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쫓기듯 내려온 소도시,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건
다시 살아가는 법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다시 지어지는 곳
한국형 커뮤니티 소설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 아파트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장 익숙한 주거 형태다. 하루 대부분을 머무는 공간이지만, 정작 이웃의 얼굴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새롭게 출간된 소설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는 이 익숙한 공간을 ‘사람의 마음이 다시 지어지는 곳’으로 바꿔놓으며,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묻는 따뜻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정의를 믿는 남자, 뜻밖의 자리에서 세상을 마주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 공정한은 이름처럼 ‘정의’와 ‘공정’을 믿는 남자다. 회사에서 바른 말을 했다가 해고된 그는 우연히 누나가 사는 밀양시 삼문동 아파트의 입주민대표 회장으로 당선된다. 처음엔 ‘얼마 주냐’며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된 자리였지만, 점차 그는 이곳에서 세상의 축소판을 마주한다. 고스톱을 치는 관리소장, 무관심한 입주민, 서로 불신으로 얼룩진 이웃들. 그러나 공정한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원칙과 진심으로 무너진 공동체의 온도를 다시 높인다.
소설의 중반부는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술에 취해 실수한 고등학생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장면, 폭행당한 경비반장을 위해 입주민 모두가 한뜻으로 싸우는 장면은 ‘정의’보다 더 큰 인간에 대한 존중과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이웃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낯설어졌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리운지를 절절히 느끼게 한다. 결국 이 아파트 사람들은 ‘다시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서로를 외면하던 사람들은 손을 잡고, 입주민들이 함께 만든 커뮤니티 공간 ‘담소정(談笑亭)’에서는 말과 웃음, 그리고 정이 오간다. 제목처럼 ‘조금은 특별한’ 이 아파트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기적의 현장이 된다.
■■■ 지은이
오서
장편소설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를 시작으로 계속 소설을 쓰고 있다. 작가라는 뜻의 ‘author’ 발음 그대로의 ‘오서’라는 이름은 깨달을 ‘오(悟)’와 글 ‘서(書)’로 ‘글로 깨달은 사람’이라는 뜻이 함유되어 있다. 책이 희망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책으로 스스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좋아하는 걸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리고 틀에 갇힌 삶을 살지 않도록 도와줄 거란 희망. 여전히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소설을 쓰고 있다.
유튜브: 오서의 사기: 사유와 기록
인스타그램: @author.otho
■■■ 목차
1부 아파트 재건축 전
저거 하면 얼마 줘?
묻고 더블로 가!
회장님, 우리 회장님
저승사자 공정한
배 째라면 배 쨉니다
이 자식 봐라? (1)
이 자식 봐라? (2)
자전거 도둑
배임각을 해임하라
히든카드
판도라의 상자
진정한 사과의 의미
이게 또 이렇게 풀리네
잘한 것도 있다
이름 모를 잡초야
2부 아파트 재건축 후
아파트, 아파트
갇혀 살 것인가, 같이 살 것인가
인간다움을 찾아서
분절 없는 존중
잡아주세요
진정한 어른
모두가 행복할 때
재건축 아파트
의미의 의미
작가의 말
■■■ 출판사 서평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 ‘다시 이웃이 되는 법’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와 지방 소도시의 정취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밀양 삼문동을 배경으로 한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지만, 그 속에는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이 살아가며 피워내는 따뜻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주인공 ‘공정한’은 대기업을 그만두고 누나가 살고 있는 밀양시 삼문동 아파트로 내려와 의미 없는 시간을 흘려보내던 인물이다. 원치 않게 동대표가 된 그는 점차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며, 투박하지만 진솔한 이웃들의 삶 속으로 조금씩 스며든다.
한국형 아파트의 차가운 삶을 따듯하게 비추는 새로운 시각의 공동체 서사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는 한국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공동체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사회가 잊어버린 이웃의 의미와 그에 더해 화해의 과정을 섬세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우리 삶에서 너무 흔해진 아파트를, 가장 따뜻한 이야기의 무대로 바꿔놓은 작품이다. 중반부로 들어서며 소설은 한층 따뜻한 결을 드러낸다. 술에 취해 실수한 고등학생을 다그치기보다 품어주며 성장의 기회를 주는 장면, 폭행당한 경비반장을 위해 입주민 전체가 마음을 모아 싸우는 대목은 정의보다 더 깊은 인간적 존중과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이웃이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 얼마나 낯설어졌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단어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갈등과 오해로 얼룩져 있던 ‘봉주르 아파트’라는 공간은 정한의 진심과 주민들의 작은 용기들이 쌓이며 조금씩 달라진다.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던 사람들은 어느새 손을 내밀고, 입주민들이 함께 만든 커뮤니티 공간 ‘담소정(談笑亭)’에서는 말과 웃음, 그리고 온기가 오간다. 제목처럼, 이곳은 정말로 ‘조금은 특별한’ 아파트가 된다. 누구도 믿지 않았던, 그러나 모두가 바라던 사람과 사람이 다시 이어지는 기적의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가장 혹독한 시선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세상은 이미 내편이었다.
『삼문동 봉주르 아파트』는 한국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잊힌 이웃의 의미를 되찾고 공동체의 온도를 다시 끌어올리는 과정을 섬세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우리 삶에서 너무 흔해진 아파트를, 가장 따뜻한 이야기의 무대로 바꿔놓은 작품이다.
■■■ 책 속에서
보통 내가 보잘것없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하나뿐이다. ‘나는 얼마나 한심할까?’ 그때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건 오직 내 자신뿐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나보다 더 나를 믿고,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22쪽)
정말 오랜만에 듣는 기대였다. 한동안 그 누구도 그에게 기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기대를 짊어진다는 건, 동시에 누군가를 실망시킬 수도 있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정한은 이제 깨닫고 있었다. 세상으로부터의 기대라는 짐이 내려지는 순간, 오히려 자신이 세상의 짐짝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98쪽)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정한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맡게 된 아파트 회장이 그를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회장을 맡자마자 이런 일에 휩싸이는 것 같아 그를 안쓰럽게 여기는 어벤저스였지만, 정한은 이런 상황을 오히려 즐기기 시작했다. (140쪽)
정한은 고개를 끄덕이는 지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우리의 대화는 지금 얼마나 경쟁적인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상대의 실수를 끄집어내어 입을 막아버리며, 내 말을 관철시키기 위해 혀끝으로 독화살을 쏘아대고 있지 않은가. (143쪽)
“제가 왜 미국에서 돌아온 줄 아세요? 한국의 정이 그리워서예요.” (169쪽)
그는 잡은 벚꽃잎을 영남루 명함 케이스에 넣으며, 봄볕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렇게 정한의 마음도 재건축되고 있었다. (307쪽)
■■■ 작가의 말
저는 우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단순히 편리한 주거 형태가 아니라, 편안한 거주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편리함은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줄 수 있지만, 편안함은 사람의 온정이 있어야 만들어집니다. 나의 편리함을 위해 타인의 편안함에 위해를 끼치지 않는 공동체 의식으로 공동주택에 같이 살기를 바랍니다. 차가운 콘크리트 아파트에 살지만, 결코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