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조각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이야기!
60여 개의 기사와 9개의 만평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강병융의 소설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 새로운 형식과 낯선 담론의 구현을 추구해온 작가가 이번에는 패러디와 키치적 유머로써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을 시도했다. 기사, 편지, 사전항목, 그림 등 다양한 형식들을 나열하고 배치하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Y’라는 인물의 삶을 퍼즐을 맞추듯 재구축했다. 파편적인 이미지들과 단편적인 사건들, 감정의 단면들의 배치와 연결이 어떻게 하나의 삶과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그려내고 있다. 각 기사들은 독립되고 완결된 서사를 이루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강병융
여행의 행복은 장소가 아닌 내가 만드는 것이고,
‘떠나서 읽음’ 그것이 행복이라고 믿는다.
1975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2013년부터 슬로베니아에서 살고 있다.
명지대학교와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현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장편소설 『상상 인간 이야기』,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 『나는 빅또르 최다』, 『손가락이 간질간질』, 소설집 『무진장』,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에세이 『아내를 닮은 도시(류블랴나)』,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 등을 펴냈다. 최근 『나는 빅또르 최다』가 러시아와 브라질에서 출간되었다.
editor’s letter 그깟 코 하나쯤 없어도 괜찮다 ●
남들과 다르다면 ●
birth 피폭소년, 노하라 신노스케는 명랑했다
babyhood 문경시 아이둥근터로 오세요
move 시골에 오길 참 잘했네 vs 진작 서울에 올걸
butterfly 문경나비대축제 8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 선정
family 아빠가 둘이든지, 엄마가 남자든지
toy 뽀통령은 가라 이제 꼬까신이다
first love 당신은 몇 살 때 첫사랑에 빠지셨나요?
decisive moment “사랑을 찾습니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귀여운 순애보
music 폭발적 율동, 전통적 멜로디 댄싱 그룹 ‘불나비스타일쏘세지글러브’ 주가 급상승
baseball 동성애자들 사회인 야구단 버디스 창단
love place 우리는 왜 그토록 자주 엘리베이터에서 사랑에 빠지나?
elementary school entrance 구로구, 18일 장애아동 취학설명회 개최
game ‘잇 더 소시지’ 최고의 캐주얼 게임으로 선정
highlight 태어나 보니 코가 없고, 아빠는 동성애자
당하기만 한다면 ●
elementary school life 상품권 상납하고, 사포로 코 없는 장애우 얼굴 문지르고
problem about parents 한글을 모를 땐 여기로! 국립국어원 콜센터, 가나다라마바사 전화
music ‘불나비스타일쏘세지글러브’ 2집 음반 불티
friend’s appearance 어른들은 모르는 ‘초딩만의 세계’
magazine 교육 잡지 『Mom마음』 다양화된 교육 환경과 논술 사고력 증진법 소개
music ‘불나비스타일쏘세지글러브’ 3집 앨범 다양한 장르로 강한 사회적 메시지 투척
education 요즘 중학생들 “공부? 왜 해요?”
middle school life 코 없는 중학생 집단 ‘왕따’ 그러나 학교선 ‘쉬쉬’
music 돌아오는 ‘불나비스타일쏘세지글러브’ 또다시 성공할까?
teenager crime 타락의 종합 선물 세트! 노래는 부르지 않는 여기가 노래방?
baseball “늘 야구공을 쥐고 다녔어요!” 동성애자 야구 팀서 고교생이 ‘노히트노런’ 기록
criminal psychology 아동 성범죄 왜 자꾸 일어나나?
cutting “두 손이 따로 놀아?” 외계인 손 증후군 환자 자신의 손목 스스로 절단
robbery 종이 한 장으로, 사이드미러만 보고…… 다양한 차량 절도 수법 등장
literature 문학인가? 외설인가? 강모 『난 카라멜마끼아또』 출판사 책임 편집자 구속
highlight 코 없는 학생의 괴로운 학창 시절
사랑도 못한다면 ●
entrance examination 주요 대학 신입생 정시 모집 경쟁률 하락, 낙성대 철학과 20 대 1 이례적
party for the freshmen 주색에서 환각까지 ‘막장’ 신입생 환영회
irrationality 학구열 높은 한]중h일의 동시에 터진 충격적 입시 부정
enlistment 그들은 왜 일찍 군대에 가려 하는가?
friendship 치밀하게 준비한 희대의 입시 부정인가? 환각 상태에서 뱉어낸 희대의 거짓말인가?
the others ‘먹고 대학생’ 사라져
rejection 노래방 도우미들이 밝히는 ‘이런 남자 절대 돕고 싶지 않다’
music ‘불나비스타일쏘세지글러브’ 은퇴 공식 발표
destiny 살아 있는 현대미술 대표 작가 장민영을 서울에서 만나다
heart 츠란프 프카프는 왜? 구레가리 잠바는 어째서?
contempt 콧대가 낮을수록 모멸감을 크게 느낀다
first crime 나비를 핑계로 유명 소설가 아들이 유치원 여아 성폭행
testimony 아파트 단지의 평화를 위해 법정서 진술
suicide attempt ‘나비 성폭행’ Y씨, 자살 기도 중태
revival ‘나비 성폭행’ Y씨, 일반실로 돌아가
last warm 눈 대신 햇살 가득한 소설
determination 집행 없는 화학적 거세
castration 대한민국 화학적 거세 제1호 ‘나비 성폭행’ Y씨
music 태히 컴백 사실, 새 음반 내달 8일 전격 발매
nature 내년 문경나비대축제 주인공은 ‘불나비’
freedom ‘나비 성폭행’ Y, ‘광복절 특사’ 가석방 소식에 네티즌 갑론을박
highlight Y, 스스로 ‘거세’를 선택하다
정말로 그렇다면 ●
life’s essential 아름답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예술적이기까지 한 으뜸 화장실들
repetition 대구서 여성 상대 성폭행 등 강력 범죄 잇달아
tool 단순히 좋은 칼이 아닌 소비자에게 완벽한 ‘절단’을 선사하는 칼
cutting 고기는 제대로 잘라야 제맛!
suicide 태히의 삶, 음악 한국 모던댄싱뮤직의 별 지다
finally Y, 거세된 채로 노래방에서 발견
mother ‘장민영 개인전’, 갤러리 지움에서 8월 28일까지
highlight 화장실을 그래도 화장실
books 새 책 소개
weather 오늘의 날씨
추천사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 ●
Recommendation Juan Manuel Marquez ●
참고 기사 목록 ●
해설 ‘why’의 비극, ‘how’의 희극
– 강병융의 小說을 읽기 위한 또 하나의 허구적 間作 _최정우 ● 305
우주적 몽상이 실험적 글쓰기를 만나다!
60여개의 신문기사로 모자이크된 특이한 가담항설
끝없이 갈라지는 패러디의 향연
아이러니와 풍자를 넘어서 가슴을 움직이는 강렬한 페이소스
농담의, 농담에 의한, 농담을 위한 진실의 잔해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은 원래가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의 변주일 뿐이다. 완전히 처음 보는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생경한 이야기. 소설이 가지고 있어야 할 문학적 상상력은 그러한 가설을 늘어놓으며 풍요로운 세계를 펼쳐 보임으로써 입증된다.
강병융은 장편소설 『상상인간 이야기』, 소설집 『무진장』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과 낯선 담론의 구현을 추구해왔다.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는 그가 6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로, 독립적인 60여 개의 기사와 9개의 만평이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최근 들어 젊은 작가들에 의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중간문학이 선보이고 있지만 이 작품처럼 내용과 형식이 과감한 파격을 취한 문학은 없었다. 패러디와 키치적 유머로써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문학적 시도인 이 작품은 신선한 충격과 사고의 전환을 맛보게 해줄 것이다.
무수한 조각들로 맞춰지는 하나, 그리고 수십 개의 이야기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는 매우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듯 보이는 접근방식으로 기사, 편지, 사전항목, 그림 등 다양한 형식들을 종횡무진 나열하고 배치하는 특이한 구성을 통해 ‘Y’라는 인물의 삶을 퍼즐을 맞추듯 재구축하고 있다.
작가는 파편적인 이미지들, 단편적인 사건들, 감정의 단면들의 우연적 배치와 필연적 연결을 통해서 어떻게 하나의 ‘정체성’이 구성되는가, 또한 어떻게 하나의 ‘파국’이 완성되는가 하는 문제를 가벼우면서도 심도 있는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우선 ‘Y’라는 인물을 하나의 기표로 보고 그 동일한 기표를 각각의 기사들 안에서 전혀 다른 맥락에 놓는다. 그리고 그러한 상이한 맥락을 통해 동일한 기표는 시시각각 스스로 다른 것으로 변화하고 또한 주변을 변화시킨다.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 안에서 ‘Y’의 삶이 파국으로 치닫고 와해되는 과정이, 그의 아버지 ‘강모’의 소설이 완성되는 과정, 그의 어머니 ‘장민영’의 미술작품들이 확립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같은 내용의 드라마로 완결되는 과정과 평행하게 이루어진다는 것 역시 그와 상통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종류의 기사 수십 개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각각의 기사들은 따로 떼어 놓고 봤을 때 하나의 독립되고 완결된 서사를 이룬다. 그리고 그 단락 사이사이에 안팎 없는 이야기들은 한 축으로는 각각의 기사가 꼬리를 물듯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리하여 육십여 개의 기사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이다.
결국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는 일견 파편처럼 그려진 단면들이 어떻게 하나의 삶을 다시 재구성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우리에게 거꾸로 되묻고 있는 작품이다.
농담의, 농담에 의한, 농담을 위한 진실의 잔해들
– 희극의 그릇에 담긴 비극의 요리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는 기사의 형식으로 유행의 패러디와 페티시, 광고, 문화 · 사회의 비판적인 시선을 폭로하고 있다. 코 없이 태어난 한 남자가 결국엔 스스로 거세를 선택하게 된다. 암울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시종일관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인식하고 재미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친숙한 세계의 이야기 속에 새로운 세계가 끼어들면서 비틀어 질 때 느끼는 짜릿한 일탈. 익숙한 것이 생경해지는 순간 농담의 매력은 극대화된다. 농담은 삶을 반영하는 허구의 본질에 접근하면서 이야기가 전할 수 있는 것들을 향한다. 허구와 현실이 뒤섞여 어디부터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순간에 우리는 이야기가 가진 가능성을 만나게 된다.
서로 전혀 관계가 없게 보이는 여러 뒤섞인 사실들 안에서 하나의 길을 내고 그 사이에 드러나는 몇 가지 진실들, 그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처음의 낯설음을 넘어서 Y의 이야기가 분명하게 들려오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를 통해 잡스러운 것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하나의 세계가 어떤 허구적 진실성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병융의 잡학다식한 지식과 농담과 장난의 아슬아슬한 경계의 시도가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은 하나의 풍자 문학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