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퀴엠』은 무언가에 중독되어 통제를 벗어난 뉴욕 젊은이들을 그린 소설이다. 파격적이고 대담한 영상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영화 「레퀴엠」의 원작이자,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저자 휴버트 셀비 주니어의 세계적 작품이다. 연인 사이인 해리와 마리온은 자신들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하고, 친구인 타이론은 게토에서의 삶을 탈출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꿈을 위해 그들은 많은 양의 헤로인을 사서 그것을 되팔아 부자가 되려 한다. 해리의 어머니 사라는 남편을 잃고 외로움 속에서 지내며 TV에 출연하는 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던 어느날 캐스팅 회사에서 전화가 오자 그녀는 희망에 부풀어 몇 주 동안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다 이내 중독되고 만다. 한편, 해리와 마리온, 그리고 타이론은 그들이 산 헤로인에 자신들도 모르게 중독되는데….
휴버트 셀비 주니어
저자 : 휴버트 셀비 주니어
저자 휴버트 셀비 주니어(HUBERT SELBY JR. 1928~2004)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십대 시절 결핵으로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으로 폐 수술을 받았다. 이후 평생 급성 폐질환에 시달리며 진통제와 헤로인에 20여 년간 의존했다.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던 그는 소설을 써보라는 친구의 권유에 ‘알파벳을 아니까 어쩌면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는 유년 시절 경험했던 암울하고 폭력으로 가득 찬 세계를 소재로 삼아 단편 「여왕은 죽었다 THE QUEEN IS DEAD」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61년 단편 「트랄랄라 TRALALA」를 발표하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1964년 그동안 썼던 단편들을 발전시켜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LAST EXIT TO BROOKLYN』로 출간하면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1978년 발표한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은 무언가에 중독되어 통제를 벗어난 뉴욕 젊은이들을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으로 그린 명작이다. 셀비는 등장인물들이 마약과 돈, 아메리칸드림이 주는 중독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이 작품은 2000년 미국 영화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DARREN ARONOFSKY)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셀비는 대부분의 글을 문법, 구두점, 혹은 어법에 얽매이지 않고 썼으며 주요 작품으로 LAST EXIT TO BROOKLYN(1964), THE ROOM(1971), THE DEMON(1976), REQUIEM FOR A DREAM(1978), SONG OF THE SILENT SNOW(1986), THE WILLOW TREE(1998), WAITING
PERIOD(2002) 등이 있다.
역자 : 황소연
역자 황소연은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를 졸업했다. 언어와 문학에 매료되어 출판 기획자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거물들의 춤』, 『베타』, 『인생의 베일』, 『말리와 나』,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프랑켄슈타인』, 『퓨어』, 『파랑 피』, 『가진 자와 못 가 진 자』, 『피터 님블과 마법의 눈』,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외 다수가 있다.
우리가 사랑한 영화,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영화 「레퀴엠」 원작!
영화 「노아」, 「블랙 스완」, 「더 레슬러」 등을 연출한 세계적 영화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Darren Aronofsky)는 대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우연히 휴버트 셀비 주니어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읽고 완전히 매료되었다. 차기작을 고민하던 대런은 망설임 없이 셀비의 작품 중 하나인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을 선택했다. 그는 원작에 충실한 연출을 통해 중독이 어떻게 인간의 정신을 굴복시키는지 그 과정을 신랄하게 조명했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시카고 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수상,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2001년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후 개봉되었다. 국내 개봉 시 한 차례 수입심의 반려를 겪었고 제한된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관객수 1만 5천 명을 기록하며 값진 흥행을 거뒀다.
“인간을 굴복시킨 중독의 승리 선언문”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좌절된 희망, 실패한 아메리칸드림 탓에 무언가에 중독된다. 이들은 각자 꿈과 이상을 품어보지만 현실의 굳건한 벽에 부딪히며 스스로를 파국의 길로 내몬다.
연인 사이인 해리와 마리온은 자신들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하고, 친구인 타이론은 밑바닥 인생을 탈출하고 싶어 한다. 꿈을 위해 그들은 많은 양의 헤로인을 사서 그것을 되팔아 부자가 되려 한다. 해리의 어머니 사라는 남편을 잃고 외롭게 지내던 어느 날 TV 토크쇼에 출연하라는 제안을 받는다. 희망에 부풀어 몇 주 동안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던 사라는 이내 약에 중독되고 해리와 마리온, 그리고 타이론은 그들이 산 헤로인에 중독되며 파멸을 향해 내리닫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이상과 아메리칸드림이 가진 허상 사이의 간극을 깨닫지 못한다. 거짓된 허상을 쫓는 그들이 참된 이상을 경험하기란 불가능했고, 그 결과 가치 있는 모든 것을 잃고 만 셈이다.
인물들은 눈뜨면 마주하는 ‘현실의 나’를 견딜 수 없어 다시 주사기를 들며 이미 곯아터진 혈관을 들쑤신다. 어쩌면 소설 속 진짜 주인공은 등장인물들의 적, 바로 중독일지도 모른다.
작가인 셀비 조차도 어린 시절 앓게 된 폐 질환의 후유증으로 평생 약물 중독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평생 급성 폐질환에 고통 받았는데, 이로 인해 20여 년간 진통제와 헤로인 중독에 빠지게 됐다. 소설에 표현된 적나라한 현실은 그가 유년 시절 경험했던 암울하고 폭력으로 가득 찬 세계가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중독에 빠졌던 내력이 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명작이라니,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셀비의 소설을 이해한다는 것은 미국의 분노를 이해하는 것이다.”
셀비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감성을 누구보다 강하게 전달하는 작가다. 마약 중독자들의 처절한 고통, 숨을 옥죄는 편집증적 망상, 부모나 결혼 생활, 성행위에 대한 숨 막히는 분노, 이룰 수 없는 꿈에 대한 가련한 장광설 같은 고통 말이다. 힘없는 자들이 꿈을 꾼 대가로 치러야 하는 극심한 고통은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독자들은 셀비가 그려낸 생지옥을 꼼짝없이 목도할 수밖에 없다.
셀비는 이 작품을 통해 물질이 주는 환상을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미국이 전대미문의 번영을 꽃피웠다 할지라도 ‘아메리칸드림’은 공연한 환상일 뿐이라고. 또한 왜곡된 환상은 취한다고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들을 쫓는 것은 거짓된 삶이며 진실에 등을 돌리는 일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희망을 쫓아 힘껏 질주하지만 결국 그 결승점은 중독이 쳐놓은 그물에 이르는 스토리는 그의 경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한편 셀비는 『레퀴엠』과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통해 도시 빈민층이 예술을 위한 소재로 얼마든지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그려낸 빈민층 이야기를 두고 작가 리처드 프라이스는 “밑바닥 인생의 목소리와 몸짓은 수세기에 걸쳐 면면히 이어진 문학사에 비추어 보아도 너무나 인간적이고, 너무나 소중하며, 너무나 훌륭하다.”고 평했다. 거리 위의 잔혹한 삶이 화려한 재즈 선율 같은 문체를 만난 형국이다.
추천사·해외언론평
“거리의 비속어와 흔하디흔한 말들, 욕설과 헛소리로 시적 언어를 창조해내다.”
_The Nation
“셀비의 예술적인 능력은 비인간적인 것들을 인간답게 만들고 독자의 마음에서 인간적인 면을 끌어내는 데 있다. 어느 누구도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감성을 셀비처럼 전달할 수 없을 것이다.”
_리처드 프라이스(작가)
“셀비는 우리가 소설 속으로 곤두박질칠 것을 본능적으로 꿰뚫고 있다. 검은 유리잔이 산산조각 부서지듯, 우리를 단칼에 저민다.”
_Saturday Review
“셀비의 소설을 이해한다는 것은 미국의 분노를 이해하는 것이다. 수많은 미국 작가들 중 맨 앞자리, 셀비의 자리는 바로 거기다.”
_The New York Times
“셀비는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나 그 누구도 모르는 인간 존재의 뒤태에 찬란한 빛을 던졌다. 무자비하게, 끊임없이, 고동친다.”
_Newsweek
“셀비는 우리가 소설 속으로 곤두박질칠 것을 본능적으로 꿰뚫고 있다. 검은 유리잔이 산산조각 부서지듯, 우리를 단칼에 저민다.”
_Saturda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