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가 맞닿는 순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인간의 공허와 고독에 대한 입체적 사유
20만부 베스트셀러 『오즈의 의류수거함』 유영민 신작
대한민국에서 실종되는 사람 연간 약 10여 만 명.
우리 주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첫 장편소설 『오즈의 의류수거함』으로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세종도서, 문학나눔, 안산의책 등에 선정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유영민 작가가 이번에는 ‘사라진 사람’을 소재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형사를 그만두고 민간조사원으로 일하는 성환은 6년 전 사라진 문미옥의 행방을 알아봐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머지않아 사망처리가 되면 그녀 앞으로 가입된 30억 원의 보험금이 남편 오두진에게 지급될 예정이라고. 성환은 조사를 진행하며 주요 인물을 차례로 만나보지만, 어쩐지 그들은 능숙하게 연기를 하는 것만 같은데….
소설은 국내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 실종된다는 사실적인 소재와 다시 나타난 실종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전략을 통해 독자를 보다 현실적이며 공감 가는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에서는 반전도 놀랍지만 반전에 이르기까지의 감정 묘사 또한 탁월하다. 흩어진 사건들을 하나로 모으는 치밀한 구성, 설득력 있는 사건과 수사 과정, 끝까지 긴장감을 주는 반전이 적절히 녹아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묵직한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유영민
저자 : 유영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첫 장편소설 『오즈의 의류수거함』으로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헬로 바바리맨』이 있고, 참여한 소설집으로 『십대의 온도』 『마구 눌러 새로고침』이 있다.
실종
122
1억 6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행성
에필로그
작가의 말
“부부 싸움을 자주 했나요”
“아니라오. 도리어 없는 게 문제였지.”
몇 초의 간격을 두고 노인은 덧붙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판 남남끼리 한집에 살았던 거였어.”
홍보 대행사의 안경이 오두진 부부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고 하긴 했다. 그러나 지금 이 노인은 그 정도를 넘어 아예 전
혀 애정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적지 않은 충격 속에서 성
환은 입을 열었다.
“방금 남편과 아내가 겉으로 사이가 좋은 척했다고 말씀하셨
는데, 그건 일종의 연기를 했다는 뜻인가요? 배우처럼 말입니다.”
고요한 표정으로 노인은 대답했다.
“맞아요. 그들은 연기를 했어요.”
— p.126
그의 몸에서 미세하게 새어 나오던 결핍과 공허의 냄새…….
여태껏 품고 있던 강렬한 의문의 답을 알게 된 성환은 착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는 그 이유가 자신이 오두진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결핍과 공허를 채우는 무언가가 오두진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자신은 존재했으나 사라진 것이었다. 쓴침을 삼키며 성환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입 속으로 되뇌었다. 결핍은 파멸을 부른다. — p.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