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까마귀가 쓴 글>의 작가 김현영의 장편소설. 미래의 어느 날 벌어질지도 모를 참혹한 인간 세계의 모습을 그린다. 작가는 차갑고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인 문장으로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과 지켜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활용 심사에서 탈락된 ‘폐기물’들이 어둠 속에서 적재함에 실리기 시작한다. 공무수행 완장과 헤드랜턴을 착장한 인간들이 잡히는 대로 폐기물을 실어 올린다. 제 몫의 에너지를 알뜰히 소비한 이제 세상에서 필요 없는 쓰레기가 된 폐기물들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다.
그곳에서 이미 늙어버릴 대로 늙은 수는 애타게 누군가를 찾는다.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유일한 그녀의 친구였던 진. 그리고 그곳에서 수는 수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아이의 모습 그대로인, 한쪽 팔을 잃은 진을 찾는다. 그렇게 둘은 40년 만에 다시 조우한다. 그 둘 사이에 흐른 시간의 강 속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intro
6. 폐기물
5. 재활용 심사
4. 분리수거의 날
(1) 25100423111
(2) 진
(3) 수
3. 민간의 쓰레기
(1) 25100423111
(2) 진
(3) 수
2. 공공의 쓰레기
1. 쓰레기의 탄생
7. 다시, 폐기장
outro
좌담: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은 곧 내게, 우리에게, 일어난 일 – 문학평론가 조형래
작가의 말
『냉장고』 김현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인 문장으로
처절한 미래의 인간 세계를 이야기하다
추위도 더위도 막지 못하는 낡은 거죽만 남은, 수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영원히 늙지 못하는, 진
기나긴 세월의 끝, 죽음의 문턱에서 폐기물이 되어 만나다
“너는 그냥 변해. 마음 놓고 변해가. 자연스럽게, 그저 자연스럽게. 그게 네가 내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야. 대신 내가 변하지 않을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 있어줄게. 네가 언제 어디서든 나를 알아볼 수 있도록.”
『냉장고』의 김현영 작가, 첫 장편소설 출간!
젊음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상처와 허무를 예리하게 잡아내며 현대인의 존재방식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졌던 소설집 『냉장고』로 평단과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김현영 작가가 첫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문체와 내용으로 미래의 어느 날 벌어질지도 모를 참혹한 인간 세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종 차갑고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인 문장으로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과 지켜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호소력 있게 이야기한다.
김현영만의 디스토피아적 창의력을 발산하다
이 소설은 인간이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는 기계적인 공정에 대한 압도적인 묘사로 시작된다. 그러나 인간을 쓰레기로 처리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정작 쓰레기 당사자들뿐이다. 소설 속의 세계를 창조한 지도 그룹이나 그들의 세상에 소리 없이 공모하는 민간들은 그런 현장을 부러 보지 않은 채 일상을 영위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문명의 발달이 초래한 이면, 비참한 현실을 환기시키며 작가는 묻는다. 과연 이 모습이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는가?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극단적인 삶의 경계에 존재하는 모습들은 전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우리의 과거에 존재했던 사실이고, 현재에도 자행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면해왔고 외면해오고 있는 이런 비참한 진실을 바탕으로 김현영은 새로운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창조해냈다. ‘의료 폐기물’이라고 명명된, 태아나기도 전에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버려져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부유하는 ‘태아령’을 새로운 화자로 내세우며 이 소설은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낱낱이 공개한다.
인간성을 배제시키는 세상에서도 과연 인간성은 존재하는가
이 소설은 “이런 인간쓰레기 같은..”이라는 표현에서 등장하는 은유적인 모습이 아니라 진짜 쓰레기가 된 인간들의 비참하고 처절한 삶을 그리고 있다. 지도 그룹이라고 분류되는 지배적인 계층의 차가운 대리석이 뽐내는 화려한 미와 그들의 시스템에 공모하는 민간들, 진과 수로 대변되는 쓰레기들의 어둡고 냄새나는 폐기장의 모습이 명확히 대비되면서 그 속에서도 과연 희망이 존재하는지, 인간성을 배제시킨 세상을 만든 자들에게도 과연 인간성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만든다.
읽을수록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독특하고 짜임새 있는 역전 구성의 묘미
이 소설은 현재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역전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치밀하게 짜인 플롯 속에서 이 세계의 비참이 어떻게 열리게 되었는지, “도대체 왜” 혹은 “도대체 무엇이”라고 생긴 의문들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수록 하나씩 해결되면서 점점 더 소설 안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이런 역순 진행을 통해 주인공인 진과 수뿐만 아니라 소설 안의 세상에 내제된 슬픔이 점점 더 극대화되면서 커다란 울림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