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영영 기억해야 할,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문학동네작가상과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하며 현대인의 불온한 삶과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예민하고 단단한 시선으로 남다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안보윤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밤의 행방』.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인재라는 이름하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묵직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점집에 찾아든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맞물리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방문객들과 관련된 죽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파헤쳐지며, 그들 각각의 시선을 통해 사연들은 겹겹이 층을 이루고 쌓아가며 사회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가출, 직장 내 성희롱, 아동 학대, 사내 비리, 대형 참사 등 사회 구석구석 만연해 서슬 퍼렇게 작용하고 있는 현실의 사건들, 그 사건을 둘러싼 갖가지 가해와 피해, 부조리와 불합리, 불안과 슬픔, 탐욕과 이기심에 대해 특유의 감응력으로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지, 다시금 독자한테 질문케 한다.
안보윤
198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오즈의 닥터』로 제1회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소년7의 고백』, 장편소설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 『알마의 숲』 등을 냈다.
밤의 행방
작가의 말
우리 모두가 기억하게 될, 슬픔에 대한 묵직한 기록
죽음을 볼 수 있는 안테나이자 안내자인
신비한 나뭇가지 ‘반’이 마주친 무수한 손들
문학동네작가상 및 자음과모음문학상 수상 작가
안보윤 신작 장편소설
문학동네작가상과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하며 현대인의 불온한 삶과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예민하고 단단한 시선으로 남다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안보윤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은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인재(人災)라는 이름하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묵직하게 담아낸다. 이 세계에서 살아가며 벌어지는 갖가지 가해와 피해, 부조리와 불합리, 불안과 슬픔, 탐욕과 이기심에 대해 작가는 특유의 감응력으로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지, 다시금 독자한테 질문케 한다.
― 인간이란 건 복잡하네요.
구부러진 나뭇가지가 짐짓 진중한 어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주혁이 한낮부터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 게 어제 복채를 떼먹고 도망친 남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 인간만큼 단순한 게 어디 있다고.
― 단순하다고요? 어디가요?
― 별거 없어.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그게 다야.
― 그 과정이 별거잖아요.
― 그게 별건가.
(……)
― 그런데, 어떤 인간은, 도형을 망가뜨리고 말아. 터지고 납작해진 것을 움켜쥐고 죽을 때까지 살기도 해. 자신의 도형뿐 아니라 타인의 도형까지 짓밟고 망가뜨리면서 죽지도 않고 뻔뻔하게, 살아. (108~112쪽)
소설은 주인공 주혁의 시선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그는 누나 집에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분명 누나를 기도터에 데려다주러 떠난 게 그 전날의 일이었다. 점을 봐주는 초보 ‘선녀’인 주혁의 누나는 용한 점쟁이가 되기 위해 ‘귀신을 붙’이려는 목적으로 산속에 들어갔고, 주혁은 그 누나를 배웅했었다. 그리고 주혁은 지금 혼자 덩그러니 누나 집에 돌아와 누워 있는 것이다. 이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지만 말이다. “저기요, 아저씨. 저 좀 보실래요?” “마누카 꿀을 반 스푼 타주시면 피로가 좀 풀릴 것 같네요.” 기묘하게 구부러진 나뭇가지. 그렇게 주혁은 종알종알 이것저것 물어보고 요구하는 깜찍하고 맹랑한 나뭇가지 ‘반’과 함께 동거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기이하고 신비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음을 볼 수 있는 안테나이자 안내자인
신비한 나뭇가지 ‘반’이 마주친 무수한 손들
인간이 만들어낸 죽음들에 대한 단단한 응시
― 네가 볼 수 있는 건 죽음뿐이야? 왜?
― 사신이니까요.
― 수호신이라더니?
― 투잡인가 봐요. 수호신 겸 사신.
― 그러니까 죽음만 볼 수 있다?
― 잘 모르겠어요. 일단 나를 만진 사람과 관련된 죽음 정도는 보이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죽음, 그것과 관련된 장면 정도가요. (103쪽)
귀엽고 잔망스러운 나뭇가지, ‘반’. ‘반’은 죽음을 볼 수 있는, 죽음의 안테나이며 안내자이다. 사람과 닿는 즉시 그 사람과 관련된 죽음을 투시할 수 있다. ‘반’과 주혁이 ‘천지선녀’ 집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정이 들어가는 와중에, 우연찮게도 사람들은 그 집으로 찾아들기 시작한다. 물론 점을 보기 위해서인데, 나뭇가지 ‘반’의 신통방통한 능력으로 주혁은 졸지에 ‘선녀님’이 되어 사람들의 인생을 훤히 꿰뚫으며 ‘말씀’을 전해준다. 입소문이 나자 점점 더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와 저마다 품은 사연을 ‘천지선녀’라는 공간에서 풀어놓기 시작한다.
『밤의 행방』은 이렇듯 점집에 찾아든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맞물리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방문객들과 관련된 죽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파헤쳐지며, 그들 각각의 시선을 통해 사연들은 겹겹이 층을 이루고 쌓아가며 사회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 면면들은 가출, 직장 내 성희롱, 아동 학대, 사내 비리, 대형 참사 등 사회 구석구석 만연해 서슬 퍼렇게 작용하고 있는 현실의 사건들인데, 소설에서 작가는 그 사건을 둘러싸고 단순히 옳다 그르다로 단번에 재단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윤리와 정의에 대해 깊은 성찰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그 생생한 목소리들을 소설에 기록해내며, 우리 모두가 영영 기억해야 할,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엮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