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배상민 작가의 장편소설 『페이크 픽션』. 점점 잊히고 있는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모티프로 한국 사회의 부정(不正)한 단면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와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너무나 극적이고 파장이 커 우리에게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느껴지는 불편한 이야기들. 배상민 작가는 『페이크 픽션』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왜 가만히 있지요? 벌이 없으면 죄도 없습니다. 세상은 변한 게 없어요.”
배상민
저자 : 배상민
저자 배상민은 1976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배상민은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소설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가 2012년 ‘젊은 소설’에 선정되었으며, 소설집으로 『조공원정대』와 장편소설 『콩고, 콩고』가 있다.
1. 현재의 하나
2. 기억의 하나
3. 기억의 둘
4. 현재의 둘
5. 기억의 셋
6. 기억의 넷
7. 현재의 셋
8. 기억의 다섯
9. 기억의 여섯
10. 현재의 넷
11. 기억의 일곱
12. 기억의 여덟
13. 현재의 다섯
14. 기억의 아홉
15. 기억의 열
16. 기억의 열하나
17. 현재의 여섯
18. 기억의 열둘
19. 기억의 열셋
20. 현재의 일곱
21. 기억의 열넷
22. 기억의 열다섯
23. 현재의 여덟
24. 기억의 열여섯
25. 기억의 열일곱
26. 현재의 아홉
27. 기억의 열여덟
28. 기억의 열아홉
29. 현재의 열
30. 기억의 스물
31. 기억의 스물하나
32. 현재의 열하나
33. 기억의 스물둘
34. 기억의 스물셋
35. 현재의 열둘
36. 현재의 열셋
37. 현재의 열넷
초짜 영화감독, ‘리얼 액션’에서 길을 잃고 ‘리얼 다큐’로 길을 찾다.
자본과 개발은 얼마나 많은 ‘죽음 없는 시체’들을 생산하고 있나. 2009년 제1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배상민 작가의 장편소설 [페이크 픽션]은 점점 잊히고 있는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모티프로 한국 사회의 부정(不正)한 단면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와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너무나 극적이고 파장이 커 우리에게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느껴지는 불편한 이야기들. 배상민 작가는 [페이크 픽션]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왜 가만히 있지요? 벌이 없으면 죄도 없습니다. 세상은 변한 게 없어요.”
황 감독의 고군분투 생존기
여기 황 감독이 있다. 그는 위대한 영화감독을 꿈꾸는 삼류 영화감독이다. 황 감독은 탐미로 가득 찬 예술영화 제작을 주장하지만, 세상은 액션 히어로영화를 원한다. 황 감독은 그나마 구상했던 시나리오마저 프로듀서와 후배에게 빼앗기고 연인 성숙의 사채 빚까지 떠안게 된다. 심지어 성숙은 황 감독을 배신하고 사채업자의 새 연인이 된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황 감독. 그런 황 감독에게 사채업자는 제안한다. 2,400만 원으로 액션영화를 제작하면, 빚을 탕감해주겠노라. 결국 빚과 액션영화를 퉁치자는 것.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된 황 감독의 영화제작. 그리고 우연히 삼룡을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한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한 남자의 어처구니없는 비극에서 시작된다.
또다시 어떤 식으로든 이 고비를 넘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화장실을 나서면서 다짐했다. 만약 이 영화가 무사히 끝난다면 다음에 찾아오는 인생의 고비들은 아예 외면해버리겠다고._227p
돈과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액션영화를 단돈 2,400만 원으로 제작해야 하는 생애 최고의 미션! 황 감독은 태국의 저예산 액션영화 [옹박]을 목표로 둔다. 후에 황 감독은 액션신을 찍기 위해 삼룡과 함께 실제 싸움판에 투입되는데 그 현장이 바로 철거 현장이었던 것. 그곳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폭력과 알력 싸움, 철거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돌아서는 삼룡의 마음. 황 감독은 과연 한국판 [옹박]을 무사히 찍어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까.
소설, 영화, 그리고 현실
황 감독은 영화를 찍고, 배상민 작가는 그런 황 감독을 글로 쓰고, 현실은 이 두 사람을 담고 있다. 제 꼬리를 무는 뱀처럼 이어지는 소설적 순환. 소설과 영화라는 이 두 ‘예술’ 행위는 소설 [페이크 픽션]과 현실의 연결고리인 것. 황 감독은 영화로 현실의 폭력을 예술이라는 범주로 포장하려 하고, 배상민 작가는 글로써 이를 폭로한다.
철거민들의 비명과 한숨, 눈물은 모두 예술적인 표현의 일부일 뿐이야. 동생이 하는 악역도 마찬가지고. 우리의 작업이 모두 끝나고 영화가 스크린에 상영된다면 우리의 행위는 사람들에게 용서받을 거야. 어쩌면 단편영화를 출품했을 때보다 더 엄청난 찬사를 받을지도 몰라. 그래서 말인데 우리는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아도 돼. 아니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의무가 있어. 우린 오직 만들어진 결과물로서만 모든 걸 이야기할 뿐이야. 262p
비겁하고 정의롭지 않다고 소설 속 인물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우리 모두의 공동 목표는 하루하루의 생존이라 그들의 인생 방식이 밉지만은 않다. 영화보다, 소설보다 가혹한 삶. 배상민 작가는 이번 작품에도 어김없이 청춘의 비참한 ‘생존’과 자본주의의 현실을 블랙유머로 서술한다. 작가 특유의 유쾌하고 맛깔스러운 과장과 유머, 그리고 곳곳에 첨가된 영화들과 배우들 이야기는 소설의 흥을 더해준다. 황 감독과 삼룡의 영화를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덧 결말에 이르면, 잊고 있던 철거민들의 투쟁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페이크 픽션]의 엔딩 장면에 환호할지도 모른다. 자, 이제 황 감독의 저예산 액션영화 시사회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