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 NO!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소울하우스!
『내 집 마련의 여왕』은 현실감 있는 소재로 동세대 삶의 단면을 감각적이고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 김윤영의 첫 장편소설이다.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이자 문제인 부동산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고 발랄하게 그려냈다. 2008년 벽두, 보증 때문에 집을 날리게 된 수빈은 한 자산가의 도움으로 집을 찾고 그의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그 미션이란 바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것. 수빈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딱 맞는 보금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중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한국을 덮치게 되는데….
다소 긴 작가의 말
제1장
부동산과 상상력
슈뢰딩거의 고양이
내 생애 첫 임장
커다란 꿀밤 나무 밑에서
코스톨라니의 달걀
제2장
내 형제의 집은 어디인가
아를의 노란 집
제3장
추억을 돌려드립니다
호수가 있는 풍경
초원의 빛
제4장
피아노치기 좋은 집
아파트 공화국
소울하우스
제5장
북촌 가는 길
서울의 달
눈을 본 적이 있나요
제6장
가을이 오면
보물찾기
귀환
내 집 마련의 여왕
작가의 말
소울메이트? NO!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소울하우스!
집다운 집, 사회다운 사회를 갈구하는 유쾌하고 통쾌한 이야기
1998년 등단한 이래, 현실감 있는 소재로 동세대 삶의 단면을 감각적이고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품을 발표해온 김윤영의 첫 장편소설이다. 복잡하고 딱딱할 것 같은 부동산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전설화처럼 풀어놓은 이 소설은 거침없고 통쾌하다. 유머러스하고 발랄하게,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한국사회 최고의 이슈를 소설 속에 담아냈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생스럽지만 씩씩하고 당당한 여인 수빈, 정해진 금액이나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해결사로서 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동산 경제를 친절하고 자상하게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상처 받은 사람들을 감싸고 그들의 따뜻한 연대의식을 자아낸다. 정 사장이란 자산가의 미션을 맡아 사연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당찬 여인의 활약상과 가족들의 신비로운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희망과 사람냄새 나는 세상, 공공선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자본이 곧 힘이고 가진 자들이 모든 것을 장악한 한국사회에서 인간의 따뜻한 정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이란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한국사회
― 한국만의 ‘부동산 매트릭스’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 우리 사회는 아직 1980년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파트에 살면 잘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그야말로 아파트 전쟁의 시대다.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 자기 월급의 몇십 배나 되는 돈을 대출받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아등바등 힘들게 살고 있지만 아파트 한 채만 있으면 그런 것쯤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값은 절대 내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러나 작가는 사람들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이런 대부분의 사람들과 입장을 달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아파트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그들의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의 입장, 바로 서민의 입장에서 한국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작가는 시대가 변한 만큼 사람들의 욕망과 욕구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그래도 남과 더불어 살려는 마음, 추락하는 이를 잡아주려는 최소한의 선의지가 우리에게 아직 얼마만큼 남아 있는가, 개인의 욕망과 공공선이란 도저히 양립하기 힘든 문제일까, 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줄거리
2008년 벽두, 보증 때문에 집을 날리게 된 나는 정 사장이란 한 자산가의 도움으로 집을 찾고 그의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그 미션이란, 정해진 금액이나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고아 청년들 서 대리 형제의 불운한 부모 이야기에서부터 추억을 잃은 독신노인 박 선생과 그의 추억을 다시 찾아주는 일, 장애아동 훈이가 있는 윤 소장네 가족 이야기와 훈이 엄마와 자매처럼 정을 나누게 된 이야기, 젊은 시절을 서민들을 위해 몸 바치는 데 앞장서온 이 간호사의 이야기 등을 통해 각박한 사회에서 사람 냄새나는 훈훈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들에게 딱 맞는 보금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오늘도 나는 경매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그 미션들을 하나하나 성공시켜 나간다. 그러나 정작 실종된 남편과 말문이 막힌 딸아이를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서로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했던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남편이 소울하우스라고 생각했던 집에서 한없는 그리움과 외로움을 느낀다. 나는 남편을 찾으려는 각고의 노력과 정 사장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중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한국을 덮치는데……
작가의 말
(……)
이제 시대의 패러다임이 정치에서 경제의 영역으로 이동했음은 누구나 안다. 이 시대 화두는 민주나 평등과 같은 관념적인 문구가 아니라 재테크나 부동산, 구체적으로 10억 만들기 등이 당당하게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
내가 그나마 좀 자신 있는 게 딱 하나 있다면, 대한민국 평균적인 보통 사람들의 한숨과 심정, 생활고와 소박한 꿈에 대해선 누구보다 절감하고 감정이입이 잘 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 시대 변치 않는 꿈은 여전히 내 집 마련이고, 그래서 전세나 이사 같은 각론에서부터 본격적인 갈아타기, 재테크, 대출, 경매와 같은 굵직한 총론에 이르기까지 내 문제를 고민하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구상할 수 있었다.
(……)
지금 우리 모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욕망의 바벨탑 위에 올라와 있는 존재들이라 생각한다.
내려가고 싶어도 아랫사람들 때문에 어렵고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것도 힘들고 이 와중에도 남의 어깻죽지를 딛고 올라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 남을 떨어뜨리는 위인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한번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변한 시대만큼 우리의 물질적 욕망, 욕구 다 인정한다 치자, 그래도 떨어지려는 이를 잡아주려는 최소한의 선의지라는 게 우리에게 얼마만큼 남아 있는 걸까? 개인의 욕망과 공공선이란 도저히 양립하기 힘든 문제일까?
(……)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잠시 생각해본다. 돈과 결혼 문제로 쉴 새 없이 머리 굴리는 등장인물들로써 당대를 꿰뚫고 이백 년이 지난 지금도 공감을 주었듯이, 거칠고 황당하고 통속적이고 지극히 돈냄새 나는 이 소설도 혹시 그런 존재 이유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작은 손거울만 한 역할 정도. 빡빡하고 의욕도 없고 헛헛한 삶이지만 잠시 들여다보면서 …… 나 아직 쓸 만하네. 그래, 나 아직 죽지 않았어…… 이런 위안을 줄 만한 요술 손거울. 이것이 나의 로망이다.
(……)
추천사
김윤영이 첫 장편소설로 돈 냄새 팍팍 나는 소설을 들고 나왔다. 게다가 기분 좋은 땀 냄새, 발 냄새도 난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3년 동안 그녀는 서울 안팎의 백여 군데의 집들을 기웃거리며 순례했다. 부동산업자 경매업자도 이 소설을 보면 울고 갈 것이다. 오래전부터 작가들이 문학작품에서 다뤘던 ‘집’이라는 안식처를 ‘부동산’이란 현실적인 개념으로 너무나도 재미나고 생동감 있게 다룬 최초의 작가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괴짜 부자노인의 미션을 맡아 사연 많은 사람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억척 아줌마의 좌충우돌 활약상과 가족들의 신비로운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희망과 공동선에 대한 문제로 따뜻하게 번진다. 이것이 바로 김윤영의 힘이고 개성이 아닐까. 유머러스하며 통쾌하고 발랄하게 당대 한국사회의 최고의 이슈를 성공적으로 소설에 담아내는 그녀는 분명 당대 한국문학의 평수와 지가를 올릴 게 분명하다. 그녀의 첫 장편에 박수를 보낸다.
소설가 권지예
김윤영 작가의 소설세계를 측은지심 사실주의라고 경탄하며 무척 즐겨왔다. 첫 장편으로 복잡하고 딱딱할 것 같은 부동산(집) 이야기를 구전설화처럼 풀어놓으니 이전 소설집들처럼 거침없이 통쾌하다. 나름대로 신산하지만 씩씩하고 당당하며 희망과 연민으로 무장하고 있는 여인, 남의 집 마련의 해결사로 나서, 문외한들에게 부동산 경제를 친절하고 자상하게 속성으로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의 따뜻한 연대를 주동한다. 당찬 여인네의 리얼하면서도 신비로운 일 년간의 신바람 로망은 집다운 집, 그리고 사회다운 사회를 갈구하는 유쾌한 우화다.
소설가 김종광
위태로운 줄 위의 인생들, 줄 위의 몰락들, 이제 사뿐히 내려앉는 착지는 불가능한, 결국 삶의 무의미한 추락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보라. 이를 바라보는 김윤영의 시선은 줄타기 장인의 견고한 그것을 닮았다. 줄 위의 그는 아슬아슬 떨어질 것 같지만 단지 관객들의 우려일 뿐. 줄 위의 그는 자신이 결코 땅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자기 확신의 여유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오금 저리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처럼, 김윤영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나태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김윤영의 여유인 셈이다.
소설가 백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