현이라는 인물이 도박 중독자로 설정되어 있는 것처럼 도박판은 인간 현에게 이미 짜인 판이다. 누군가에게 소설가로서의 삶이 직조되듯, 누군가의 삶은 도박판으로 짜인다.
도박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꿈꾸는 ‘대박’ 역시 도박과 무관한 다른 많은 이들이 가지는 성공에 대한 욕망과 겹쳐진다. 현이 영화감독 지망생 시절 꿈꾸던 해외 단편 영화제 입선에 대한 열망은 ‘대박의 꿈’이 되어 전직 카지노 딜러 제니가 말하는 ‘룰렛에서의 대박’과 나란히 놓인다. 본래 도박의 용어였던 ‘대박’은 이제 ‘성공’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었다. 카지노는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이다!
세상의 중심에는 돈이 아닌 환상이 있다
― 실체 없는 구조 속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 앞에 짜인 판의 룰대로 살아가는 현에게 한 가지 질문이 주어진다. “무엇이 당신을 이곳으로 오게 한 것 같소?” 소설은 누가, 혹은 무엇이 현의 판을 그와 같이 짰는지를 탐색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손과 함께 떠난 여행의 끝, 카지노의 중심에서 현이 발견한 것은 황금도 금맥도, 젖과 꿀도 아니다.
룰렛에서는 누구나 대박을 터뜨릴 기회를 평등하게 가진다는 믿음은 수많은 사람들을 카지노로 유혹한다. 게임 테이블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게 희망을 꿈꾸지만, 대부분은 본전조차 찾지 못하고 절망에 빠진다. 프로 도박사답게 손의 말에는 혜안이 담겨 있다. 500만 달러를 걸고 전부 잃을 수는 있어도 진 것은 아니라는 역설! 즉, 애초에 승패가 있는 게임이라는 구조가 실체 없는 환상임을 말해준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은 누구나 노력만 한다면 돈을 손에 쥘 기회,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카지노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 역시 사람들이 공통으로 믿는 상상의 구조, 실체 없는 허상에 기대고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우연히 주어진 패의 행운이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듯, 경험과 실력이 승리를 장담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기고 지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도 아니다. 패를 주고받는 상대의 눈빛과 표정, 지거나 이겼을 때의 감정, 우연과 변수, 주고받는 이야기, 손기술과 손맛 등등 그 모든 것이 모여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그 세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신통치 않은 패를 들고 오래 고심하다 내놓은 도박꾼 심정이다. 패를 던진 뒤에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운명과도 같은 게임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쯤은 나도 깨우쳤다. 그러니 이후의 일은 이 놀이판을 기웃거린 당신의 몫이다. (표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