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가 이선영 장편소설 『신의 마지막 아이』. 조이삭은 목사인 양아버지와 진로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그는 목회자의 길을 거부한 뒤 출판사의 팀장이 되었고, ‘예수’의 신성을 파헤치는 웹소설 《암살자들》을 출간하기로 결정한다. 《암살자들》은 헤롯2세 안티파스의 명에 따라 예언의 아이인 여호수아를 찾는 암살자들의 이야기로 세간의 논란을 불러일으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와 동료 편집자들은 ‘파르헤지아’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를 찾아 나서고, 《암살자들》 속 인물들의 갈등과 이야기도 절정에 이르는데….
이선영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문예창착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생후 8개월에 소아마비를 앓았다. 텅 빈 교실에 혼자 남아 있던 체육 시간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과 함께 보내며 문학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스물여섯에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해 작가의 꿈을 키웠다. 어린 시절 깨달은 이야기의 황홀은 이선영에게 하나의 사명과도 같았다. 서른이 되어서도 ‘장래희망’은 작가였지만 십여 년간 중학교 학생들에게 수학을 지도하며 생계를 꾸려야 했다. 수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해 수학사를 다룬 책을 밤새 탐독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행복이었다.
어느 날 한 줄의 글이 이선영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피타고라스가 무리수를 발견한 히파소스를 우물에 빠뜨려 죽였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대학원에 진학해 창작을 공부했고 단편소설을 쓰며 필력을 키워나갔다. 고대 그리스와 피타고라스학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고, 눈을 감고도 소설의 주 무대인 크로톤의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하늘빛과 바람의 냄새,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과 함께 하루하루 살아낸 그는 마침내 마흔이 되어 첫 장편을 완성했고 이 년여에 걸친 수정 작업 끝에 작품을 응모했다. 그리고 2009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했다.
『천 년의 침묵』을 받아든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학적 ‘정보’가 인문학적 ‘성찰’로 승화되면서 고급 지적(知的) 소설의 경지를 보여준다.”, “철학이나 과학을 넘어 이제는 ‘수학’까지, 한국소설의 영역이 확대된 대표적 증좌!” 감히 시도한 적 없는 세계적 스케일로 이천오백 년 전의 고대 그리스의 디테일을 생생히 그려낸 『천 년의 침묵』은 작가 이선영의 세계였고,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기도 했다. ‘첫 줄의 희열’ 때문에 글을 쓴다고 말하는 이선영. 이제 그토록 원하던 작가가 된 그는 또다시 그의 심장을 뛰게 할 새로운 첫 줄을 꿈꾼다.
1 두 번째 별이 뜨다
피의 향연장
2 어긋난 서원
밀실의 사내
길을 떠나다
3 예수 프로젝트
베들레헴에서 생긴 일
노예로 팔린 아이
4 검은 창문에 비친
분열
너를 죽이는 일이다
5 논쟁
세령녀의 피리
안디오의 죽음
6 어머니의 벽장
요셉의 아들은 누구인가
예언의 아이
7 평행선
카르모스의 선택
나는 누구인가
8 파르헤지아
죽음
스러지지 않는 별빛
한국소설의 서사와 스케일을 바꾼 이선영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1억 원 고료의 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한 이선영 작가가 이번에는 ‘신’이라는 존재에 의문을 던진다.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된 이선영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신의 마지막 아이]는 예수 탄생 신화를 작가만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구현하였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신’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예수(여호수아)를 돌아보았고, 더불어 종교가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 이야기한다.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신은 절대적 존재일까, 아니면 만들어진 권좌일까.
[암살자들], 신의 ‘자리’를 돌아보다
한국문단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스케일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역사적 독창성으로 등단 직후 문단과 독자에게 주목을 받았던 이선영 작가. 그녀의 신작 [신의 마지막 아이]는 주인공 조이삭의 이야기와 소설 [암살자들]이 교차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숨 가쁘게 진행된다. 인터넷 카페에서 연재하던 파르헤지아의 [암살자들]은 예수 탄생에 관련한 소설로 입소문을 타 종교적 논란을 일으켰다.
헤롯왕의 영아 대학살 후 베들레헴에 메시아의 탄생을 상징하는 두 번째 별이 뜨면서 이 거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시 등장한 별에 불안을 느낀 헤롯2세는 이 별의 수호를 받는다고 믿는, 선대왕이 놓친 예언의 아이를 죽이기 위해 암살단을 조직한다. 그리고 암살단에 친위대 대장 헤로디그만과 노예 검투사 카르모스를 투입시킨다. 후에 그들과 동행하는 동양 여인 세령녀와 왕의 첩자 안디오. 이들은 메시아 또는 신의 아이라 불리는 ‘여호수아’를 목숨 걸고 뒤쫓기 시작한다.
“메시아라고 지목된 아이는 죽지 않았다. 걸핏하면 뜨는 저 별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나는 선대왕의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는 반드시 내 손으로 처단할 것이다.”_33p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관계는 무너지고 결국 서로의 목숨을 위협해간다. 더군다나 검은 복면의 집단에게 쫓기게 된 상황. 그럼에도 그들은 추격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여호수아와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질수록 밝혀지는 그를 둘러싼 배후, 그리고 음모. 결론에 이르러 맞닥뜨리는 여호수아의 진실과 암살자들의 비화는 독자에게 ‘신’이라는 존재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예수를 ‘신’이 아닌 종교로서 마주하다
[암살자들]은 결국 조이삭이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출판사에서 출간을 앞두게 된다. 그리고 조이삭과 출판사 동료들은 작가 ‘파르헤지아’를 수소문한다. 목사 부부에게 입양된 조이삭은 목회자라는 주어진 길을 거부하면서 비롯된 양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신과 종교에 대해 회의를 갖는다.
목사와 나는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한국 기독교에 실망한 내가 교회를 등한시한 때부터였을까. 평범하게 살고자 한 나에게 신과의 약속이라는 올무로 사제를 만들고자 억지를 부리며 내 출생의 비밀을 까발린 순간부터였을까. 인간의 영혼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치기 어린 기질이 보수적인 종교에 부딪혀 환멸을 느낀 탓일까. 262p
신과 목회자라는 종교의 권좌. 이것이 여호수아와 조이삭의 운명의 교차점임을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삶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고, 결국 선택은 그들 각자의 몫이다.
우리는 아직도 예수에 대해 종교나 역사적 관점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예수는 역사가 증명하는 인물이라며 여러 증거를 들어 보이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예수는 신화적 인물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논쟁은 점점 가열화 되어 이제 종교적 신념을 떠나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신의 마지막 아이]는 예수의 실존에 대한 작가 나름의 답을 내리거나 해답을 구하지 않는다. 그저 예수를 한 청년으로 마주함으로써 보이는 수많은 종교적 이념들과 갈등, 그리고 보이지 않는 권력 싸움을 되짚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