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바이크와 동거한다. 그의 방은 오직 바이크을 위한 장비와 기구들로 가득 차 있다. 27세의 그가 세상과 거래하는 방법은 퀵서비스이다.어디에도 등록되거나 소속되지 않은 불법 영업 라이너다. 손바닥 정원 홈페이지 운영자이자 식물 인테리어 디자이너 지수. 3년간의 동거. 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지울수 없는 파문으로 자리 잡고, 헌재와 지수의 폐쇄된 일상은 자아 정체성을 잃어 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헌재와 지수의 소외감과 고독감을 바이크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그들은 자유로워 진다.
김하인
1962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출생하였고, 대학교 3학년 때 『조선일보』 『경향신문』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장편소설 『푸른 기억 속의 방』을 출간하고 『현대시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 소설가와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서정소설·감성소설이라고 일컫는 순정소설을 발표해 온 대표적 대중문학 작가로, 감각적 문체와 필연과 우연의 구성, 멜로드라마의 요건을 충족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고전적 사랑을 작품에 투영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대표적 작품인 『국화꽃 향기』(2000년)는 베스트셀러(100만 부 판매)에 올라, 시대 정서를 반영하는 대중문화의 텍스트가 되었다. 이후 『아침인사』 『눈꽃편지』 『소녀처럼』 『순수의 시대』 『안녕, 아빠』 『잠이 든 당신』 『세 가지 사랑』 『신예작가 유인경』 등 다수의 작품을 펴냈다. 그의 작품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국내작가로는 처음으로 중국 출판 종합 1위를 기록,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지금은 작가와 지방신문 기자를 겸직하고 있으며,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서 ‘김하인아트홀’과 ‘국화꽃향기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1. 바이크와 라이너
2. 기억의 산책
3. 펀치머신맨
4. 낯선 동거인
5. 죽음의 질주
6. 121번 코인로커
7. 식물들의 대화
8. 야마하YZF
9. 그 남자의 스탠드
10. 우츄프라카치아
11. 레드 핸드폰
12. R은 죽었소!
13. 포르셰911,킬러
14. 나비 머리핀
15. 안다!그러나 멈출 수가 없다
16. 스위트마조람
17. 검은 바둑돌 같은 여자
18. 거미줄에 걸린 나비
19. 13개의 허브
20. ‘릴로 릴로’복수
21. ‘레블리제’의 첫 만남
22. 은빛 바이크
23. 바이크에서 꽃잎들이 떨어져내렸다
김하인의 소설을 읽을 때는 어떤 자세를 필요로 한다. ‘현실’과 ‘사상’을 결부하거나 ‘이해’하려는 이성을 동원한다면 아무것도 얻을 게 없을 것이다. 대신 그의 문장이 안내하는 대로 눈을 감고 손과 마음을 내맡기는 것, 가슴을 열어놓은 채 그가 보여주는 사랑의 공간에 들어갈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죽음을 향해, 사랑을 향해 바람 속을 질주하는 한 남녀의 삶을 현실에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단 한 번뿐인 잊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꿈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김하인은 소설을 통해서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이 감춰진 사랑 혹은 열정을 폭발시켜주는 힘을 지녔다. 따라서 그의 소설에서 문학성은 논할 의미가 없어진다. 가슴을 진공관으로 만들어 놓는 그의 감성 앞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