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내 이름은 김호두. 엄마는 없지만, 괜찮다.
대신 아빠들과 함께 사니까.”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디딤돌이 되어 줄 반짝이는 시선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0권, 『특별한 호두』가 출간되었다.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특별한 호두』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가정에서 살아가는 호두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나가며 다름과 틀림, 특별함과 평범함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신선한 힘을 지닌 작품이다.
‘김호두’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호두는 어릴 때부터 이름으로 놀림을 많이 받아 왔기 때문에 이름으로 주목받는 것은 이제 아무렇지 않다. 사실 호두에게는 이보다 더 커다란, 보통의 상상을 뛰어넘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호두가 ‘큰 아빠’와 ‘작은 아빠’라고 부르는 두 아빠와 함께 엄마 없이 셋이서만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호두는 학교가 끝나면 보통 작은 아빠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큰 아빠가 카페 오픈 때 사 왔던 선인장 화분에서 누가 선인장만 뽑아간 것을 작은 아빠가 발견하는데…….
■■■ 출판사 리뷰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특별한 이름과 특별한 가족,
이 모두를 지극히 보통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소년 호두의 경쾌한 발걸음
『시간을 파는 상점』을 시작으로 『오즈의 의류수거함』 『소리를 삼킨 소년』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에 이르기까지 꿈꾸는 십 대를 위한 이야기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 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이 13회를 맞았다. 이번 수상작 『특별한 호두』는 독특한 이름과 특이한 가족을 가진 소년의 반짝이는 성장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다사다난한 삶과 충격에 대처하는 새로운 주인공 상의 탄생’이라는 평을 받았다.
주인공 호두에게는 엄마가 없다. 대신 두 아빠와 함께 산다.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는 큰 아빠와 동네에서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작은 아빠. 호두를 임신한 채 심각한 병을 앓고 있던 호두의 엄마는 호두의 아빠로 추정되는 큰 아빠와 작은 아빠 모두에게 아이가 생겼다고 연락한다. 두 아빠는 고민 끝에 호두가 둘 중 누구의 아들인지 확인하지 않고 호두의 외할머니에게 도움을 받으며 함께 호두를 키운다. 그래서 호두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없고, 아빠가 둘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자라난다.
중학교에서 보내는 첫 일 년을 지나는 중인 나는 두 명의 남자와 함께 산다. 이 남자들은 둘 다 자신이 내 아빠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나의 가장 특이한 점이다.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 나만의 특별한 점.
어릴 때는 두 명의 아빠가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과일 가게를 하다가 얼마 전 동네에 조그만 카페를 개업한 아빠(난 이 아빠를 작은 아빠라 부른다)의 강력한 주장 때문에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에겐 엄마와 아빠가 한 사람씩 있다는 것조차 잘 몰랐다.
_본문 중
“근데, 왜 엄마는 왜 두 아빠를 선택한 거야?”
끊임없이 생겨나는 ‘나’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그곳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커가며 자신의 가족 구성이 독특하다는 것을 알게 된 호두는 엄마가 두 아빠를 선택한 이유, 두 아빠가 자신을 키우게 된 마음에 조금씩 의문을 느끼게 된다. 이에 할머니에게 엄마에 대해 묻고 아빠들에게도 왜 셋이서 같이 살게 되었는지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작은 아빠의 카페에서 일어난 선인장 도난 사건,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입원, 생각대로 되지 않는 글쓰기 등 여러 사건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호두의 마음속은 점점 복잡해져만 간다.
“할머니 많이 아프셔?”
“음…….”
아빠는 잠시 생각하다 볼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직은 몰라. 아침에 너 데려다주고 잠깐 전화를 했는데, 할머니가 많이 아파하셔서 바로 병원으로 모시고 온 거라……. 병원으로 오는 동안 할머니가 호두 보고 싶다고 하셔서, 진욱이가 학교로 간 거고.”
“무슨 검사 받으셨어?”
“여기저기, 이것저것.”
_본문 중
“아빠, 근데 왜 우린 셋이 같이 살아?”
“아들이니까, 가족이니까 같이 사는 거지, 뭐. 당연한 걸 물어.”
특별함과 평범함을 모두 끌어안아 만들어 낸 평화로운 공존
『특별한 호두』는 기존의 청소년문학 작품들과는 다른,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이야기다.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특이한 소재는 이 소설을 다른 청소년소설과 차별되는, 새로운 지점으로 올라가는 발판으로 만들어준다. 또 민감하고 임팩트 있는 수많은 사건을 풀어내는 호두의 목소리는 덤덤하기에 오히려 독자의 마음에 큰 반향을 남긴다. 호두가 겪고 느끼는 사춘기의 시작점에 다다라 점점 많아지는 생각, 자신의 무의식과 속마음을 담아내야 하는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눈을 뜰 때마다 세상이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모든 청소년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초반에 등장해 호두의 생각을 다양한 방향으로 이끌고, 호두의 글로써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뽑혀 사라진 선인장’은 우리의 삶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역경에 관한 은유다. 이 소설은 한 청소년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역경을 딛고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미래로 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호두의 이야기는 특별함과 평범함을 모두 끌어안은, 새로운 방식의 평화를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이러한 평화로움에 감싸여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이다. 『특별한 호두』를 통해 이 반짝이는 힘을 모든 청소년이 얻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또 온통 혼란스럽고 때로는 슬픈 늦봄을 지나 뜨거운 햇살이 찬란한 여름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호두의 모습을 본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우리의 평범함은 곧 우리가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목소리니까.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요즘, 만만치 않게 자극적인 환경에 처한 호두가 마치 동화 속 인물들처럼 자신을 아끼고 배려해 주는 주변 사람들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 것처럼, 나 역시도 호두와 호두의 주변 인물들에게 위로를 얻고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었다.
_작가의 말 중
★심사평★
소설은 갈등의 문학이다. 하지만 폭력, 자살, 죽음이 난무하는 현재 청소년문학의 자극적인 흐름 속에서 이 작품이 보여주는 폭발력 있는 소재 속 차분함과 담담함은 인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읽혀 우리에게 믿음을 준다.
누구나 특별하다고 볼 만한 상황을 덤덤하게 풀어가고 끝끝내 ‘한 방’을 보여주지 않는 점 역시 다른 이야기들과 명확한 차별점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이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바람이 되기를 바란다.
_송수연, 유영민, 이명랑(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
■■■ 지은이
서동찬
1984년에 태어났다. 2013년 『새장 속의 새들』로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우수상을, 2015년 『범인, 그들은 모른다』로 대한민국전자출판대상 작가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 차례
내 이름은 김호두
글쓰기 반
비밀이 많은 애
하나뿐인 할머니
방향이 같아서……
잠도 오지 않을 것 같은 밤
말다툼
불편한 마음
항상 내 편인 사람
비밀이야
생각해 보지 않은 일
밤 시간의 집안 풍경
여행
파도치는 바다
산책
할 얘기
새벽 바다
사진 속의 엄마
내 이름으로 된 책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
일기장이 담긴 상자
잔가시 선인장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내 이름은 김호두. 어릴 때부터 워낙 놀림을 많이 받아 왔기 때문에 이젠 아무렇지 않은 이름. 아니, 오히려 좋다. 이름이 호두라, 다른 사람들은 이름이 이상하다는 것에만 주목하니까. 이름은 내 다른 면들에 비하면 평범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니까.
_7쪽
아빠는 내 머리를 마구 헝클곤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작은 아빠는 계산대 앞 테이블에, 큰 아빠는 창가 쪽 테이블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말없이 아이스크림만 먹었다.
누가 보면 어색해 보일지 모르나 내겐 익숙한 상황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앉아 아무 말 없이 자기 할 일을 하는 두 아빠. 셋이 있을 땐 늘 이런 분위기여서 그런지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편안하다.
_44쪽
“생각, 아니 호두, 너네 어머니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움찔하자 아빠가 먼저 나섰다.
“호두 엄마는 여기 없어.”
“아, 네.”
“호두 낳고 얼마 안 돼서 하늘나라로 갔거든. 그래서 호두는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없을 거야.”
웅희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표정이고 아빠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다. 물론 여기저기 소문이 나서 좋을 건 없지만, 이 정도는 친구들에게 알려져도 괜찮다. 아빠가 나에겐 아빠가 한 명 더 있다는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호두는 사실 나 말고도…….”
“아빠.”
역시나 아무 생각 없이 전부 이야기할 것 같더라니.
_67~68쪽
아빠가 둘이니 할머니는 세 사람이어야 하지만, 내겐 할머니가 하나뿐이다. 정확히는 외할머니. 두 아빠는 예전부터 내게 할머니는 외할머니 한 사람뿐이라고 했다. 역시 어릴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만, 나이를 먹고 두 아빠와 할머니가 나누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아빠들은 나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로 가족들과 연락을 하지 않고 있고, 큰 아빠만 큰 아빠의 누나와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걸.
_81쪽
“할머니도 다른 사람들하고 많이 다르지 않아. 어디서 아빠 둘이 애 하나를 키운다고 했으면 무슨 사연일까 궁금하고 그랬겠지. 아마 호두 아빠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호두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이 같이 살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상상도 안 해 봤을 거고, 그럴 생각도 없었을 거야. 어쩌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 호두는 너무 특별하고 소중한 아이니까, 할머니도, 두 아빠도 호두랑 같이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선택한 거야.”
_93~94쪽
“난 엄마가 재혼해서 새아빠까지 두 명이야. 근데 넌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아빠가 두 명이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말을 고르고 있는데 지우가 다시 말했다.
“미안, 그냥 물어본 거야.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지우의 표정을 잠시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난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는 없고 아빠가 둘이었어. 그래서 그게 이상한 건지도 몰랐어. 그게 내겐 당연한 일이어서, 왜 그런지 설명하기가 어려워.”
“그렇구나.”
_109쪽
큰 아빠는 소파에 앉아 TV 쪽은 쳐다보지 않고 휴대전화만 보고 있고, 작은 아빠는 바닥에 앉은 채 소파에 기대어 TV와 휴대전화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있다. 적당히 떨어져 앉아 제 할 일을 하는,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밤 시간의 집안 풍경이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두 아빠의 모습도 조용한 집 안에 가득 퍼지는 TV 소리도 전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단순히 기분 탓이라기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 분위기와 내 마음은 어떡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게 사춘기라는 건지, 그래서 이런 건지, 아니면 다른 어떤 건지.
_180쪽
“넌 아빠 둘이랑 살아서 불편한 건 없어?”
“불편한 건 많아.”
“많아? 어떤 게 불편한데?”
“어디 가서 엄마 얘기가 나올 때 엄마가 돌아가셨단 얘길 하고 나면 결국 아빠가 둘이란 이야기까지 해야 할 때가 생기니까. 어릴 땐 몰랐는데, 이제는 아빠가 둘이란 게 알려지면 설명을 해야 하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건 그렇겠다.”
작은 아빠는 내 쪽을 보며 천천히 고갤 끄덕이곤 다시 걸었다.
“그럼 한 사람하고만 사는 건 어때?”
“응?”
“나나, 진욱이나, 한 사람하고만 사는 건?”
_214쪽
아빠와 함께 복도를 걸어 계단을 내려왔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설마 하는 생각이 사실인 걸 확인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조용히 아빠를 따라 학교를 나왔고, 한쪽에 세워진 차에 올랐다.
“호두야.”
“응?”
“이제 병원으로 갈 거야.”
_258쪽
분명 이곳이라면 살아가기에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햇볕도 잘 들고, 흙도 부드럽고 포근하다. 하지만 혼자 남고 싶지 않았다.
“다른 데로 가자.”
“응?”
“우리가 다 같이 지낼 수 있는 곳으로 가자.”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을지도 몰라.”
“이만한 자리가 없을 수도 있어.”
둘의 말에 난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같이 있고 싶어.”
내 말에 고민하던 검은 강아지가 말했다.
“그래, 그럼 같이 살 수 있는 곳으로 가자.”
_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