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첫사랑이 떠오르는 음악, 위로가 필요할 때 듣는 음악, 산책할 때 듣는 음악, 애정하는 사람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 영화 속 중요한 장면의 순간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흐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은 고루한 것, 어려운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던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을 사랑했고, 자연스레 클래식 기자로서 클래식 음악의 세계를 대중들에게 알려왔다.
클래식 음악은 ‘고급문화’라는 세간의 편견과 클래식 음악을 만들고 향유하는 이들에게 견고한 벽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유명한 클래식 음악의 대가들도 첫사랑의 열망에 빠진 사람, 대중의 혹평과 싸웠던 사람, 자녀를 잃은 슬픔에 빠졌던 사람과 같이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한 명의 인간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음악에 담았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 뒤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클래식 음악에 가졌던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워지게 된다.
클래식 음악이 한 사람의 풍경에 녹아든 순간과 더불어 그 음악을 둘러싼 비화들을 엮어낸 이 책을 읽다 보면, 클래식을 잘 모르는 독자도, 클래식에 관심 있는 독자도 모두 기꺼이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선뜻 발을 들이게 된다. 그를 통해 클래식 음악에 담긴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내 삶에 흐르는 선율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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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당신의 삶 속에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나요?”
전 클래식 기자 송지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에서 발견한 찬란한 삶의 순간들
우리의 삶 속에 음악은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어딘가를 오고 가는 순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영화나 드라마의 결정적인 순간, 집에서 오롯이 휴식을 취하는 순간 등 우리는 매분 매초 우리의 귀를 즐겁게 만드는 음악을 곁에 두고 있다. 여기 그 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온 사람이 있다. 문화예술 매거진 『올댓아트』에서 클래식 담당 기자로 일했으며, 여전히 삶에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송지인은 자신의 삶과 공명하듯 만난 클래식 음악을 엮어 쓴 열네 편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자기 위로, 성찰, 사랑, 죽음, 관계, 창작, 열정, 번아웃과 같이 우리가 매일 삶에서 마주하는 순간과 감정을 담은 클래식 음악이 자신의 삶 속에 들어왔던 순간과 그 음악을 만든 작곡가와 연주자의 비화를 엮은 열네 편의 글은 클래식의 세계가 궁금한 독자에게 가장 다정한 클래식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각 글의 말미에는 ‘추천연주’와 함께 바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삽입했다. 음악과 함께 저자의 차분한 호흡에 따라 글을 읽어도 좋고, 글에서 소개하는 명연 영상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더 깊고 다양한 클래식 음악 큐레이션을 듣고자 하는 독자를 위해 ‘함께 듣기 좋은 음악’도 함께 소개한다. 누군가의 인생 어느 한 순간에 클래식 음악이 강력하게 침투한 순간을 따라가다 보면 내 마음을 두드리는 음악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죽은 음악과 살아 있는 인간이 만나 아름답게 그려내는 선율의 흐름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졸린 음악 혹은 사치스러운 음악이라는, 세간의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이제 더는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 위해 무조건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옷을 차려입고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봐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실황 연주를 감상하거나, 유수의 음반사에서 제공하는 녹음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또 국내의 무료 연주회를 통해 감상의 기회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래전 클래식 음악의 대가인 리스트, 베토벤, 클라라 슈만, 차이콥스키, 쇼팽, 드보르자크 등 수많은 작곡가도 한 명의 인간이었다. 음악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하고자,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내고자, 세간의 비난을 극복하고자, 짝사랑하는 마음을 담고자,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달래고자 했다. 음악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렇다고 침묵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음악은 작곡가가 명징하게 표현할 수 없는 삶의 순간을 담아낸 예술이다. 오늘날 그 음악을 듣는 우리는 음악 하나로도 그 당시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받을 수 있다. 그 음악에 담긴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받는다.
“자신을 위로하는 일을 사치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그런 일을 두렵게 여기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수월한 한 겹은 음악이다. 가장 감동적이고, 가장 따스하며,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첫 위안. 쇼팽의 녹턴이나, 리스트의 《위안》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음악은 언제든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고, 가슴을 뛰게 하는, 가장 따뜻한 한 겹의 천이 되어주리라.”(29~30쪽)
타인의 시선에 위축될 때, 작곡 인생에서 수많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아 지금의 명곡을 탄생시켰던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들어보자. 소진된 열정을 되찾고 싶을 때는 한 피아니스트가 헌신적으로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자. 그들이 남긴 음악의 선율 속에서 삶을 위로하는 실마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열네 편의 글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맞닿는 음악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지은이 | 송지인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네이버 공연전시판과 문화예술 매거진 『올댓아트』에서 클래식 음악·발레 담당 기자로 일했다. 『월간 국립극장』 등에 칼럼을 실었으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미니 다큐멘터리 <다시 보는 코심, 새로 쓰는 국심> 등의 영상 시나리오를 썼다.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으로 삶은 늘 더 빛났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에 관한 글을 매일 쓴다. @habecksongoh |
차례 | 들어가며
1부 위로 ‖ 나를 위로해줘
위로가 필요한 날│리스트, 《위안》 3번
타인의 비난에 힘들 때│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생각에 잠기는 밤에│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누군가의 죽음에 허무함을 느낀다면│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2부 사랑 ‖ 첫사랑의 아지랑이
첫사랑이 떠오른 순간│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083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리스트, 《사랑의 꿈》 3번
부모의 마음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드보르자크,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총명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음악│클라라 비크 슈만, 피아노 협주곡
3부 만남과 휴식 ‖ 와인과 온기를 나누는 시간
와인을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로시니, 〈방금 들린 그대 음성〉 141
진녹색의 계절을 붙드는 음악│리스트, ‘탄식’
미술관에서 배우는 비움의 미학│R. 슈트라우스, 〈내일〉
4부 희망 ‖ 타오르는 불꽃처럼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잃어버린 열정을 찾아서│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당신에게│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나가며 함께 듣기 좋은 음악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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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
5쪽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듣고 감명을 받는 데 물질적 여유가 필요한 시대는 끝났습니다. 유튜브에서는 백 년 전에 녹음된 요제프 호프만의 쇼팽 연주를 감상할 수 있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우리나라의 국립·시립 오케스트라들이 시민을 위한 무료 연주회를 일 년에도 수십 차례 가집니다. 그러니 우리의 마음만 클래식 음악을 허락해주면 됩니다. 음악은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38쪽 그러니 비정상은 없다. 정답도 없다.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불변의 원칙과 기준은 없다. 이 시대의 순간적인 기준에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반드시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인된 대단한 업적을 쌓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또한 타인에게 받는 사랑과 미움의 무게가 곧 나의 무게는 아니니, 타인이 내게 실망하더라도 인생의 포커스를 거기에만 둘 필요는 없다. 타인의 평가는 짧지만, 나의 삶은 기니까. 살아온 시간도, 살아갈 시간도. 우리는 이를 알고 있는데도 가끔 흔들리곤 한다. 남들과 나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자각할 때, 남들의 말과 시선에 머뭇거리게 될 때, ‘내가 그렇게 이상한가?’라고 나도 모르게 나를 검열할 때가 그렇다. 그럴 때 차이콥스키를 듣는 것은 좋은 처방 중 하나다.
129쪽 이토록 멋진 나의 후배들에게 내 사랑을 전하기 위해 단 하나의 곡을 선택해야 한다면,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고를 것이다. 로베르트 슈만의 배우자이기 전에, 슈만의 제자였던 브람스가 오래도록 사랑한 상대이기 전에 클라라 조세핀 비크 슈만은 대단한 실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여성, 특히 여러 여성 피아니스트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음악가다. 그래서 오늘날 ‘슈만’이 당연하단 듯 로베르트 슈만을 지칭하게 되어버린 것이 상당히 아쉽다. 로베르트의 건초염 부상을 차치하더라도, 클라라는 처음부터 그보다 훨씬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결혼할 당시 로베르트는 실력에서도 유명세에서도 감히 클라라에게 비할 바가 못 되었다.
165쪽 리스트와 산책하며 그의 짧은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진 채, 나는 벤치에서 나무 향을 맡으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삶의 한 순간이 음악과 초록과 함께 온몸을 통과하는 것 같아 무척 상쾌했다. 음악을 들으며 보이는 눈앞의 소박한 정경이 내게 숨결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적막 속에서 태동하는 소리의 파동과 클래식 음악이 가진 이 채는 이 작은 곳에서 짧은 음악으로도 인간을 감동에 빠지게 한다.
182쪽 슈트라우스의 가곡은 악보에 악기와 음표를 넘치도록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되려 단순하게 비움으로써 완성한 음악이 어떻게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것은 그가 ‘넘치도록 채울 수 있으나’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94쪽 언제부터인가 새해에 처음 듣는 노래를 신중히 고르는 유행이 생겼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여기서 이 음악을 들으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이었다. 기기의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우렁찬 팡파르가 울려 퍼지며 곧장 피아노가 힘찬 선언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혁신적인 이 작품은 듣는 사람의 의지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독주 악기인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곡의 극초반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짧지만 화려한 독주 구간을 가지는 이 곡은 고뇌와 투쟁 그리고 승리의 서사를 가진 피아노 협주곡이다.
217~218쪽 클래식 음악을 전혀 몰라도, 이렇게 그 연주의 대단한 지점을 짚지 않더라도 임윤찬의 연주를 한 번만 들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피아니스트가 한 음 한 음에 영혼을 담아서 진심으로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열정을 연료 삼아 불타오르는 피아니스트의 절실함, 결국 기적을 이루어 내는 서사, 그 과정을 목격할 때 느끼는 경이로움이 우리를 이 음악에 열광하게 만들고, 아름다운 순간을 체험하게 한다. 그가 건반에 붙인 불은 우리의 가슴에 옮겨붙어 벅차게 하고, 눈가가 젖어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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