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검찰을 둘러싼 권력 투쟁과
갈등을 첨예하게 조명하는 사회파 드라마
동시대 사회의 어두운 이슈를 가장 원색적이고 첨예하게 다루는 작가 주원규. 그의 전작 『메이드 인 강남』은 상류층의 일그러진 욕망이 날것 그대로 발산되는 강남 클럽을 중심으로 그들의 추악한 반인간성을 다룬 작품으로,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사회파 리얼리즘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가 ‘강남’에 이어 이번에는 ‘서초동’의 민낯을 공개한다. 예리한 필체와 대담한 접근으로 검찰과 정‧재계의 유착 비리를 생생히 파헤치는 이번 작품 『서초동 리그』는 “정의구현을 목표로 하는 서초동”에서 벌어지는 검찰 권력 투쟁의 부조리를 그려낸다.
오늘날 검찰은 언론 매체에서 다양하게 뉴스화되고 있다. 검찰총장의 검찰 개혁에 반발해 항명하는 특수부 부장검사, 정계와의 야합을 통해 검찰을 굴복시키려는 검찰총장 등의 표현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소설보다 더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고, 권력 투쟁으로 얼룩진 서초동의 모습은 마치 그것이 검찰의 본질인 듯 냉소적인 무력감을 주기도 한다. 『서초동 리그』는 정의의 집행관이 되는 대신 왜곡된 권력욕으로 그들만의 리그에 집중하는 대한민국 검찰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동시에 진정한 검찰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한다.
주원규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부터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제14회 한겨례문학상 수상작 『열외인종 잔혹사』를 비롯해 장편소설 『메이드 인 강남』 『반인간선언』
『크리스마스 캐럴』 『망루』 『너머의 세상』 『나쁜 하나님』 『광신자들』 등이 있으며, 청소년 소설 『아지트』 『주유천하 탐정기』, 에세이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평론집 『성역과 바벨』, 번역서 『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를 냈다.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 집필, 2019년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기획 집필, 동명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영화화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
차례
만남
사회적 타살
서초동, 오후 5시
본론
모비딕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
901호
참고인들
좋은 길
던져진 주사위
반부패회의
모호한 벽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전
제물
쿠데타
팩트 미러링
부끄러움
서초동 리그
작가의 말
“정신 차려. 여기, 서초동이야.”
권력이 돈과 함께하는 그곳, 서초동
일그러진 룰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지금 펼쳐진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의 대표 박철균이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법조계와의 유착으로 서초동에서 유명하던 기업인의 자살. 대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한동현’은, 이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백동수’를 호출한다. 중앙지검 진출 2년 차지만 이렇다 할 인맥도 뒷배도 없는 백동수에게 한동현은 특별한 제안을 한다. 박철균의 자살 배경을 조작해 검찰총장 ‘김병민’을 기소하자는 것이다.
“점핑 안 할 거야?”
“점핑이요?”
“현직 검찰총장의 추악한 이면을 파헤친 평검사로 알려지면 너는 어떤 포지션이 될까? 매스컴의 총애를 듬뿍 받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러브콜이 쏟아지는, 보장된 꽃길이 그려지지 않아?”(42쪽)
서초동에서 박철균의 뇌물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오직 백동수만이 출신이 한미한 탓에 박철균과 무관계하기에 그를 장기말로 선택한 것이다. 망설이던 백동수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여 대검찰청 901호에서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고, 조사 내용에 상관없이 이것이 “좋은 쪽으로, 좋은 길로”(90쪽) 가는 것이라고 믿으며 검찰총장 고발을 감행한다.
“희생 제물 하나, 캐스팅해야죠. 별수 있나요?”
견고한 검찰 카르텔, 그들의 총구가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김병민은 평검사 시절 유력 중진 국회의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달라붙은 항명의 대가로 이후 10년을 지방검찰청에서 보낸 이력의 소유자다. 검찰 조직의 아웃사이더지만 대통령의 특별한 총애를 받아 총장이 된 그는 반부패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검찰 개혁을 외치자마자 검찰의 보이지 않는 지붕, 옥상옥(屋上屋)을 형성한 간부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동현의 설계에 따라 박철균과 연루된 뇌물수수 고발이 터지자, 김병민은 야합을 위해 검찰의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 ‘조민국’에게 접근한다.
다수의 사람이 믿으면 그 자체로 정의가 될 수 있음을 김병민은 잘 알고 있었다. 그에 더해 다수가 지지하는 원칙에 혹여 상식이 다소 결여되었다 해도 그것을 상쇄할 만큼의 힘이 그들에게 있다면 그게 정의라는 정치권의 관행을 어느새 몸으로 익혔다.(124쪽)
한편, 백동수는 박철균 조사를 진행하던 중, 그가 배후에서 실질적인 소유자로 있던 ‘모비딕 펀드’의 자금 흐름과 그의 죽음 정황에 실제로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백동수는 그 진상에 접근하며, 만약의 경우 이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트리거를 설치한다.
작품은 작중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인 ‘금융 사기’ 등에서 눈을 돌리고 검찰 내부의 권력 투쟁, 정치권과의 야합, 언론 노출과 사건 조작에 집중하는 극단적인 검찰의 모습을 통해 “법으로 사람을 옭아맬 수 있는 기소라는 강력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면, 그 존재는 자발적으로 권력이라는 수렁에서 헤어 나올 엄두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125쪽)을 적나라하게 연출한다. 검찰의 강력한 힘이 정의를 위해 쓰이지 않을 때, 야합으로 점칠 되어 길을 잃은 검사의 모습이 어떠한지 ‘서초동’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거침없이 구현해낸다.
“우리 사회가 정한 규칙, 양심, 사회규범과 같은 것들의 집행자들이 혹여 이를 권력을 가진 기득권의 마음으로 접근하기 시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흑화된 현실”을 표현해보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서초동 리그』는 사회 전반의 정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