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김성수 감독, 박진영 주연의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원작 소설!
생존을 위해, 복수를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열외인종 잔혹사』 『망루』 『반인간선언』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들을 삶의 표면 위로 끌어 올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주원규의 장편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은 사이비 종교와 믿음, 구원에 대해 그린 OCN 스릴러 드라마 <구해줘>로 큰 찬사를 받은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GOT7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박진영이 쌍둥이 형제 역할을 맡아 1인 2역을 새롭게 도전하며 처절한 복수극을 그린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를 통해 “수많은 폭력 속에서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을 담아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거대 기업과 종교 집단의 횡포와 부패를 고발하며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파헤친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이번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폭력성’에 주목한다. “사회라는 이름의 학교, 그 학교로부터 이탈된, 추방된 열외들이 쏟아내는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우리들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있는 우리 자신과 조우하게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비뚤어진 폭력의 문법 속에 잠식당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강렬하고, 또한 우울한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
주원규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자랐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해체와 아나키즘이라는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장편소설 『열외인종 잔혹사』 『망루』 『반인간선언』 『광신자들』 『무력소년 생존기』 『기억의 문』, 평론집 『성역과 바벨』 『민중도 때론 악할 수 있다』, 철학 archive 『진보의 예수 보수의 예수』, 에세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등이 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1부 괴물의 등장
2부 괴물의 이유
3부 괴물들의 사회학
4부 괴물의 뒤편
작가의 말
크리스마스 아침, 물탱크에서 발견된 동생의 시신
범인을 찾기 위한 쌍둥이 형의 처절한 복수가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심한 폭행을 당한 듯한 참혹한 모습으로 물탱크 안에서 발견된 쌍둥이 동생 주월우. 그 충격으로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나자 형 주일우는 복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소년원에 입소한다. 주월우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일진 패거리인 문자훈, 백영중, 최누리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일우가 경험한 소년원은 불량 청소년을 계도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또 다른 무수한 폭력을 양산해내는 폭력제조공장일 뿐이다.
복수를 향한 살기로 생각마저 차갑게 굳어버린 주일우. 하지만 그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소년원 안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잔악무도한 폭력을 휘두르는 교정 교사 한희상과 주일우에 맞서 일진 패거리들이 불러들인 일말의 망설임도 죄의식도 없는 냉혈한 고방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고, 그 폭력이 더 큰 폭력을 불러들이는 잔혹한 세계 안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괴물이 되는 것뿐. 주일우는 동생의 복수를 위해 철저히 괴물이 되기로 결심한다.
지금의 주일우는 허위가 아니다.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인 주월우를 대신해 살아난 죽음이었다. 죽어 있는 주월우의 분신이 유령처럼 떠도는, 하지만 끔찍한 피비린내와 함께 살아 있는 명징한 현실이었다. 백영중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독방을 벗어나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몸을 돌려 손잡이를 붙잡았을 때, 백영중은 그마저도 불가능하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미칠 것 같은 질식감이 녀석의 목을 조여왔다. (72~73쪽)
이 시대의 폭력이 만들어낸 수많은 괴물들……
야만의 속살, 그 아픈 환부를 들여다보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괴물은 비단 주일우뿐만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폭력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혹은 그것의 변종으로 인해 생겨난 괴물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거나 철저히 외면하는 소년원 원생들, 폭력에 기생하듯 더 강력한 힘과 권력을 찾아 빌붙는 일진 패거리, 선량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으면서도 철저히 욕망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상담 교사 조순우까지. 괴물은 늘 우리 주위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사회에 나가면, 도심 변두리를 돌아다니면 한희상과 같은 부류의 쓰레기들을 접하는 건 일상이니까. 주일우는 한희상과 같은 어른들로 가득 들어차 있는 서울을 저주했다. 이곳도 다르지 않지만 이 창백한 푸른 빛깔 시멘트벽 너머의 바깥세상 역시 지옥이다. 그건 다분히 감상적인 자조와는 거리가 멀었다. (……) 벽 너머의 현실이 아귀처럼 주일우의 머릿속을 온통 혼란의 색으로 채워나갔다. (46쪽)
과연 주월우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주일우는 범인을 찾아내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범인 찾기에 몰두해 있지는 않다. 범인 뒤에 숨어 있는 진짜 범인, 그 거대한 배후의 실체를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견고하게 세공된 우리 시대의 폭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