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다!”
OCN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원작소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의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올해 초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인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메이드 인 강남』은 강남 클럽을 중심으로 한 상류층들의 자본과 욕망, 권력의 카르텔을 다뤄 사회적 리얼리즘 소설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매회 화제성을 낳고 있는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소설인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 역시 광화문 광장에서 발견된 토막 난 시신을 통해 거대 기업과 종교 집단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_주원규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부터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열외인종 잔혹사』를 비롯해 장편소설 『메이드 인 강남』 『크리스마스 캐럴』 『망루』 『너머의 세상』 『광신자들』, 청소년 소설 『아지트』 『주유천하 탐정기』, 에세이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평론집 『성역과 바벨』, 번역서 『원전으로 읽는 탈무드』 등이 있으며,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했다.
JTBC 〈세대공감〉, 연합뉴스 〈뉴스큐브〉 등에 시사패널로 출연해 세상과 이야기 사이의 교감에 집중하고 있다.
손
발
귀
입
눈
머리
심장
작가의 말
광장 중심에 전시된 일곱 토막 난 시신
누가. 왜. 그들을. 죽였는가?
광화문 광장에서 발견된 잘린 손, 난자당한 시신 옆에 놓인 의문의 발, 현직 국회의원 앞으로 배달된 전남편의 귀와 입, 호텔에서 발견된 훼손된 시신의 사라진 머리…… 도심 한복판에서 신체의 일부가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강력계 형사 주민서는 이번 사건이 최근 자신의 팀에서 조사하고 있는 일련의 연쇄 살인사건과 연관성이 있음을 강하게 확신하고 탐문 수사를 시작한다.
정확히 네 명이 죽었다. 서울 시내 곳곳,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살해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추락사를 가장한 사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사체 수습조차 어려운 피해자도 있었다. 사건의 단선적 나열만으로 볼 때 공통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네 명의 피해자에겐 피하기 어려운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CS 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이란 사실이었다. _23쪽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 김승철 의원을 대신해 해능시 지역구 보궐선거에 당선된 서희는 선거 당일 강력계 형사 주민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광장에서 절단된 채 발견된 손이 전남편 정훈의 것일지도 모른다고. CS 화학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던 정상훈이, 아버지의 교통사고가 있었던 날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서희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에 의문을 품게 된다.
경제, 정치, 종교 권력의 부조리한 야합을 파헤친다
우리는 한 번이라도 인간인 적이 있었던가?
미궁에 빠진 사건을 뒤쫓던 주민서 형사는 사건의 희생자들이 하나의 거대 기업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과 그 뒤에는 권력 이상의 추악한 욕망이 뒤엉켜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민서는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진실은 법과 원칙 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확인하거나 폭로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법과 원칙의 프레임 너머에 있다는 사실까지도.”(220쪽)
선언하는 인간, 저주의 상징이 된 반인간(反人間)은 오늘의 우리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저주하여 우리의 숨 막히는 현실을 이야기하려는 것일지도. 과연 이 지독한 독설을 남기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이 끝없는 유예로 남아 있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스스로 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는 이야기에 대해 말입니다. _작가의 말
광장 중심에 전시된 일곱 토막 난 시신이 말하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손’ ‘발’ ‘귀’ ‘입’ ‘눈’ ‘머리’ ‘심장’처럼 분절된 이야기들은 연결 지점들을 찾아가며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반전의 결말에 다다른다. 그리고 결말을 통해 작가는 경제, 정치, 종교 권력이 얽혀 있는 현실을 첨예하게 비판하는 것은 물론, 심도 깊은 성찰을 통해 종교 본연의 문제에 대해서도 폭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