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우리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웃기는 일이다.”
★ 코미디언 유재석, 원소윤 추천! ★
18년 만에 무대에 서게 된 코미디언 동기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공연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한국문학의 가장 참신하고 첨예한 작가들의 시선을 담는 자음과모음 ‘뉴어덜트 새소설’ 시리즈가 새로운 작품으로 독자를 만난다. 소설가 권석의 신작 장편 『코미디의 영광』은 장난처럼 맺은 계약 때문에 18년 만에 코미디 클럽 무대에 서게 된 코미디언 동기들의 도전기이자 짠내 났던 시절의 일기장이다.
작가는 <무한도전> <놀러와> <아빠! 어디가?> 등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든 현직 예능 PD답게, ‘먹고사니즘’의 고달픔을 유쾌한 톤으로 풀어낸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험했던 작가를 따라 화려한 조명과 붉은 커튼 뒤에 감춰진 그들만의 뒷이야기를 몰래 들여다보자.
“지금까지 내가 본 코미디 중 최고는 바로 내가 코미디언이었다는 사실이다.”
3대째 목회자 집안에서 태어난 전도사, 코미디언이 되다!
전주 최씨 문성공파, 토종 한국인 주인공이 ‘사무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집안의 종교 때문이었다. 5년째 불임으로 마음고생을 하던 어머니는 하나님과 은밀한 거래를 한다. 자식을 낳게 되면 제사장으로 키워 하나님의 영원한 종으로 만들겠다고. 그렇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는 것을 운명으로 알고 살던 전도사 사무엘은 ‘코미디언이 되면 돈과 인기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송한나의 꾐에 빠져 T 방송국 공채 코미디언 시험에 같이 응시하지만, 어설픈 개그만 보여주고 탈락한다.
다시 가난한 전도사 생활로 돌아온 지 석 달, 사무엘은 방송국으로부터 추가 합격 연락을 받았다. ‘이거 싸게 나왔는데 살래요?’ 같은 담당 CP의 말투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하늘이 준 기회는 무조건 움켜쥐어야 했다. 한 번 집을 나갔던 탕자의 고민은 찰나보다 짧았다.
부활절 아침, 전도사가 코미디언이 됐다는 소식에 성도들은 메가톤급 충격을 받았다. 예수의 부활 사건은 내 코미디언 합격 사건에 완전히 묻혔다. 주일학교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사인을 해달라고 종이를 내밀거나 빅뱅을 만나게 해달라고 졸랐다.
_본문 중에서
“사회적 금기를 깰 때 웃음이 나오지.”
언더독들의 유쾌한 반란, 그 결과는?
사무엘과 동기들은 오랜 회의 끝에 드디어 <풀몬티>라는 스트립쇼 코너를 만든다. 무대에 나란히 서서 차례대로 짧은 개그를 치고 못 웃기면 옷을 하나씩 벗는 형식으로, 녹화 전 검사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만 방송사고 트라우마가 있는 백발마녀 CP가 격분하면서 코너는 까이고 만다.
올림픽 중계로 코미디 프로그램이 3주 연속 불방되면서 강제 휴가에 들어간 사무엘과 동기들은 귀신의 집 알바 경험을 살려 코믹공포물 코너인 <심야 택시>를 만들어 대박이 난다. 인기를 얻은 조은별은 시트콤에 출연하고 광고도 찍으면서 잘나가지만, 깔아주는 역할만 하던 사무엘은 아무런 재미를 못 본다. 게다가 호감을 품고 있던 조은별이 후배들에게 수시로 폭행을 가하던 백해성과 사귄다는 소문까지 들리는데…….
“<심야 택시>, 원래 백해성이 은별한테 하자고 한 거래. 그걸 은별이 인터셉트한 거래. 말도 없이.”
나는 풋 하고 싱겁게 웃었다.
“그거 속초 귀신의 집에서 떠올린 거잖아. 너도 있었잖아.”
한나가 머리를 갸웃했다.
“나도 그런 줄 알았지. 그런데 그게 아닌가 봐. 너희 코너 방송 나가고 백해성 빡쳐서 방방 뜨고 난리였대. 류 감독도 알아.”
한나가 곁눈질로 내 눈치를 살폈다.
“근데 더 웃긴 게 뭔 줄 알아?”
솔깃했다. 한나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둘이 사귄대. 오래됐대.”
“누가 그래?”
_본문 중에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코미디라잖아.”
비극 앞에서 울음 대신 웃음으로 화답하는 것
2008년 겨울, 일부 여배우들이 스폰서를 두고 성 접대를 했다는 스캔들이 터졌다. 연예대상에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던 조은별도 스폰서 연예인 중 하나라는 기사가 터지면서 조은별은 신인상 후보에서 빠지고 집에 틀어박힌다. 기자로부터 백해성이 조은별에게 앙심을 품고 거짓 정보를 흘렸다는 사실을 듣게 된 사무엘은 백해성에게 항의하다가 폭행을 당해 턱뼈와 이가 부러진다. 방송국은 모든 일을 덮으려 하고 사무엘은 코미디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에 백해성에게 치료비와 위자료를 받고 입을 다문다. 조은별은 상처만 가득 받은 채 고향으로 돌아가고 해가 바뀌어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동기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지금 시트콤 팀이랑 연예대상 팀 폭탄 맞았어.”
지난번 기사에 대한 윤탄 기자의 후속 보도였다. (……) 기자는 단독 보도라며 브로커 역할을 한 여배우로 Y 씨를 지목했다. 우주의 말대로라면 연예대상 여자 최우수상 후보인 윤유미 씨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기사는 계속 이어졌다. 스폰서를 접대한 연예인으로 A 씨, B 씨에 이어 C 씨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Y 씨와 C 씨는 같은 시트콤에 출연 중이라고 밝혔다. 이때까지도 나는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 했다.
“C 씨가……?”
한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깨달았다. C가 누굴 가리키는 이니셜인지. 등골을 타고 한기가 흘러내렸다.
_본문 중에서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아. 이제 이 약속을 지켜줘야겠어.”
코미디에 인생 전부를 베팅한 그들의 이야기
현재 사무엘은 서울에서 택시를 몬다. 코미디언이 되었다고 저절로 돈과 인기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사무엘은 코미디언 생활을 접었고 이벤트 회사, 출판사, 보습학원 강사를 거쳐 5년 전부터 택시기사 일을 시작했다.
잊고 지냈던 동기 김철수의 연락으로 소식이 끊긴 조은별을 제외한 코미디언 동기들이 18년 만에 모였다. 김철수는 젊었을 때부터 꿈꿨던 코미디 클럽 ‘코미디의 영광’을 개관했다면서 과거에 동기들이 서명했던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에는 18년 후 김철수의 코미디 클럽에서 공연을 하기로 약속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철수는 계약서대로 동기들에게 ‘코미디의 영광’ 개관 1주년 공연을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코미디 무대를 떠난 지 오래고 먹고사는 일도 버거운 동기들은 손사래를 친다.
철수 형이 계약서를 내밀며 개관 기념 공연을 하자고 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 (……) 철부지 때 장난으로 한 계약인데 그게 뭐 대수냐, 이런 분위기로 눙치고 넘어가려 했지만 철수 형은 진심이었다. 언제 사인했는지 기억에도 없는 계약서를 마치 노예 증서나 되는 것처럼 우리 눈앞에 계속 흔들었다. 분위기를 뒤늦게 파악한 우돈이 부풀어 오른 빵 같은 표정을 짓고 앓는 소리를 냈다.
“차라리 여기 주방에서 몸빵할게. 이 나이에 어떻게 코미디를 해?”
_본문 중에서
18년 만에 무대에 서게 된 코미디언 동기들
그들은 과연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공연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코미디의 영광』은 화려한 조명 뒤에 감춰진 방송국 뒷이야기를 통해 폐쇄된 조직 내 가혹행위와 부의 양극화,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짚어낸다. ‘직장 내 괴롬힘’ ‘연예인 스폰서’ ‘가짜 뉴스’까지. 작가는 첨예한 문제의식을 예능 PD의 재치 있는 입담에 녹여 조직 생활에 하루하루가 고달픈 현대인들에게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 지은이
권석
MBC 예능PD. <무한도전> <놀러와>를 만들고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를 기획했다. 2022년 ‘넥서스경장편작가상’에서 『스피드』로 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리무진의 여름』 『아이디어는 엉덩이에서 나온다』가 있다.
■■■ 목차
어쩌다 코미디언
코미디언 선발 대회
하루 한 사람 웃기기
신입 코미디언 수칙
계약서
우리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
풀 몬티
귀신의 집
심야 택시
비밀
졸리
연예대상
코미디의 영광
나는 코미디언이다
에필로그
추천의 말
작가의 말
■■■ 추천사
힘차고 빠른 전개와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덕분에 첫 장부터 빠져들어 단숨에 읽게 된다. 깨알 같은 유머에 웃으며 읽다가도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묵직한 울림이 남는 점도 이 소설이 가진 특별한 미덕이다. 페이지마다 녹아 있는 코미디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생각은 결국 인생에 관한 질문이 아닐까.
_코미디언/MC 유재석
‘〈무한도전〉 왜 보냐, 『코미디의 영광』 보면 되는데.’ 이런 추천사는 차마 할 수가 없다. 둘 다 같은 사람이 만든 것이어서가 아니라 이 둘은 시리즈물에 가깝기에. 어쩌면 이 책은 〈무한도전〉의 프리퀄 아닐까.
_코미디언/소설가 원소윤
■■■ 작가의 말
예능 PD로 지내면서 운 좋게 많은 톱 코미디언들과 함께 일했다. 일은 고됐지만 그들 덕분에 녹화하면서, 편집하면서, 방송을 보면서 배를 잡고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주위엔 웃기고 싶어도 웃길 기회가 없는 코미디언들이 훨씬 많았다. 웃기는 데 국가대표급인 그들은 출신도, 외모도, 가방끈 길이도, 개그 스타일도 달랐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세상을 웃기고 싶다는 소망! 생계형 코미디언이라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다가올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며 묵묵히 칼을 벼리고, 코미디에 인생 전부를 베팅한 그들의 이야기를.
― 「작가의 말」 중에서
■■■ 책 속에서
지금까지 내가 본 코미디 중 최고는 바로 내가 코미디언이었다는 사실이다. 세상의 모든 직업을 내게 어울리는 순서대로 줄을 쭉 세운다고 쳐보자. 맨 끄트머리에 있을 게 바로 코미디언이다. 나와 코미디언은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처음부터 같이 붙여 쓸 수 없는 말이란 얘기다. (11쪽)
“수험 번호 3821번 최사무엘.”
“3821-1번 송한나, 팀입니다.”
(……) 나는 짧은 순간 심사 위원들을 살폈다. 선한 인상의 젊은 남녀 PD 둘이 미소를 띤 채 양옆에 있고 가운데에는 은빛 형형한 백발마녀가 입을 단단히 다문 채 앉아 있었다. 어깨까지 머리를 내려뜨린 백발마녀의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자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25쪽)
교회에 십계명이 있다면 코미디언실에는 신입 코미디언 수칙 20조가 있다. 원래는 10조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이 당한 게 억울해서 하나씩 늘렸다고 전한다. (……)
“전국에서 웃기는 걸로 전교 1등 하던 괴짜들이 모인 곳이 코미디언실이야. 웃긴 놈들의 서울대라고 할 수 있지. 모두 자기가 제일 웃긴다고 생각해. 그러다 보니 강력한 규칙이 없으면 완전 난장판이 되는 거야. 나도 군기 반장 하기 싫어. 하지만 코미디언실을 위해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잖아.” (85쪽)
마치 신세계가 열린 것 같았다. 아직 내 코너는 없지만 녹화가 있는 목요일은 숨 돌릴 새 없이 바빴다. 아침부터 소품실, 의상실, 조리실, 분장실, 스튜디오를 뛰어다니고 여차 하면 방송국 밖 문방구나 편의점까지 달려가 필요한 소도구를 구해 왔다. 정신없는 가운데 세트가 세워지고 조명이 들어오고 카메라가 돌면 딴 세상이 펼쳐졌다. 각 부문 스태프가 자기 일에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119쪽)
“김철수! 마우돈! 나우주! 사무엘!”
프로그램 회의실로 들어서자 선배들이 환호와 함께 우리의 이름을 연호했다. 한나는 머리 위로 주먹을 흔들어대며 소리를 질렀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영에 우리는 고대 로마 콜로세움에 들어가는 검투사라도 된 기분이었다. 류 감독과 메인작가 그리고 서브 작가들이 앞줄에 앉았고 처음 보는 다른 프로그램 작가들은 옆에 늘어서 있었다. 선배들은 연출 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회의실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옆 회의실 작가들은 창문 밖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안을 들여다봤다. (191쪽)
방청객들이 입장했다. <코미디야>는 아르바이트 방청객 들을 동원한다. 일반 방청객들보다 아르바이트를 쓰는 게 편하다. 돈으로 웃음을 산다. (……)
방청객은 모두 여자였다. 방청객 인솔자의 말에 따르면 여자가 세 번 까르르 소리 내어 웃을 때 남자는 한 번 빙긋 미소 지을 뿐이라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남녀를 섞어놓으면 여자는 내숭, 남자는 체면 때문에 웃음소리가 줄어든다고 한다. (247쪽)
“너는 무슨 고백을 중국집에서 해? 오 마이 헤드에이크!”
철수 형은 주먹으로 자기 이마를 망치질하며 안타까워했다.
“뭐 시켰는데?”
“짬뽕, 볶음밥. 군만두는 서비스…….”
말하면서도 내가 참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주와 우돈은 웃음을 참느라 혀를 깨물고 있는지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철수 형이 다시 자기 이마를 망치질했다.
“오 마이 가스레인지. 뭘 시키느냐가 네 사랑의 사이즈 야. 최소한 탕수육 사이즈는 됐어야지.” (288쪽)
“형, 나 이제 어떡해?”
은별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눈가에 고였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턱 끝으로 방울져 떨어졌다. 나는 은별에게 화가 나 있었다. 무얼 하고 다니기에 이런 얼토당토않은 기사가 났는지, 또 백해성과 사귄다는 소문은 어디까지 사실인지 따져 묻고 싶었다. 연기한다고, 광고 찍는다고, 코미디는 안중에도 없더니 쌤통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33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