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족들!
기발한 상상력을 토대로 한 독특한 세계를 선보여온 작가 듀나의 소설 『제저벨』. 문예계간지 <자음과 모음>에 ‘픽스업’이라는 장르로 연재되었던 작품인데, 픽스업은 네 편의 중편이 모여 하나의 장편 형식을 취하는 장르이다. 2011년에 출간된 소설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 등장했던 ‘링커 우주’의 또 다른 변주로, 링커 우주에 속한 크루소 행성을 배경으로 함선 제저벨을 타고 항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선장과 의사, 항해사 등 제저벨에 탑승한 사람들의 모험이 펼쳐진다. 진화가 불가능한 링커 우주, 진화하고 살아남기 위해 가짜 같은 세상 속에서 진짜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모험을 엿볼 수 있다.
듀나
저자 : 듀나
저자이자 흡입력 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 듀나는 1994년부터 컴퓨터 통신을 통해 소설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소설은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면서도 한국 사회와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소설 이외에도 영화평론, 문화비평 등 여러 분야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영화와 일상을 담은 커뮤니티 게시판인 ‘듀나의 영화 낙서판’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이버펑크』(공저), 『면세구역』,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태평양 횡단 특급』, 『상상』(공저), 『필름 셰익스피어』(공저), 『대리전』,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10대를 위한 SF단편집』(공저), 『용의 이』, 『U, ROBOT』(공저),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등이 있다.
로즈 셀라비
시드니
레벤튼
호가스
기타 등등(작가의 말)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SF소설의 대표, 듀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 이은 링커 우주의 또 다른 변주
시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상천외한 모험!
“제저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 곰돌이 친구는 이 낡아빠진 욕조통의 선장이고 전 이곳의 선의가 되겠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운 나쁘게 추락하신 행성은 대 마젤란은하 구석에 박힌 크루소 알파b라는 곳입니다. 여러분이 아주 운이 좋지 않는 한…… 여기서 빠져나가실 수 없습니다.”
-본문 중에서
장르소설 독자들에게 듀나는 남다른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듀나는 1994년부터 컴퓨터 통신을 통해 소설 활동을 시작한 이후, 기발한 상상력을 토대로 독특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세계를 펼쳐 보이며 한국 장르문학의 신경지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마니아 중심적인 장르문학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매력적인 텍스트를 가진 또 다른 문학작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듀나가 이번에 새 장편소설 『제저벨』을 출간했다. 이번 작품은 2011년에 출간된 소설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서 선보인 ‘링커 우주’의 또 다른 변주이다. 듀나의 SF적인 ‘다른 세계’에서 우리 시대와 우리 사회의 미친 현실을 그려낸 단편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링커’라 불리는 ‘범우주 바이러스 네트워크의 환경 통합 과정’을 통해 지옥처럼 변한 북한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 『제저벨』에서는 이 링커 바이러스에 의해 새롭게 통합된 우주인 링커 우주, 그 안의 크루소 행성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려냈다. 『제저벨』은 문예계간지 『자음과모음』에 ‘픽스업’이라는 장르로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픽스업은 네 편의 중편이 모여 하나의 장편 형식을 취하는 새로운 소설 장르이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 이은 ‘링커 우주’의 또 다른 변주
진화가 불가능한 링커 우주에서 번식과 진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족들
전 은하계와 인근의 두 마젤란은하까지 먹어치운 링커 우주의 역사는 진화의 역사가 3천 년을 넘는 곳이 스무 군데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그 역사가 비교적 짧다. 링커 우주는 링커 기계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링커 바이러스를 퍼뜨려 새로운 우주 질서를 정립했는데, 그 어떤 시스템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생태계의 이미지로 그려진 링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종들은 새로운 진화 체계에 맞춰 진화를 거듭했지만 실제로 링커들의 우주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젤란은하 구석에 박힌 ‘크루소 알파b’ 행성, 이곳은 유형지 행성 혹은 변비 행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은하계 곳곳에서 변덕스러운 아자니들이 날아와 빨판상어들을 떨어뜨리고 가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곳,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살지만 링커들이 끊임없이 유전자 풀을 흔들어놓기 때문에 그 어떤 종족도 생물학적 후손을 남기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행성이다.
링커와 올리비에의 개입으로 생물학적 조작에 실패하면서 지구에서 진화한 어떤 종도 안정된 유전자 풀을 영위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진화가 불가능한 링커 우주, 죽음과 멸망의 공포로 두려움에 떨던 종족들은 진화하고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아 나선다.
|“제저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운 나쁘게 크루소에 추락한 사람들이 다시 우주로, 다른 행성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행성을 빠져나가려면 올리비에를 통해야 하는데. 200년째 묵상 중이라 공항처럼 이용할 수 없고, 그나마 괜찮게 작동하는 올리비에는 엄청난 입장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탈출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결국 불시착한 행성, 크루소에 남게 마련이다.
식민지가 개발된 지 표준력으로 350년쯤 된 크루소에 떨어진 빨판상어들에서 사람들을 구출하는 게 표면적 명문인(실제적으로는 함께 항해할 신참들을 찾기 위해서) 제저벨은 우주를 크루소 행성을 떠돌아다니는 함선이다.
이번 작품은 바로 링커 우주에 속해 있는 행성 ‘크루소’를 배경으로 제저벨을 타고 항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선장과 함의(艦醫)인 플래그, 항해사 등 제저벨에 탑승한 사람들은 링커 우주의 크루소 행성에서 모험을 펼친다. 자유함선연합의 연락을 받고 고객과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은 도서관 큐브를 찾아 몬테 그란데로 향한 제저벨은 로즈 셀라비라는 거대 함선의 추격을 받게 되고(「로즈 셀라비」), 제저벨의 이야기꾼 의사 플래그가 시드니에게 진 목숨차용증의 빚을 갚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는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부탁을 받고 전쟁의 대륙 토요일로 향하게 된다(「시드니」). 또한 생존을 위한 끝없는 전쟁과 실험이 이루어지는, 항해사 아가씨의 고향인 레벤튼 섬으로 간 제저벨은 그곳의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에 말려들게 되고(「레벤튼」), 제저벨의 함의 플래그는 호가스 베들레헴 수용소에 갇힌 42호(예전의 시드니)를 찾아가는데……(「호가스」).
진화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가짜 같은 세상 속에서 진짜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제저벨과의 모험에 많은 독자들이 함께 동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링커 우주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굴리던 아이디어 두 개로부터 출발한다.
하나는 이미 폐기된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SF를 쓴다는 게임이다. 나는 중세 천구론에 바탕을 둔 단편을 잠시 쓰다가 포기했는데, 그 세계에서 사람들이 천구라고 믿고 있는 것은 외계인들이 만든 다이슨 스피어다. 그다음에 나는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유전설이 먹히는 세계를 상상했는데, 그게 어쩌다 보니 링커 우주의 기반이 된다. 최종 완성된 링커 우주는 라마르크의 학설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
다른 하나는 ‘준비되지 않은 우주여행자’의 개념이다. 게리와 실비아 앤더슨 부부의 텔레비전 시리즈 <스페이스 1999>의 고정 시청자(팬은 아니었다)였던 어린 시절부터 이 개념은 나에게 중요했다. 나는 아직도 항성간 우주여행이 가능해진 미래의 우리가 지금의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 세계의 인간들을 상상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지만 정작 그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어렵다. 고로 우주여행의 시기를 살짝 앞당기는 반칙이 필요하다.
<책속으로 추가>
– “(……) 우린 레벤튼과 목요일의 몬소피아드 정글에서 우리 세계와 비슷한 다른 평행 우주에서 온 우주선의 흔적을 찾아냈어. 서기 2245년, 오스트리아/프러시아 연합제국이 쏘아 올린 마리아 테레지아라는 우주선. 그 우주선은 겹겹으로 쌓인 평행 우주들을 바느질하듯 누비다가 5만 년 전에 여기로 떨어졌지. 그 뒤로 이 행성에서는 잠시 링커 진화가 발생했다가 사라졌어. 지금 그 우주선은 없어. 우리가 찾은 건 기껏해야 흔적뿐이지. 그래도 우린 꽤 많은 걸 알아. 그 우주선은 여행 중간에 외계 지성과 접촉했고 그 존재와 융합되었어. 그리고 그 외계 지성은 우리가 링커 기계라고 부르는 종과 많이 비슷하면서도 다르지. 지상종과 비행종이 분화되지 않은 링커 기계들을 생각해봐. 그들이 몇만 년 동안 묻혀 있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 거야.”
(……)
“생각해봐.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우주는 모두 링커 기계들만의 영토였어. 하지만 그들과 다르고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무리가 바로 이 행성이서 기어 나오려 준비하고 있어. 더 놀라운 건 그들이 희미하게나마 우리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그들은 2245년에 만들어진 지구 우주선과 융합되었어. 저들의 우주는 인류가 링커 기계의 공습을 받기 전에 가르보와 거의 맞먹는 우주선을 개발한 곳이란 밀이야. 그쪽 우주에서 저들과 지구인들의 관계가 어떨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만약 우리가 그쪽 지구인들과 만날 수 있다면? 아니, 정말 그들이 여기에 와 있다면?”
“그래서?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여기에 마리아 테레지아의 올리비에가 있으니까.”(「호가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