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이솜 주연의 동명의 영화 《마담 뺑덕》과 함께 선보이는 백가흠의 소설 『마담 뺑덕』. 효의 미덕을 상징하는 대표적 작품인 《심청전》을 욕망의 아이콘으로 바꿔볼 수 없을까 하는 역발상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점점 더 강한 욕망을 좇다가 눈이 멀어가는 학규와 순진한 처녀에서 사랑을 알게 되고,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그 사랑에 버림받자 집착에 눈뜨고 복수를 꾀하는 악녀로 변해가는 덕이. 두 사람 사이를 집요하게 휘감는 욕망과 집착을 그리고 있다.
백가흠
1974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우리 시대의 극단적인 정신세계와 불편한 현실을 아이러니와 판타지로 녹여내는 개성적인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을 마치 타인의 얘기인 양 적당한 거리를 두고 흐트러짐 없이 쏟아내는 그의 소설 쓰기는 지독한 여행 마니아이기도 한 그의 여행패턴과 일정 부분 닮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매번 도시 깊숙이 스며들지만, 어쩐지 이방인 같고 슬프며 고독하다. 소설집으로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힌트는 도련님』, 장편소설 『나프탈렌』이 있다.
마담뺑덕
작가의 말
백가흠, 세 번째 장편소설
〈마담뺑덕〉
“욕망에 눈멀다, 집착에 눈뜨다”
첫사랑, 욕망 그리고 집착
그들 사이엔 무엇이 있었을까?
효(孝)의 텍스트 『심청전』을
욕망의 텍스트로 생생하게 불러내다!
‘사랑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 가엾은 한 여인의 무서운 집착, 소설 『마담뺑덕』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지방 소도시 S읍 문화센터의 문학 강사로 내려온 대학교수 학규. 퇴락한 놀이공원의 매표소 직원으로, 고여 있는 일상에 신물이 난 스무 살 처녀 덕이. 이 두 사람은 예고 없이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얼마 후, 학규는 대학교수로 복직이 되자 서울로 되돌아가버리고, 덕이는 세상 전부였던 학규에게 버림을 받게 된다. 시간이 지나 학규는 교수로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지만 점점 눈이 멀게 되는 병에 걸린다.
덕이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된 학규,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학규의 딸 청이. 이들의 운명은 점점 헤어 나올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든다.
소설 『마담뺑덕』은 조금 특별하다. 학규와 덕이, 그리고 청이의 밀도 높은 감정선들을 장면과 장면, 대사와 대사 사이에 녹여내어, 주인공들의 눈빛을 풀어내고 머릿속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심청전』과의 알레고리를 벗어 던지고, 영화 〈마담뺑덕〉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작가의 말
사랑은 매번 새로운 하나의 인생을 산다.
마흔을 이 소설과 함께 시작했다. 하나의 사랑이 저물었다. 하나의 인생이 마감됐다. 다음 생을 준비할 여력 없이 모든 게 소진된 기분이다. 작가로 사는 시간이 더딜수록 잘 살아보려는 의지를 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는 비루하고 근천스러운 것들만 남았다.
문득 바라본 서쪽 하늘은 찬란하게 허물어지고 있었다. 내일의 날씨 같은 것이 궁금할 리 없었다. 붉은빛에서 푸르다가 보랏빛으로 변해가는 하늘이 주는 교훈은 언제나 변함없었다.
소설을 여러 곳에서 집필, 탈고했다. 전주, 부안, 삼례, 익산, 제주 나는 돌아다니며, 이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이 그렇게 여러 곳을 흘러 다녔으면 좋겠다. 특히 부안의 ‘변산바람꽃’에서 바라본 마지막 하늘을 따라가고 싶고 닮고 싶다. 서쪽으로, 서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