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 보내는 편지, 살인은 계속된다!
제2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을 수상한 유현산의 장편소설 『살인자의 편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추격자들의 심리와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흥가와 집창촌으로 유명한 영흥시에서 가출소녀가 목을 맨 채로 발견된다. 자살한 것으로 보였던 소녀의 사인은 연쇄살인으로 밝혀지지만, 살인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가 발견되지 않는다. 연쇄살인범은 자신의 범행을 당당히 편지로 써 보내며 살인을 계속 저지른다.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범인을 추적할수록 사건의 진실보다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 수상내역 ★
– 제2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수상
유현산
저자 : 유현산
물이 귀한 서울의 한 달동네에서 태어났다. 주기적으로 물에 잠기는 안양천변의 저지대에서 유년을 보냈다. 전라도 빈농의 자식들인 가족은 수도권의 빈촌들을 물처럼 흘러 다녔다. 포클레인의 무쇠 팔, 무너지는 블록 담, 잦은 이사와 전학이 원체험이며, 요즘도 그런 풍경을 볼 때면 불길한 향수에 젖는다. 어설프게 읽은 도스토옙스키와 노태우 정권의 북방외교에 들떠서 노어노문과에 입학했다. 입학원서를 낸 지 한 달 만에 소련이 붕괴하고 모스크바에 쿠데타군의 탱크가 어슬렁거렸다. 가격자율화 조치 이후 물가가 한 해에 스무 배씩 오른다는 큰 나라의 소식을 들으며 삶과 상품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대학 다섯 학기 동안 러시아어 격변화를 다 외우지 못한 채 군대를 갔고, 복학한 뒤부터 톨스토이를 열심히 읽었다. 졸업 후 몇 개의 직장을 거쳐 한 시사주간지 편집팀에 입사했다. 인간은 사실에 집중해야 하며, 세상을 비난하기 전에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그곳에서 배웠다. 삼십 대 후반, 갑자기 무언가 쓰고 싶어졌다.
1. 사건
2. 암시
3. 폭로
4. 복수
5. 폭풍
6. 황혼
작가의 말
작가와의 인터뷰
5천만 원 고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수상작,
유현산 장편소설 『살인자의 편지』
“나는 무질서한 폭력을 사랑한다.
그것은 약자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가능성이다.”
한국형 추리소설의 본격적인 탄생을 예고한다!!
범행을 알려주는 희대의 연쇄살인범과 추격자들의 대 격돌!! 진실의 행방은?
“나를 당신의 법정에 세워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들을 단죄하겠다.”
vs “놈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해요. 그게 놈의 유일한 빈틈이에요.”
자음과모음에서 주최하는 5천만 원 고료의 네오픽션상의 첫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네오픽션’이 지향하는 것은 장르문학의 문법과 형식 자체를 넘어서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는 ‘새로운 소설’이다. 이번 네오픽션상에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소재로 무장한 작품들이 투고되었다. 그중 『살인자의 편지』가 “한국형 추리소설의 본격적인 탄생을 예감하게 한다”는 심사위원의 찬사를 받으며, 첫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살인자의 편지』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교수형 매듭의 밧줄을 이용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을 기본 얼개로, 추격자들의 심리와 내면에 초점을 맞춰 설득력 있고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폭넓은 취재, 사실적인 묘사로 생생한 이야기
『살인자의 편지』는 편집기자 출신 저자의 글답게 성실한 자료조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문장 속에 드러나는 경찰 ? 의학 지식 등은 자료조사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그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범행현장과 추리과정에 관한 섬세하고 정확한 묘사는 글만으로도 충분히 현장감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살인자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뿐 아니라 살인자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삶 자체도 차분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도 “정확하게 쓰고 싶다”고 얘기한다. 복도훈 문학평론가는 “영상언어로 옮겨도 될 정도로 선명하고도 정확한 묘사와 서술, 서스펜스와 긴장이 한순간도 이완되도록 허락하지 않는 치밀한 플롯, 성실한 자료 조사가 빚어낸 풍부한 디테일도 돋보였다”고 평하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캐릭터, 인간의 고뇌와 깊은 연민
『살인자의 편지』는 매우 다양하고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도 구성이 산만하지 않고 살인자를 비롯한 인물들은 모두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다.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만큼이나 범인을 추적해가는 인물들의 내면과 상처를 잘 담아낸다. 인물 하나하나가 직접 살아 움직여 사건을 풀어나가는 느낌이다. 하나의 사건인 연쇄살인에,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가 엮이어 큰 그림을 그려낸다. 이런 점들이 자칫 문제발생과 해결로 굳어질 수 있는 추리소설의 도식에 긴장과 흥미를 더한다. 범죄현장의 잔혹함과 추격자들의 심리적 동요가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 잘 드러난다. 이는 ‘사건’에는 범인을 밝혀내는 것뿐만 아니라 더 큰 의미가 담겨 있음을 말하려는 저자의 노력이다. 저자는 수상소감에서 “모든 사건은 천 피스짜리 퍼즐과 같은 것이어서, 분해하고 조립하고 다시 상상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살인자의 편지’라는 하나의 이야기는 독자에 의해 분해되고 다시 조립돼 수천 수백의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이 책은 거듭되는 반전만큼이나 각각의 캐릭터를 읽는 즐거움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눈을 뗄 수 없는 서스펜스, 과연 범인은 잡힐 것인가
“인간은 사소한 것에라도 열정을 가져야 유폐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범인의 말끝에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이유나 등장인물 각자의 아픔과 상처의 조각들이 걸려 있다. 무거울 것 같은 이 주제를 작가는 추리소설 특유의 서스펜스를 담아 흥미로 이끈다. 살인현장에 남긴 범인의 “나를 잡아라”라는 도발적인 메시지, 살인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 범인이 보내온 편지, 범인의 실체에 대한 의심, 계속되는 살인과 모방범죄, 범인과의 편지 공방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펼쳐진다. 심진경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을 “인물들 간의 긴장과 이완의 완급 조절을 통해 독자의 긴장과 흥미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게 한다”고 평한다. 네오픽션은 문학적 완성도와 장르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새로운 소설’을 지향하는 만큼 제1의 장점은 재미일 것이다. 네오픽션의 수상작들은 한국 문학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