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 ★ 제12회 네오픽션상 수상작 ★
타인의 쾌락을 위해 끝없이 먹어치워야 하는 몸 인간의 감각을 착취하는 사회……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온몸의 감각을 깨부숴버리는 아찔함에 한동안 정신이 얼얼했다.” ―전청림 문학평론가
“징그러운 놈들. 그럼, 맛이 가게 만들어볼까?” 제12회 네오픽션상 수상작, 오동궁 작가의 장편소설 『미식가들』이 네오픽션 ON 시리즈 마흔 번째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감각을 사고파는 미래 사회, 인간의 미각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미지의 외계 존재 ‘그로톤인’은 인간의 감각을 통해 세상의 맛을 탐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감각을 그들과 공유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다. 화재 사고로 육신을 잃고 전신 의체에 의지해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난 소민. 생계를 위해 미각 공유자로 살아가던 어느 날, 비밀스러운 ‘특별 미식 탐험’에 초대된다. 살아남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자신을 내어줄 수 있을까? 『미식가들』은 감각이 상품이 된 세계를 배경으로 먹는 행위의 의미와 인간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묻는 SF소설이다. 몸이 바뀐 이후에도 계속되는 인간의 욕구, 타인의 욕망을 대신 감각해야 하는 노동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계층과 소비의 구조까지……. 작품은 기묘하고도 잔혹한 상상력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욕망을 비춘다. |
■■■ 지은이
오동궁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및 동 대학원 졸업. 화학회사 연구원과 공인회계사로 일했다. 생물학, 생명공학,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머니즘을 소재로 글쓰기를 즐긴다. 출간한 작품으로는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공저) 『달나라에 꽃비가』 『내가 아는 최다미』 『판타스틱 리조트 작동 매뉴얼 서문』 『오르골』(공저) 『너는 스노볼 속에』 『미식가들』 등이 있다.
2023 대한민국 과학소재 스토리공모전 단편소설 부문 대상, 2024 SF스토리 공모전 장려상, 제12회 네오픽션상을 수상했다.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사피엔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 목차
어느 미식가의 인터뷰
몸을 버리다
친구를 잃다
맛을 얻다
맛에 빠지다
기회를 얻다
맛을 다투다
기억을 찾다
친구를 버리다
작가의 말
■■■ 출판사 서평
제12회 네오픽션상 수상작
감각이 거래되는 미래 사회,
인간의 미각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잔혹 미식 SF 스릴러
제12회 네오픽션상 수상작, 오동궁 작가의 장편소설 『미식가들』이 네오픽션 ON 시리즈 마흔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감각을 사고파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미각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외계 존재 ‘그로톤인’은 인간의 감각을 통해 세상의 맛을 경험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감각을 공유하는 대가로 돈을 번다. 화재 사고로 전신 의체를 갖게 된 소녀 소민은 생계를 위해 미각 공유자가 되고, 더 큰 보수를 약속하는 비밀 프로젝트 ‘특별 미식 탐험’에 발을 들인다. 살아남기 위해 먹어야 하는 세계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선택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미식가들』은 감각, 소비, 인간의 정체성을 날카롭게 조명하는 SF소설이다.
평범한 열두 살 소녀 신소민은 갑작스러운 화재 사고로 전신에 큰 화상을 입고 죽을 위기에 처한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지지만, 장기와 신체가 심하게 손상되어 더 이상 인간의 몸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된다. 결국 소민은 휴봇테크의 전신 의체에 의지해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문제는 돈이었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소민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저렴한 보급형 의체뿐. 그 몸은 촉각 수용체가 촘촘하지 않아 온도 변화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통증에도 둔감했다. 무엇보다 후각과 미각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그렇게 소민은 아무 맛도, 냄새도 느낄 수 없는 몸으로 살아가게 된다.
화재 사고 이후, 할머니는 어쩐지 행방이 묘연해진 엄마에 대해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찜찜한 마음이 남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결국 소민은 엄마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나 할머니와 함께 시골로 내려간다.
나는 몸이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궁금했다. 지금까지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사람 중에 의체 사용자는 몇이나 있었을까? (12쪽)
새 학교로 전학한 소민은 자신이 전신 의체를 입은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숨긴 채 지낸다. 감각의 결핍은 늘 그녀를 따라다닌다. 의체를 충전하는 것만으로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더 이상 맛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음식을 볼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감이 밀려온다. 결국 소민은 먹방 영상이나 맛집 프로그램을 보며 허기를 달래고, 어느새 손가락을 빠는 버릇까지 생긴다.
13년이 흐른 뒤, 소민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평범한 또래 청년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 은지는 남다른 먹성을 살려 틈틈이 먹방 영상을 올리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조회수에 늘 낙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지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다. 인터스텔라 개스트로노미에서 ‘미각 공유 서비스’ 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식 공유 서비스, 즉 ‘성간 감각 공유 서비스’는 자신이 느끼는 감각을 형상조차 알 수 없는 외계 종족 ‘그로톤인’에게 전달하고 그 대가를 받는 일이다. 10년 전부터 모습을 드러낸 그로톤인은 감각 공유 중개회사를 통해 인간의 몸에 감각 전송 칩을 삽입하고, 인간이 맛보는 모든 음식을 함께 경험한다. 그들의 욕구를 대신 충족시키기 위해 음식을 먹고 돈을 받는 사람들, 바로 ‘미각 공유자’다.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지만, 원 없이 먹으며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뛰어든다.
미각 공유자들은 식욕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한다. 아니, 말이 좋아 추구지, 내가 보기엔 그저 식탐에 굴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그들은 비만, 성인병, 위장병에 시달리다 단명한다. 미친 듯이 서킷을 돌다가 종국에는 불타버리는 경주용 자동차처럼. 하지만 무엇보다 내 맘에 들지 않는 건 욕구의 해소와 감각의 헌납이 직업이라는 점이었다. (95쪽)
은지의 생생한 맛 표현을 통해 먹는 즐거움을 대신 느끼던 소민은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친구의 선택을 응원하기로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은지의 죽음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이다.
‘산낙지 통째로 삼키다 질식사한 미각 공유자’
‘죽음을 부르는 미각 공유, 이대로 괜찮은가?’
친구의 죽음, 그리고 거듭된 시험 낙방. 깊은 회의감에 빠진 소민은 충동적으로 인터스텔라 개스트로노미를 찾아가 미각 공유 서비스에 가입한다. 소화 불량으로 괴로울 일도, 산낙지를 삼키다 질식할 일도 없는 전신 의체의 몸으로 그동안 혐오해왔던 미식 노동에 스스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그로톤인이 원하는 만큼,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몸. 소민은 그렇게 닥치는 대로 음식을 먹어치우며 미각 공유자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민은 인터스텔라 개스트로노미의 자회사 ‘그로테이스트’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우수한 미각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비밀스러운 미식 탐험에 초대된 것이다.
“신소민 님은 저희 고객님들이 선호할 만한, 개성 있는 감각 체계를 갖고 계십니다. 저희 고객들은 그로톤 귀족 중에서도 최상위 귀족인 왕족들이세요. 지구의 웬만한 음식들 다 접해보셨고요,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고 계시죠. (……) 관심 있으시면 따로 만나서 자세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178쬭)
엄선한 미각 공유자 몇 명이 모여 최상위 그로톤인들을 위한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 미식 탐험’. 기존에 받던 미식 수당의 열 배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에게는 오천만 원의 특별수당까지 수여한다는 달콤한 제안에 소민은 마음이 흔들린다. 전신 의체를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소민은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할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어쩐지 ‘더욱 자극적인 것’이란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5일 동안 진행되는 특별 미식 탐험. 그곳에서 소민은 최나현을 비롯한 다섯 명의 미각 공유자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제 그녀 앞에는 다섯 단계의 비밀스러운 미식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이 그녀의 식탁 위에 오를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과연 소민은 무사히 모든 단계를 거치고 특별수당까지 거머쥘 수 있을까?
그래서 그날 결국 뭘 먹었냐면,
손이었어요. (7쪽)
감각을 사고파는 시대,
인간의 미각은 누구의 것인가?
『미식가들』은 감각이 상품이 된 세계를 배경으로, 타인의 미각을 대신 경험해주는 직업 ‘미각 공유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신 의체로 살아가게 된 주인공 소민은 생계를 위해 위험한 미식 노동에 뛰어들고, 외계 존재 ‘그로톤인’을 위한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점점 더 잔혹한 선택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게 된다.
작가는 생물학과 생명공학,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인간의 신체와 감각, 그리고 욕망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전작 『내가 아는 최다미』가 신체 변화와 정체성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 『미식가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인 ‘먹는 행위’에 주목한다. 감각이 계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며, 인간의 삶과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리고자 했다. 인터뷰를 통해 작가는 “우리는 국가와 계층, 종교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먹는 행위 자체와 감각의 종류가 달라진다면 삶은 어떻게 변할까요?”라고 말한다. 이는 ‘의체 인간 소민’이라는 설정으로 이어지며 ‘몸이 바뀐 뒤에도 인간의 정체성은 유지되는가?’ ‘감각의 종류가 달라지는 순간, 우리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소설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생존이자 욕망, 때로는 폭력에 가까운 경험으로 그려진다. 타인의 욕망을 대신 감각해야 하는 노동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결핍은 이야기를 더욱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인간의 감각을 소비하는 존재 ‘그로톤인’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등장한다. 감각의 공유가 낭만적인 소통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폭력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감각을 거래하는 사회, 인간의 미각을 탐하는 존재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먹어야 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 『미식가들』은 인간의 몸과 욕망,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며 살아가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작품이다.
네오픽션 ‘ON 시리즈’는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SF 등 ‘읽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다채로운 소설을 소개합니다. 허구 속 재미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 사회의 빛과 어둠을 담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복기합니다.
■■■ 책 속에서
그래서 그날 결국 뭘 먹었냐면,
손이었어요.
아뇨. 제 손이요.
네, 두 개 다요. 하나는 날로 먹고, 하나는 구워서.
(7쪽)
저 분홍 덩어리가 나다. 아니, 나의 일부다. 그리고 이 의체도 나의 일부다. 나는 이것으로 보고 듣고 느끼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반쪽짜리 감각이라 해도. 따라서 이 몸이 없으면 나는 그저 분홍색 살덩어리에 불과하다. 세상의 일부가 될 수 없다. (23쪽)
웃음은 보급형 의체에 탑재된 기본 표정이지만, 내 얼굴은 미묘한 웃음의 차이를 구현하지 못한다. 그 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감정을 발산할 수단을 전부 박탈당했다면 마음의 병을 앓았을 테니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다고 말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처럼. (93쪽)
그로톤인들은 규소형 생명체라고 한다. 몸소 지구로 와서 스테이크와 아티초크를 먹지 않고 맛만 느끼려 하는 건 그래서다. 그들은 스테이크와 아티초크를 소화하지 못한다. 우리가 반도체나 유리창을 먹지 못하는 것처럼. (110쪽)
그때 불현듯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밥통을 비웠더니 뇌가 음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걸까? 아니면 나의 절친한 친구 그로톤인이 치킨이 ‘땡기는’ 걸까? (150쪽)
먹는 건 숭고한 일이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기도 하고 꿈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먹는 것은 그만둘 수 없다. 그것은 생명과 직결돼 있으므로. 세상 그 무엇보다 생명은 소중하다. 할머니가 부엌을 떠나지 못하는 건 그래서가 아니겠는가? (152쪽)
역시 특별수당을 미끼로 서로 싸우게 만드는 이 시스템은 좋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기어코 그걸 타내고 말리라고 다짐했다. 그건 개인적인 감정과는 관계없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우리는 프로가 아니던가? (218쪽)
미각 공유자들을 아귀나 좀비보다도 품위 없다고 경멸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분명히 인식 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의 비대함은 먹는 행위의 결과를 외면하지 않고 몸소 책임졌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231쪽)
한때 가졌다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는 가질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오는 괴로움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단순한 기억도 환상도 아닌, 문밖만 나서면 실재하는 그것들이 오로지 남의 것일 뿐 내 것은 될 수 없다는 고통. (272쪽)
징그러운 놈들. 그럼, 맛이 가게 만들어볼까? (294쪽)
■■■ 추천평
“온몸의 감각을 깨부숴버리는 아찔함에 한동안 정신이 얼얼했다.”
―전청림 문학평론가
“가난한 사람의 선택지는 좁고, 가난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현시대를 반영한 작품.”
―정해연 소설가
“탄탄한 문장과 현실에 기반한 묵직한 시선.”
―안보윤 소설가
“트랜스 휴먼의 감각·욕망·의지 그리고 복수에 대한 이야기.”
―안서현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