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매일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 늘어나는 실종자……
모든 것을 연결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
유전자 변형 반려 식물 ‘펫폿’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0권, 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펫폿』이 출간되었다. 『펫폿』은 심사 위원들이 열띤 토론 끝에 수상작으로 선택한 작품으로, 식덕 남자 주인공이라는 설정과 환경 관련 청소년 SF 소설이라는 소재의 참신함, 영화나 드라마처럼 장면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 듯한 매력적인 연출 방식과 매끄러운 가독성, 문장력 등이 주 장점으로 꼽혔다.
식물 덕후 ‘재윤’은 어느 날 같은 반 배우 지망생 ‘주경’이 맡긴 펫폿(유전자 변형 반려 식물) 소룡이를 얼떨결에 맡아주게 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잃어버리고 만다. 재윤은 궁여지책으로 소룡이와 같은 종류의 펫폿을 피워내 주경에게 주기 위해 친구 홍래, 민하와 함께 수많은 펫폿을 키우고, 필요 없는 펫폿은 전부 버려버린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냄새가 나는 분홍색 식물이 아이들이 펫폿을 키우던 아파트 옥상 전체에 퍼진다. 아이들은 그저 처음 보는 펫폿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으나, 펫폿 스토어가 있는 2002 타워가 하루 만에 옥상에서 본 것과 같은 분홍색 줄기로 뒤덮인 것을 보고 괜히 불안해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실종자를 찾는 안내 문자가 매일같이 오기 시작한다.
■■■ 지은이
이은후
수원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를 졸업했다. 2020년 ‘서울웹툰공모전’에 팀으로 참여한 『인터넷 중독 캠프』가 은상을 수상한 뒤 작품의 스토리와 콘티를 맡아 연재했다.
■■■ 목차
식덕
소룡이
증발
첫 구매
파종
호빵이
해킹
매몰
폐기
변화
여름
반란
나침반
실종
빅풋
딜
비명
재난의 아침
핸슨
숲속으로
검은 비
히드노라
비상계단
책임
두 달 후
작가의 말
■■■ 출판사 서평
★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귀엽고, 사랑스럽고, 감정 표현까지 하는
나만의 반려 식물, 펫폿♥
……이었다. 저 징그러운 덩굴로 자라나기 전까지는!
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0권 『펫폿』이 출간되었다. 유전자 변형 반려 식물이자 패션 아이템인 ‘펫폿’이 불러일으킨 환경 재앙을 그린 『펫폿』은 설정과 소재의 독특함과 참신함, 청소년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가독성과 문장력으로 심사 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 개인의 이야기에서 쇼핑 및 게임 중독, 환경 문제 등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흐름이 탁월하고 사건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흡인력이 좋다는 점에도 찬사가 이어졌다.
주인공이자 식물 덕후인 재윤은 어느 날 같은 반 배우 지망생 주경이 맡긴 펫폿 소룡이를 얼떨결에 맡아주게 된다. 펫폿은 ‘힙한 템’으로 불리는 유전자 변형 반려 식물로, 말캉한 젤리 흙에 전기와 물을 주면 랜덤으로 자라나며 화분에 달린 화면과 스피커로 직접 감정 표현을 하는 등 빠져들 구석이 많아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알고 보니 소룡이는 전설급 레어 펫폿인 크리스털 플라티나 로즈, 일명 ‘크플로’였다. 진짜 식물만 키우느라 펫폿 ‘알못’이었던 재윤은 소룡이를 애지중지하며 키우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잠깐 방심했다가 잃어버리고 만다.
크플로의 가격은 무려 최소 300만 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재윤은 소룡이를 대신할 크플로를 피워내기 위해 친구 홍래, 민하와 함께 용돈을 털어 수많은 펫폿을 키운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식물을 버리는 것을 꺼렸던 재윤 또한 ‘쓸모없는’ 펫폿을 뽑아내 가차 없이 버려버리는 데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있어 펫폿은 점점 소중한 반려 식물이 아닌, 확률형 뽑기 아이템이 되어 간다.
재윤은 고추, 가지, 상추, 바질이 자라고 있는 스티로폼 화분을 바라봤다.
“이거…… 다 버릴까?”
민하와 홍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재윤 입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너 정말 괜찮겠어? 여태껏 정성껏 키운 거잖아.”
홍래가 조심스레 말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우선순위가 있으니까.” 재윤은 펫폿 농장을 바라봤다. “조금만 더 하면 크플로가 나올 거 같단 말이야.”
_본문 중
어느 날, 이상한 냄새가 나는 분홍색 줄기가 아이들이 펫폿을 키우던 아파트 옥상 전체에 퍼진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그저 처음 보는 펫폿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으나, 펫폿 스토어가 있는 2002 타워가 하루 만에 옥상에서 본 것과 같은 분홍색 식물로 뒤덮인 것을 보고 불안감을 느낀다.
그 후 재윤은 자신이 키우는 모든 펫폿이 갑자기 2002 타워 방향을 향해 줄기를 뻗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어쩐지 찝찝해지는 마음을 다독이며 갑자기 자라난 분홍색 식물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뉴스를 보던 중, 엄마에게 요즘 이상하게 실종자를 찾는 문자가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때마침 또 문자가 오는데, 이번 실종자는 다름 아닌 재윤의 친구, 민하였다.
“식물은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잖아.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
버려진 펫폿들, 소름 끼치는 재앙을 일으키다
민하를 비롯한 사람들의 실종과 타워를 잠식한 분홍색 식물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재윤과 홍래는 직접 민하를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고, 타워로 가기 전 민하가 자주 갔다는 곳이자 자신들이 옥상에서 뽑아낸 펫폿을 버린 곳인 송전탑으로 향한다. 그리고 송전탑을 감싼 분홍색 줄기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묶여 있는 것을 목격한다.
“여기 사람들 다 죽었어!”
“뭐라고?”
“다 죽었다고!”
_본문 중
민하도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워진 둘은 다급하게 민하의 이름을 외치지만, 응답한 것은 민하가 아니라 식물 줄기가 모여 만들어진 커다란 괴물 ‘히드노라’였다.
자신들을 잡아먹으려 드는 히드노라에게 쫓겨 송전탑에서 겨우 도망친 재윤과 홍래는 주경과 주경의 친구 ‘이룬’의 도움을 받아 민하가 2002 타워에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넷은 함께 민하를 구출하러 가기로 하고, 주경의 삼촌에게 부탁해 줄기와 싸울 무기를 얻는다. 그러나 타워에 가까이 갈수록 분홍색 줄기가 조종하는 산속의 식물들과 줄기가 내뿜는 포자를 들이마신 사람들이 아이들을 공격해오는데…….
그때, 무거운 물건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재윤은 무심코 위를 올려다봤다.
쿵—!
재윤 앞에 코코넛 크기의 열매가 떨어졌다. 열매엔 철퇴처럼 뾰족한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피해!”
_본문 중
이처럼 『펫폿』은 탄탄하면서도 스펙타클한 서사를 가진 작품이자 그 서사를 영화나 드라마처럼 장면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 듯한 연출 방식으로 표현해낸, 영상 세대인 청소년 독자의 눈길을 확실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재미와 흥미 추구에서 그치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수많은 화두를 던져준다는 것 또한 이 작품이 가진 커다란 매력 포인트다. 앞서 언급했듯 『펫폿』에는 친구와의 우정, 청소년기의 인간관계, 약자들 간의 연대, 현대사회에 팽배한 사행심 조장 마케팅에 대한 비판과 정치인들의 위선까지 지금의 청소년들이 느끼고 인식해야 할 인문·사회적 메시지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즉, 『펫폿』은 청소년들이 영상 콘텐츠를 즐기듯 빠르고 쉽게 빠져들어 즐길 수 있는 작품이자 학부모나 교사가 함께 읽으며 담론을 제시하고 토의하기 좋은 소설, 청소년문학을 읽는 모든 독자의 이목을 끌 만한 많은 지점에서 명확하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소설인 셈이다.
심사 위원 김경연 평론가, 신현수 작가, 이옥수 작가의 심사평처럼, 자음과모음의 청소년문학상은 단지 ‘잘 쓴 글’을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학적 완성도는 물론 지금-여기 청소년의 감각과 언어, 삶의 리듬이 살아 있는 작품을 발견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펫폿』은 이러한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작품이다. 작품을 마주하는 두 독자 세대의 니즈를 전부 잘 캐치해냈다는 영리함과 참신성을 끝까지 설득력 있고 완성도 있게 견지한, ‘진짜 청소년문학’다운 수상작을 만나 보자.
■■■ 책 속에서
토마토 줄기는 어제보다 더 길어졌고, 루콜라 잎의 초록빛은 한층 짙어졌다. 바질은 적심(초목의 곁순을 잘라 내는 일)할 만큼 자라 있었다. 상추와 고추를 심은 상자 옆으로 에케베리아, 천손초, 리톱스 등 앙증맞은 다육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햇볕을 쬐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식물들이 재윤에게 인사하듯 몸을 기울였다.
“모두 잘 잤어?”
_8쪽
LCD 화면을 확인하니 소룡이가 목이 마르다고 울고 있었다. 재윤은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내 화분에 부었다. 자주색 젤리 사이로 물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소룡이는 기분이 좋다는 듯이 잎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재윤이 피식 웃었다. 바보 같기도 한데, 귀여웠다.
_19쪽
“그런데, 네가 크플로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자라는 것은 아니야. 리셀 가격이 삼백만 원이 넘는다는 건 그만큼 확률이 극악하다는 뜻이라고! 주경이가 그걸 키워 낸 건 실력도 있겠지만, 정말로 운이 좋았던 거야.”
“괜찮아. 재윤이는 타고난 식물 천재잖아. 펫폿도 식물과 비슷하니까 잘 키울 수 있을 거야.”
홍래는 재윤을 북돋워 줬고, 재윤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_33쪽
재윤은 고추, 가지, 상추, 바질이 자라고 있는 스티로폼 화분을 바라봤다.
“이거…… 다 버릴까?”
민하와 홍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재윤 입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너 정말 괜찮겠어? 여태껏 정성껏 키운 거잖아.”
홍래가 조심스레 말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우선순위가 있으니까.” 재윤은 펫폿 농장을 바라봤다. “조금만 더 하면 크플로가 나올 거 같단 말이야.”
초조했던 재윤은 홍래, 민하와 함께 자신이 한 달 동안 일군 채소들을 전부 뽑아 뒤엎어 버렸다. 뽑은 채소는 쓰레기봉투에 넣지도 않고 옥상 한구석에 대충 쌓아 놨다.
_72~73쪽
송전탑 앞 공터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버려 놓은 펫폿의 잔해가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펫폿을 버렸는지 거대한 무덤을 이루고 있었다.
“그 이상한 식물이 여기에도 있네?”
민하가 말했다. 펫폿의 무덤 옆에 분홍색 덩굴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었다. 아까 아이들이 옥상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이거 펫폿이 아니라 그냥 식물인가 봐.”
재윤의 손이 분홍 덩굴에 닿았다. 오돌토돌한 빨판의 촉감에 팔 솜털이 곤두섰다.
“별거 아닌가 봐. 어서 버리고 가자.”
_85쪽
“열네 살이라고? 어휴, 어떡해. 어린애가…….”
재윤은 휴대폰 잠금을 풀고 문자를 확인했다.
[안전 안내 문자]
용원시 천명산 주변에서 실종된 김민하 씨(남, 14세)를 찾습니다.
163cm, 79kg, 커버낫 티셔츠, 반바지, 크록스 신발.
(……)
재윤의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_118쪽
‘어떻게든 민하를 구해야 해……. 더 늦기 전에.’
블랙홀처럼 어두운 히드노라의 입안, 히드노라에게 삼켜진 시장의 최후, 송전탑에 매달려 있던 시체들. 그 끔찍한 이미지들이 눈앞에서 보듯 선명했다. 모두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졌다. 그때 펫폿과 분초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재윤은 옥상 난간을 두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_169쪽
마지막 열매를 던지고 나서야 고목이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바위를 벗어나자 땅 위에 열매가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재윤이 놀라며 호빵이를 내려다봤다.
“호빵이는 그냥 운 게 아니었어! 저 나무가 공격할 줄 알고 먼저 운 건가 봐!”
주경도 신기한 듯 호빵이를 쓰다듬었다.
“그 옛날 광부들이 유독 가스를 감지하려고 갱도에 데려간 새 같은 거지? 아, 노란 새인데……. 뭐지? 참새? 트위티?”
“카나리아.”
_191쪽
정빙기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괴물 쪽으로 말 그대로 기어갔다. 속도계의 바늘이 시속 5킬로미터를 가리켰다.
“달팽이보다 더 느리잖아!”
당황한 홍래가 이룬을 바라봤다.
“이룬아, 석궁 꺼내!”
홍래는 정빙기를 괴물 쪽으로 향하게 한 다음 뛰어내렸다. 정빙기는 빙판 위에 궤적을 남기며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괴물의 몸통과 툭 부딪혔다. 괴물이 의아하다는 듯 정빙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_218쪽
“의식이 없는 동안 너희랑 과학실에서 노는 꿈을 꿨어. 근데 잠에서 깨니까 재윤이 네가 눈앞에 있는 거야. 난 여전히 꿈꾸는 줄 알았어.”
민하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재윤이 도라에몽 액세서리를 민하 손에 쥐여 줬다. 민하의 검은 눈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그런데 이룬이 신경 쓰이는 게 있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 분위기 깨서 미안한데, 아까 그 사태가 네 책임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_23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