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세상 속 지식인들의 풍경!
소설가이자 한국문학 연구자인 김병덕의 첫 소설집 『지식인의 언어생활』.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중ㆍ단편들 중에서 7편의 작품을 묶은 것으로, 지식인의 몰락과 실존적 불안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작가가 등단 이래 지속적으로 그려온 ‘적자생존의 도시 삶에 지친 지식인 남성’ 캐릭터의 열전을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스펙트럼의 소설집이다. 특히 <인간과 다른 인간>, <지식인의 언어생활>, <가장 높은 개>는 ‘지식인 남성 3부작’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작가의 주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도덕과 교양의 기준을 제시하던 권위를 잃고 이제 지식 노동자가 되어버린 지식인의 존재론에 대한 자조와 불안이 녹아 있다. 오늘날 지식인이란 무엇이며, 소설가란 무엇인지, 나아가 우리 시대의 지성과 윤리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묻는다.
김병덕
저자 : 김병덕
저자 김병덕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창작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계간 『문학나무』 여름호에 단편소설 「인간과 다른 인간」으로 등단했고 현재 경기대와 중앙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소설에 나타난 일상성』(2009), 『소설처럼 읽는 이야기 문학상식』(공저, 2006), 『한국단편소설 30선 특강』(공편저, 2007) 등이 있다.
1. 인간과 다른 인간
2. 지식인의 언어생활
3. 가장 높은 개
4. 그 소리 쪽으로 한 발짝 더
5. 그대 안의 틈
6. 늙은 왕
7. 밤길 저 너머
– 해설 : 지식인을 위한 변명 (노대원)
– 작가의 글
지식인의 몰락과 실존적 불안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작가 김병덕의 첫번째 소설집! 『지식인의 언어생활』
“학문에 매진했던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인생 전체는 부도가 날지도 몰랐다.”
‘지식인 소설’이자 ‘소설가 소설’인 김병덕의 작품들은 지식인의 위기에 집중함으로써 이 시대의 전체적인
풍경의 한 급소를 포착해내고 있다. 달라진 시대 조건과 언어 조건 속에서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소설가란 무엇인가를 묻는 소설집이다. (문학평론가 노대원)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소설가란 무엇인가
: 지리멸렬한 틀을 깨고 날아오려는 그들의 탈주와 변주의 욕망!
2007년 단편 「인간과 다른 인간」으로 계간 『문학나무』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 김병덕이 그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중ㆍ단편들 중에서 공통된 정서를 지닌 7편의 작품을 묶어 첫 소설집 『지식인의 언어생활』을 내놓았다. 소설가이자 한국문학 연구자로서 김병덕이 등단 이래 지속적으로 파고든 ‘적자생존의 도시 삶에 지친 지식인 남성’ 캐릭터의 열전이라 칭할 만한 독특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소설집이다. 지식인이란 그 시대와 사회를 정의하고 진단하는 자이며, 누가 지식인이고 누가 지식인이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조차 지식인의 몫이다. 이러한 지식인의 특수한 위치가 20세기의 각 분야에서 근대성을 추동하고 견인했다면 오늘날 지식인의 위상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추락했고 이제 지식인 대신 ‘전문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덕이 보여주는 일련의 ‘지식인 소설’ 혹은 ‘소설가 소설’은 드물고 새로운 지점을 끌어내고 있다. 도덕과 교양의 기준을 제시하던 권위를 잃고 이제 한낱 지식 노동자가 되어버린 지식인의 존재론에 대한 자조와 불안을 품은 김병덕 작품 세계는 새삼 오늘날 지식인이란 과연 무엇인가, 소설가(예술가)란 무엇인가를, 더 나아가 우리 시대의 지성과 윤리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우리에게 질문한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 초반을 여는 「인간과 다른 인간」,「지식인의 언어생활」,「가장 높은 개」 같은 작품은 지식인 남성 3부작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작가의 주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오랑우탄 꼴로 두 개의 지방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과외를 하러 서울 곳곳을 허덕거려봐야 간신히 먹고사는 정도였다”라고 자조하는 「인간과 다른 인간」의 대학 시간강사인 주인공 남성의 독백이라든가, “남자는 자신의 저서와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쓴 책들, 그리고 논문이 수록된 학회지가 나올 때마다 여자에게 한 권씩 주었다. 책이야말로 남자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는 최상의 도구였기 때문이었다”라고 「가장 높은 개」에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매달리는 주인공 남성의 허세를 묘사하는 작가의 시선은 유난히 두드러진다. “철저히 비대중적인, 바꿔 말해 지식인을 위한 소설이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 독자들만이 참뜻을 해석할 수 있는 진지한 소설 말이다”라고 정년퇴임을 앞두고 지난 수십 년에 걸친 자신의 작가적 생애를 반성하는 「지식인의 언어생활」의 주인공 민 교수의 말 또한 그렇다. 무력감에 시달리는 위축된 남성 식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지식인의 실존적 불안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김병덕의 이번 소설집은 우리에게 익숙한 지식인의 상, 즉 권력과 한몸이 되어 한 시대의 ‘표준’을 정의해왔던 지식인이라는 관습적인 인식을 전복시키는 통쾌하고도 서글픈 페이소스를 맛보게 한다.
*해설 중에서
지식인이 누릴 수 있는 상징자본은 급락한 데 비해, 많은 지식인이 처한 경제적 조건은 여전히 또는 더욱더 곤궁하거나 불안하다. 위엄과 권위, 윤리와 의무 등의 무겁고 진지한 함의를 거느리는 지식인보다는 ‘지식 노동자’ 혹은 ‘지식 소매상’이라는 말이 오히려 귀에 익은 시대가 온 것이다. 요컨대, 지금, 지식인들은 자유와 위기 앞에 내던져져 있다. 김병덕의 소설들은 그런 의미에서 드물고 값지다. 그의 소설들은 종래의 지식인 소설, 그러니까 지식인 주인공이 사회와 자신 모두에 대한 지성적인 성찰을 수행하는 소설들과는 사뭇 다르다. 지식인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20세기적인 의미의 참여적 지식인이 아니다. 그들은 위신과 명예를 앞세우기보다는 오히려 왜소해진 지식인의 존재론적인 위기에 대한 징후가 된다. 김병덕의 소설은 다양한 사회적 인물군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은 지식인의 위기에 집중함으로써 이 시대의 전체적인 풍경의 한 급소를 포착해내고 있다. / 노 대 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