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의 작가 수산나 타마로의 신작 소설집. 폭력적이고 무분별한 신경질적 남자들에게 희생되는 세 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점점 더 파괴적인 본능에 자신을 내맡기며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얼마나 절실하고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거리의 여자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여덟살의 나이에 고아가 된 로사의 이야기 ‘대답해주세요’와 알프스 산간마을에서 평온하게 살다가 도시의 부유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이야기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를 통해 정신의 안정을 찾은 아내를 의심하다 결국 살해하는 극도로 예민한 성격의 남자를 그린 ‘불타는 숲’ 등 3편의 단편 수록.
수산나 타마로
“우리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소설에 감동될 수 있는 기쁨을 안겨주는 매혹적이고도 순수한 인물, 해방된 젤소미나, 빨간머리 앤…….” 몇 년 전 영화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는 작가 수산나 타마로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녀는 1957년 이탈리아의 북부 도시 트리에스테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열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의 손에 길러졌다. 타마로는 세상과 벽을 쳐놓고 모든 것을 내면에 간직한 채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아이로 자랐는데 이런 경험들은 《외로운 목소리를 위하여》속의 <어린 시절>에 담겨 있다.
그녀를 길렀던 할머니는 개성이 강하고 환상적인 성향이 있었던 분으로 타마로가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격려해준 유일한 분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소설 《마음 가는 대로》는 삶의 종말을 앞에 둔 80대 노인과 손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엄마와의 운명과 고통의 연결고리가 잘 나타나 있는데 그런 성장의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녀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항상 복잡하여 미묘한 몰이해가 그 관계를 가로막아버립니다. ……주인공의 딸은 극단적이고 고통스러운 인물이지요. 분명 우리 여자들은 그 딸의 시대를 통해 의식과 훨씬 더 강한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는데, 현재의 사건들과 과거의 사건을 연결시키며 자기방어라는 횡포한 본능의 억압을 받는 의식의 협곡에 찢겨버린 기억을 담담하게 살려내는 작가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실례라 하겠다.
십대 후반에 로마로 건너가 영화 실험 센터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이탈리아 국영방송국에서 동물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89년 첫 번째 소설 《구름 속의 머리》가 출간되었으나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었을 뿐 독자들에게는 외면당한다. 그 뒤 현대의 기계문명이 황폐화시킨 자연과 동물이 세계, 동심을 찾는 환상적인 이야기인 《뚱뚱보 미켈레》와 《마법의 공원》을 출간했다.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글을 씁니다. 컴퓨터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런 시기가 지나면 제 머리가 다시 채워지고 이상한 꿈을 꿉니다. 그러면 다시 시작해야 할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 타마로는 로마에서 한 시간 거리인 오르비에토의 시골 마을에서 고양와 개를 데리고 살고 있다. 가지고 있던 책을 모두 오르비에토 도서관에 기증했기 때문에 텅 비어 있는 집에서 신문도 텔레비전도 보지 않으며.
타마로는 영혼의 흐름, 존재의 의미를 완벽한 인물의 성격 기술과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화술로 보여주는 작가다. 그녀의 작품에는 우리 영혼 속에 비밀스럽게 간직되어 있는 치료받지 못한 고통의 흔적들이 있다.
그녀의 작품으로는 《소설 구름 속의 머리》 《러브》 《마음 가는 대로》 《아니마 문디》와 어린이를 위한 동화 《뚱뚱보 미켈레》 《마법의 공원》이 있다. 《마음 가는 대로》는 1995년 크리스티나 코멘치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옮긴이 이현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태리어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비교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지금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태리어과 강사로 재직 중이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수여하는 제1회 번역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 《마음 가는 대로》 《러브》 《아니마 문디》 《뚱뚱보 미켈레》(수산나 타마로), 《사랑의 학교》(에드몬도 데 아미치스),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이탈로 칼비노), 《남을 칭찬하는 사람, 헐뜯는 사람》(프란체스코 알베로니), 《카드무스와 하르모니아의 결혼》(로베르토 칼라소), 《싯다르타》(파트리치아 캔디), 《알렉산드로스》(마시모 만프레디), 《바우돌리노》(움베르토 에코) 등이 있다.
대답해주세요 … 7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 … 129
불타는 숲 …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