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위로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들!
주목받는 여성작가 채현선이 펴낸 첫 소설집 『마리 오 정원』.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아칸소스테가>를 포함하여 모두 8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표제작 <마리 오 정원>은 실연의 상처로 아파하던 한 여자가 주술사의 힘을 빌려 복수를 하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식물의 힘을 빌려 복수의 주술 의식을 완성하는 과정이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이렇듯 작가는 현실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통이나 아픔을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환상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방법을 통해 풀어낸다. 아름다운 서사와 낭만적인 문장이 이야기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채현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칸소스테가」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마리 오 정원』이 있다.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5차’에 장편소설 『별들에게 물어봐』를 연재했으며, ‘7인의 작가전―7차’에 네 편의 단편소설 모음 『이야기 해줄까』를 연재했다.
1. 숨은 빛 / 2. 마리 오 정원 / 3. 마누 다락방 / 4. 모퉁이를 돌면 /
5. 아코디언, 아코디언 / 6. 켄세라 / 7. 아칸소스테가 / 8. 나의 글루미 선데이
해설
작가의 말
너의 아픔에 지극한 위로를 퍼뜨리는 주술사들의 이야기
모퉁이를 돌면 나타나는 신비의 정원
그곳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누군가가 있다!
약간 비밀스러운 공감과 마법사가 등장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
이상하고 엉뚱하게 아름다운 음악 소리,
아직 온기가 남은 달콤한 음식들만으로도 아픔으로 독이 올랐던 우리는
금세 착해지고 체념으로 힘을 잃었던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만 같다.
―「해설」 중에서
채현선 작가 첫 소설집 출간!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아칸소스테가」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채현선은 등단 이후 평론가들 사이에서 주목할 만한 여성 작가라고 호평을 받으며 다수의 문예지에 단편을 게재해왔고, 이번에 작품들을 모아 첫 소설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신춘문예 당선작은 “어둡고도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한부의 생명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고통이지만, 생명이 있는 것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바로 삶의 의미임을 일깨워준다. 냉정한 시선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는 내면의 세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소도구의 병치, 수채화처럼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서사 공간 등이 이 작품의 소설적 성취”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는 신춘문예 등단작을 비롯하여 표제작인 「마리 오 정원」 외에 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긴장과 균형을 잃지 않은 내러티브를 발산한 이번 소설집은 소설가 채현선의 작품 세계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주지 않을까 한다.
“보이는 것만 본다면, 세상은 음악 없이 춤추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채현선의 첫 소설집 『마리 오 정원』은 문체나 기법에 있어서 판타지라는 장르에서 보이는 ‘환상’이나 ‘신비’의 내러티브가 아닌, 실재하는 현실 속에서 경험될 수 있는 고통이나 아픔을 채현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환상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방법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수채화처럼 투명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사, 단정하면서도 낭만적인 문장들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작가만의 작품 세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각 작품들은 ‘한국의 어디’라는 정형화된 공간을 설정하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순간 소설이 이야기하고 있는 현실의 그 어딘가로 데리고 가서 풍부한 언어와 낭만적인 서사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외로움, 슬픔, 고통이라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마리, 마누, 얀, 아킴테라, 켄세라, 라파엘, 로렌스, 소피아, 푸엘라 등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명칭들과 정형화되지도, 구체화되지도 않은 시공간의 설정은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 속에서 신비로운 아우라를 발산하며 채현선만의 독특한 작품 색을 드러낸다. 순수를 잃어버린 채 표류하는 이 시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그러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슬픔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거칠게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그 자체를 바로 볼 수 있게 안내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아픔과 슬픔의 근원을 찾아 부드럽게 다독이며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주문을 걸다!
표제작인 「마리 오 정원」은 실연의 상처로 아픔을 견디다 못한 나머지 ‘마리’라는 주술사의 힘을 빌려 복수를 하려고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식물의 힘을 빌려 복수의 주술 의식을 완성하는 과정은 소설 안에서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그려진다. 신비한 씨앗과 함께 남자와 관련된 물건, 상처받은 여자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감정을 담아 화분에 심고, 세 차례에 걸친 주술 의식을 통해 식물이 자라 꽃이 피면 남자가 죽게 됨으로써 여자의 복수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세 차례에 걸친 의식 과정 속에서 고통을 원망으로, 원망을 복수로 되갚으려 했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주술사 마리를 통해 마음속에 엉켜 있던 응어리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고 그렇게 천천히 치유되었던 것이다.
채현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잃은 데서 오는 아픔과 슬픔을 가지고 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을 다독이고 때로는 서로를 위로하며 고통을 함께 나눈다.
자신의 아픔을 타인을 향한 베풂으로 승화시키며 소외된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소피아 할머니(「숨은 빛」), 누군가의 고통을 잊지 않고 함께 나누며 치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누 할아버지(「마누 다락방」), 죽음을 존재 자체의 사라짐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는 노부부와 남자(「모퉁이를 돌면」),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 앞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죽은 아들의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공짜로 잼을 나눠주슴 할아버지(「아코디언, 아코디언」),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낯선 이들의 한밤의 통화(「켄세라」), 시한부 인생을 살지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호흡하며 살아가는 아내(「아칸소스테가」), 사랑도 실패, 취업도 실패한 한 남자와 동고동락하게 된 코커스패니얼 이야기(「나의 글루미 선데이」)까지 채현선의 소설 안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임과 동시에 우리 자신이기도 한 인물들이다. 그들을 통해 독자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삶을 향한 아름다운 열정과 따뜻한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