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주에서

저자 최수진
출판사 자음과모음
발행일 2025년 11월 24일
분야 소설 > 한국소설
가격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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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

상실의 범람 속 끝내 서로를 붙드는 목소리들의 공명

 

“어째서인지 우리는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연약한 이음매들을

때로는 빙 두르고 꼬아서라도 만들고 만다.

그 덕에 만나야 할 사람들은 서로를 생각하고 부르며

이윽고 만나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레비나스는 말한다. “타인의 죽음은 나에게 일어나는 가장 심오한 일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최수진 작가의 연작소설 『삼각주에서』는 바로 그 심연의 자리―타인의 부재를 목격한 자들이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가고자 감당해야 하는 윤리적 또는 감정적 감각의 지층―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소설에서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여성을 중심으로, 그녀의 ‘사촌 동생’과 ‘친구’ 그리고 ‘친동생’이 각자의 시선에서 죽음 그 이후의 시간을 마주한다. 그들은 모두 상실의 그림자를 통과하며, 죽음이 ‘멈춤’이 아니라 ‘관계의 또 다른 형태’임을 깨닫는다. 삶은 단절되지 않으며, 존재의 끈은 여전히 미세한 숨결로 이어진다. 각자의 서사는 서로 다른 강줄기처럼 흘러와 하나의 삼각주에 모인다. 그곳에서 그들은 마침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세계의 무게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 부여하는 윤리적 의미를 배운다. 작품 속 인물들은 그 경계 위에 서서 상실의 언어를 다시 습득하고, 돌봄과 기억이야말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애도임을 깨우친다.

『삼각주에서』는 재난과 상실의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가 여전히 감각해야 할 인간적 자리를 묻는다.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는 이러한 물음 속에서 애도의 윤리를, 부재 이후에도 계속되는 존재의 책임을 천착한다. 최수진 작가의 문장은 삶과 죽음, 고통과 연민, 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잇는 다리처럼 느리지만 단단하게 뻗어나간다. 재난과 예술의 경계를 들여다본 전작 『점거당한 집』으로 제4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한층 깊어진 사유의 지평을 펼쳐 보인다. 『삼각주에서』는 상실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감정의 파문 속에서, 여전히 서로를 기억하고자 하는 인간의 오래된 윤리를 복원한다. 그리고 그 복원의 순간,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언어가 시작되는 자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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