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우면서도 먼 존재를 찾아 떠나는 시간!
제1회 자음과모음 ‘나는 작가다’ 당선작 『코카브: 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 1년 6개월간 서바이벌 경연대회 방식으로 200여 편의 소설과 함께한 신인작가 발굴 프로젝트 ‘나는 작가다’의 첫 번째 당선작인 김소윤의 소설을 책으로 만난다.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의 행방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를 추리소설적으로 풀어내며,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느낌과 진실을 포착한다.
연상의 여인과 결혼해 평범하게 살아가던 남자 한형호. 불현듯 아내가 사라진다. 아내의 부재 자체는 그에게 큰 상실감을 주지는 않지만, 그는 서로가 절실했던 시간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아내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는 아내의 자취를 더듬다 UFO의 강림을 기다리는 ‘코카브’라는 집단에 들어가게 되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 열정, 가치 등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데….
김소윤
저자 : 김소윤
저자 김소윤은 1980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났다. 2003년에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2010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물고기 우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에 단편소설 「벌레」가 당선되었다. 2012년에는 제1회 자음과모음 ‘나는 작가다’에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가 당선되었다. 현재 전라북도 전주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며 밤마다 소설을 쓰고 있다.
프롤로그
Ⅰ. 형호 씨가 언제부터 이런 사람이었어?
Ⅱ. 아내의 방은 말이 없고
Ⅲ. 헨젤의 조약돌
Ⅳ. 코카브 4T의 베타님
Ⅴ. 나는 때로 네가 되고
Ⅵ. 이유 같은 걸 따질 이유는 없는 일
Ⅶ. 시간의 문이 곧 열립니다
에필로그
– 작가의 말
2012 자음과모음 ‘나는 작가다’ 제1회 당선작!
“지금 이 순간이 어떻게 속임수가 될 수 있죠?”
자음과모음 작가 발굴 프로젝트 ‘나는 작가다’ 제1회 당선작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
2011년 5월부터 시작된 자음과모음의 작가 발굴 프로젝트인 ‘나는 작가다’의 첫번째 당선작 김소윤의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가 정식 출간되었다. 지금까지의 신인작가 등단 제도와는 달리 서바이벌 작가 경연대회 방식의 ‘나는 작가다’는 연재소설의 형식으로 한 회씩 출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할 때마다 독자와 편집자, 평론가, 작가 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끔 되어 있으며, 단계별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선발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신인 작가 공모전을 온라인상에 공개해 그 진행 과정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아마추어 작가 모두에게 온라인 연재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도입 취지에 따라, 신청자들은 누구나 출판사의 온라인 공간에 장편소설 연재를 시작할 수 있다. 1단계에서는 원고지 100매 분량까지 게재해 독자와 편집자의 평가로 2단계 진출 여부를 가린다. 2단계 진출자는 총 500매 가량을 연재해 독자, 편집자, 작가, 평론가의 심사로 3단계 진출이 가려진다. 3단계에 진출하면 작품을 평가해줄 작가와 평론가가 멘토로 지정돼 이들의 조언을 받아서 800~1,200매 분량의 장편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3단계 진출 작품은 모두 전자책으로 제작되며 그중 뛰어난 작품은 이번과 같이 당선작으로 선정돼 종이책으로 출간된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는 탄탄한 기본기와 안정된 문장, 매끄러운 구성을 인정받아 문학평론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당선 결정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소설은 평범한 결혼 생활을 이어오던 중 불현듯 사라진 아내의 행방을 쫓아가는 추리소설적 방식을 도입, 독자의 긴장을 유발하는 데에도 성공한다.
아내가 사라졌다!
–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인생은 모든 것을 하나씩 잃어가는 거라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남자 한형호는 공익근무요원 시절 만난 연상의 여인 최은희를 얻기 위해 열렬히 구애해 결혼에 성공했다. 주어진 일에 적당히 충실하며 매 순간을 잘 모면하며 살아온 형호는 문득 자신이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돌연 아내가 사라진 것이다. 아내의 부재 자체는 그에게 큰 상실감을 주지는 않는다. 이미 부부는 4년 전에 어린 아들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형호는 슬픔을 외면함으로써 슬픔을 이겨냈고, 아내와의 사이는 점점 건조해져갔다. 사라진 아내를 찾기로 결심한 이유도 서로가 절실했던 시간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내의 자취를 더듬으며 추적해나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새 놓아버린 사랑, 열정, 가치관 등을 떠올린다. 그는 처음으로 모든 것을 제쳐두고 아내의 행방을 좇아간다. 아내의 곁에 다시 서기까지 형호는 남모르는 아내의 과거와 은폐된 슬픔, 타인들이 사는 방식을 배워가며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반추해본다.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내의 존재만으로 얼마나 충족된 삶이었는지를 알아가며 아내를 찾아 나선형을 그리듯 추적해가는 그는 어느새 시간의 문 앞에 선다.
이토록 무책임한 세계, 그 속의 마법 같은 시간!
– 그게 과학이든 종교든 사이비이든, 함께 모여 치유할 수 있다는 진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아내의 거취가 포착된 곳은 다름 아닌 UFO의 강림을 함께 기다리는 집단이었다. 천문학 학회의 모습이면서도 비밀스런 초대를 통해 사람을 모으는 둥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도 보이는 ‘코카브’라는 단체에서 아내는 중책을 맡고 있었다. 형호는 아내를 빼내 오겠다는 일념 하에 단체 내부로 잠입하지만, 그들의 규율에 익숙해지면서 새삼 사람살이를 알아간다. 그들의 상처와 치유에의 의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아내의 아픔에도 한 걸음씩 다가서는 형호는 비로소 이토록 무책임한 세계의 이면, 외면했던 진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코카브 사람들은 UFO가 내려오는 날에 ‘시간의 문’이 열릴 것이며, 그때 각자가 돌아가고 싶은 과거로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후원금을 통해 유지되는 단체인 만큼 운영의 투명성과 학설의 진위여부는 외부인에게 주요 관심사다. 때문에 형호와 함께 잠입한 이 기자는 내부를 은밀히 조사해나간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형호와 기자 둘 모두 코카브 심리 치유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형호의 치유 과정에서 멘토 역할을 한 코카브의 나영은 말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는 이 순간이 어떻게 속임수가 될 수 있죠?” 그렇게 진실은 현실과 교차하여 우리 곁에 와 있다.
심사평
‘기억이 있는 한 어떤 과거도 지워지지 않으며, 매 순간 살아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잘 보여주는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는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이다. 문장은 안정되어 있으며, 구성은 어디 하나 삐걱거리지 않는다. 사라진 아내의 행방을 쫓아가는 추리소설적 방식은 독자의 긴장을 유발하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다. – 이경재 (문학평론가)
그저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느낌과 진실들을 매우 안정된 문장과 촘촘하면서도 단단한 필체로 포착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시간의 문’을 찾는다는 것, ‘UFO’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 낯설고 기이한 어감과는 반대로, 어쩌면 현재를 바꾼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지난한 삶의 행위를 의미할 것이다. – 최정우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