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수없이 되감긴 하루 속에서
변한 건 단 하나, 서로를 향한 마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1권 『오늘, 오늘, 오늘! 12월 3X일』이 출간되었다. 저자 박상기는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황금도깨비상, 넥서스 경장편작가상 대상 등을 수상한 작가로, 아동·청소년 문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밝고 따뜻한 교훈을 건네주고 있다.
이번 신작 『오늘, 오늘, 오늘! 12월 3X일』은 중학교 2학년 강재환이 12월 30일을 반복하며 펼쳐지는 타임 루프 성장소설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그렇기에 잊어버린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보며 가족이라는 가장 따뜻한 울타리의 의미를 재고한다.
주인공 재환은 매일 차고 다니는 푸른 돌이 박힌 팔찌가 정말 싫다. 엄마가 어린 시절부터 절대 두고 다니지 않게끔 했기 때문인데, 엄마는 그 돌을 ‘운명석’이라고 부르며 특별 취급해 왔기에 창피함은 덤이었다.
겨울 방학 첫날, 재환의 가족은 연말 여행 삼아 제주도로 떠난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에서 재환은 우연한 사고로 운명석에 코피를 묻히게 된다. 기묘하게도 아무리 묻은 피를 닦아도 운명석은 핏빛으로 물든 채 본래의 파란색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 순간부터 재환은 12월 30일이 반복되는 굴레에 빠지고 마는데.
알 수 없는 괴현상으로 하루를 반복하게 된 재환은 가족의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되며, 해체 직전의 가족을 다시금 봉합하고 무사히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 지은이
박상기
2013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에 청소년 소설이 당선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눈높이아동문학상, 황금도깨비상, 비룡소 역사동화상, 넥서스 경장편작가상 등을 받았다. 늘 엉뚱한 상상에 빠지면서도 주변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소설 『옥수수 뺑소니』 『내 몸에 흐르는 뜨거운 피』 『가출 모범생 천동기』 『우린 세계최강입니다』와 동화 『바꿔!』 『도야의 초록 리본』 『고양이가 필요해』 『백제 최후의 날』 『고구려 최후의 날』 『우정 챌린지』 등이 있다.
■■■ 목차
프롤로그 : 십육 년 전
붉어진 운명석
그날 오후
12월 30일?
출구
그날 밤
엄마
운명석의 균열
담판
강초연
작당
단독 행동
마지막 시도
대화
그렇게 오늘
작가의 말
■■■ 출판사 서평
아무리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마음을 외면하면 다음 날은 오지 않는다!
자음과모음 청소년 문학 131권 『오늘, 오늘, 오늘! 12월 3X일』이 출간되었다. 우리 주변의 따뜻한 시선을 포착해 내는 박상기 작가는 현직 국어 교사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의 시선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작금의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조언과 교훈을 누구보다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박상기 작가가 이번에 주목한 소재는 ‘타임 루프’다. 12월 30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주인공 강재환이 다음 날로 탈출하기 위한 방법을 탐색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족 구성원이 다시 화합하는 과정을 그렸다.
겨울 방학이 시작된 지 딱 하루가 지난 날,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잠든 재환은 아침 일찍부터 자신을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뜬다. 가족여행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재환은 가기 싫어서 투정을 부리지만 이란성 쌍둥이 초연과 엄마의 불호령에 어쩔 수 없이 준비를 시작한다. 출발 전, 재환은 엄마의 말에 네모지고 푸른 돌이 박힌 팔찌를 챙긴다.
팔찌에 들어 있는 돌은 ‘운명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재환의 엄마가 가족들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을 무렵, 제주도로 여행 갔을 때 어떤 노파로부터 산 돌이었다. 돌은 본래 한 쌍으로, 노파는 ‘아들과 딸의 운명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노파의 말을 흘려들었던 엄마는 정확히 1년 후에 재환과 초연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 처박아 두었던 돌을 바로 꺼내 언제나 아이들에게 지니게 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나가려는데 엄마가 한마디 했다.
“재환아, 팔찌.”
엄마가 직접 마크라메로 수놓은 팔찌가 책상에 놓여 있었다. 팔찌의 한가운데에는 네모지고 푸른 돌이 박혀 있다. 엄마가 운명석이라 부르는 돌이었다. 이게 내 운명을 바꿔 준다는 말은 안 믿은 지 오래다. 그게 사실이면 지금 내 삶이 이렇게 재미없을 리 없으니까.
중학생이 되자마자 엄마에게 대든 적이 있었다. 이 촌스러운 팔찌 안 하고 싶다고. 엄마는 화를 내는 동시에 울었다.
_본문 중
제주도에 도착한 재환과 가족. 재환은 엄마가 잔뜩 꾸미고 간 것도, 초연이 보안 검사에서 걸린 커터 칼을 아득바득 챙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학이 계속되길 바라는데.
비행기 착륙 전, 코를 파던 재환은 비행기에 가해진 충격으로 코피가 나고 만다. 코피가 운명석에 떨어지고 피를 닦아내지만 어째선지 푸른 빛이어야 하는 운명석은 빨갛게 물들어 버린다. 초연은 재환의 운명석을 보고 경악한다.
“너 무슨 생각으로 이랬어?”
다짜고짜 매서운 얼굴로 따지는 초연이었다. 나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
잠시 후, 좌석 벨트 표시등이 꺼지고 승객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섰다. 그런데 초연이 여전히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려. 다 왔잖아.”
그제야 초연도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하지만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_본문 중
이미 수학여행으로 왔던 곳인지라 관광 코스도, 점심 식사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재환은 계속 차에 남는다. 그런데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아예 부모님은 서로 경멸하듯 대꾸도 하지 않고, 초연은 눈이 팅팅 부어서 돌아온다. 결국 숙소로 돌아가길 선택한 가족. 부모님은 서로 왜 말을 자꾸 미루냐는 대화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 시작한다. 그때 정면에서 다가오는 차량으로 인해 큰 교통사고가 나고, 재환은 정신을 잃는다.
그런데 재환이 눈을 뜬 건 병원이 아닌, 제주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비행기 안이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하루. 대설 특보 재난 문자부터 차 사고가 나서 정신을 잃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똑같다. 몇 번의 확인을 거치고 재환은 자신이 12월 30일에 갇혔다는 걸 깨닫는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 때문에 벌 받나?
(……)
오늘은 대체 며칠인 걸까. 12월 30일이 사흘째 반복되고 있으니 원래대로라면 1월 1일이 돼야 했다. 하지만 해가 안 바뀌었으니 올해로만 따지면 12월 32일……. 말이 안 된다. 일단 오늘을 ‘12월 3X일’로 불러야겠다.
어쨌든 나는 12월 3X일에서 탈출해야 한다.
_본문 중
반복되는 하루, 무너지는 가족
그러나 부딪히고 어긋나도, 결국 돌아가게 되는 곳
겹겹이 쌓인 오해와 갈등의 단층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향한 미움을 싹 지워 버릴 수는 없을까. 나름 노력해도 실패만이 쌓이는 재환의 모습은 특히 사춘기로 가족과 거리를 두는 많은 청소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 쌓아갈 시간이다.
비록 처음엔 서투른 방법으로 감정의 골만 깊어졌지만, 저마다 깊은 속내를 하나씩 털어놓으면서 오랜 시간 퇴적된 갈등은 조금씩 깎여나가기 시작한다. 파편처럼 흩어진 고백들이 모여 가족 모두가 진실을 마주하게 됐을 때, 재환의 가족은 비로소 ‘12월 3X일’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를 얻는다.
“우리 가족도 ‘팀플’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는 재환의 말처럼 가족이란, 끊임없는 팀플레이와 다름없다. 가장 가깝지만 가깝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관계. 그럼에도 가장 가까이 있기에 가장 따뜻한 손길을 조건 없이 내어줄 수 있는 관계. 그러니 가정을 ‘울타리’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난 이대로 엉망이 되게 둘 수 없어.”
초연은 결의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나는 빈정거렸다.
“맘대로 해라.”
초연이 그 표정 그대로 내게 부탁했다.
“도와줘. 엄마 아빠 화해하도록.”
“어떻게?”
“방법을 찾아야지. 네가 오늘을 반복하는 중이니까 어쨌든 기회가 있는 거잖아.”
_본문 중
작가의 말에서 박상기 작가는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지만 그것을 부정하기보다 긍정’하기를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되돌리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의 유익을 발견하는 태도이다.
과거의 잘못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속마음 때문에 저마다의 ‘12월 3X일’에 갇혀 있다는 기분이 든다면 『오늘, 오늘, 오늘! 12월 3X일』이라는 운명석이 독자들에게도 반짝이길 바란다. 희망찬 내일은 언제나 저마다의 길을 비추고 있으니.
우리가 만들어 낸 문제로 차곡차곡 쌓은 탑 위에 살고 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문제는 내 인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야 그것의 유익도 발견할 수 있으니까. 열띠게 부정할 땐 미처 보이지 않던 문제의 이면 말이다.
_작가의 말 중
■■■ 책 속에서
“그냥 집에 놓고 올 걸 그랬어요. 여행 끝날 때까지 투덜거릴 기세인데.”
그 말에 엄마 아빠도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가족 모두 한숨 쉬게 만드는 존재. 나는 딱 그 정도였다.
우리 가족은 나만 빼고 완벽했다.
_17쪽
공항 밖으로 일렬로 선 야자수와 줄지은 택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야자수 잎을 실컷 뒤흔들고 있었다. 커다란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 각자 따로 노는 풍경이다. 나도 따로 놀고 싶다.
_28쪽
유리창이 깨지고, 몸이 붕 뜨고, 엄마와 초연의 머리카락이 거꾸로 솟아올랐다. 아빠의 얼굴은 에어백에 처박혔고, 내 머리는 차의 천장에 부딪혔다. 시간이 멈춘 듯 모든 느낌이 사라졌다.
이렇게 죽는 건가. 눈앞의 모든 것이 새까매졌다.
_40쪽
어른이 지적하니 부부는 나한테처럼 아니꼽게 대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내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는데 아빠가 살렸다. 나는 우리 가족도 ‘팀플’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_64쪽
엄마가 무척이나 흥분했다. 오히려 놀란 건 나였다. 나한테 말 몇 마디만 듣고도 이런 반응이라니. 식물원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진정시켜야 했다. 엄마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차가운 바람이 굴곡진 머리를 헝클어 처량 맞게 했다. 이게 그 정도로 큰일인 걸까.
엄마가 진정된 뒤에야 우리는 다시 식물원에 들어올 수 있었다.
_85쪽
나는 캐리어도 버려둔 채 무작정 달렸다. 오늘 하루는 망했다.
이 상태로 가족과 여행이라니 말도 안 된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어 버릴 것이다. 피시방이든 만화방이든 상관없다. 그냥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_100쪽
“너, 운명석이 변하기 전에 무슨 생각 했는지 정말 기억 안 나?”
“모르겠다니까.”
“예를 들면 소원을 빌었다든지.”
초연의 입에서 ‘소원’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깜짝 놀랐다. 어제도 누군가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말하는 게 꼭 그 할머니 같네.”
_131쪽
“듣고 싶어서. 우리 가족 중에 나만 모르는 게 무엇인지.”
나는 시선을 피했다. 초연이 이 사실을 알면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해 주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_179쪽
“넌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았던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해?”
“가장 좋았던 순간?”
어렸을 적부터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유치원 시절 내가 다른 애한테 맞고 왔을 때 엄마가 그 집에 쫓아가 대판해 준 일, 2학년 때 처음으로 해외여행 한 일, 4학년 때 아빠랑 단둘이 캠프를 다녀온 일이 떠올랐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순간이라면…….
_186~18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