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 신정일의 『동해 바닷가 길을 걷다』. 저자가 총18일에 걸쳐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서 출발하여 아름다워서 슬픈 동해 바닷가 길을 따라 통일전망대까지 걸으면서 느낀 체험을 고스란히 기록한 것이다. 아울러 사진을 풍부하게 실어 지역별 특징과 명소 등을 친절하게 안내하여 생생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정보를 안겨준다. 오래 전에 동해 바닷가 길을 걸어간 옛 사사람들의 자취도 오롯이 옮겨놓았다.
신정일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기획하여 금강·한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5대 강과 압록강·두만강·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으며, 400여 곳의 산을 올랐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 바닷길을 걸은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장거리 도보답사 길을 제안하여 ‘해파랑길’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었다. 2010년 9월에는 관광의 날을 맞아 소백산자락길, 변산마실길, 전주 천년고도 옛길 등을 만든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독학으로 문학·고전·역사·철학 등을 섭렵한 독서광이기도 한 그는 수십여 년간 우리 땅 구석구석을 걸어온 이력과 방대한 독서량을 무기로 『길 위에서 배운 것들』 『길에서 만나는 인문학』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 『섬진강 따라 걷기』 『대동여지도로 사라진 옛 고을을 가다』(전3권) 『낙동강』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 60여 권의 책을 펴냈다.
프롤로그
첫 번째 구간
첫째 날 해운대 → 임랑해수욕장
해운대, 고운 최치원의 유상터 -용궁사, 시랑산 아래 바다를 마주하고 서다-대변항, 보는 것만으로 군침 도는 기장미역, 학꽁치가 지천이어라-일광해수욕장, 청량한 파도소리에 잠든 시정詩情이 깨어나다 -임랑, 정처없는 나그네의 밤이 또한 그러리라
둘째 날 임랑해수욕장 → 방어진항
고리원자력발전소, 도보여행에 경치란 한낱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울산광역시 간절곶, 하늘이 하루를 가장 빨리 열어 주는 땅 -서생포왜성, 임란에 홀로 적진에 뛰어든 사명당 -처용암, 바다 용왕의 아들 처용을 싣고 육지로 오른 바위
-장생포, 바다는 고래의 귀환을 기다리며 -울산, 수운 최제우의 자취를 더듬다
셋째 날 방어진항 → 경주 입성
방어진항, 취기 어린 발길은 옛사람의 풍류를 안은 바위와 섬을 만나고 -울산공업단지, 사람이 있어 이름을 얻은 땅
-윤웅바위, 신라 왕족으로 고려 창건에 헌신하여 바위에 새긴 이름 -강동화암주상절리, 신생대 제3기에 생성된 꽃처럼 생긴 바위 -치술령, 망부석 설화로 남은 박제상의 아내와 딸
넷째 날 경주 양남면 → 포항시 대섬
월성 원자력발전소, 해안길이 끊겨 산길로 들어서다 -문무왕수중릉, 동해 용이 되어 나라의 평화를 지키리
-감은사, 동해 용이 된 부왕을 기리다 -이견대, 신문왕이 아버지의 화신 용을 보다 -만파정, 세상 파란을 잠재웠다는 만파식적 소리를 그린다 -감포항, 바우와 산에서 읽는 어촌 풍속 -포항시 대섬, 이언적이 풍광에 취하다
다섯째 날 포항시 장기현 → 포항 호미곶
장기, 시대의 논객을 품어 주다 |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성동리, 단종의 충신 황보인의 후손들이 숨어 살다
-후동 불선암, 원효대사와 수운 최제우 깨달음을 이루다 -구룡포, 아홉 마리 용의 승천지
-장기목장성, 동해 바닷가에서 신라의 군마를 기르다
여섯째 날 포항 호미곶 → 두호동 포항창
호미곶, 포효하는 호랑이 꼬리 -동해 여사, 망국한 신라 관리들의 마을 -영일, 연오랑과 세오녀의 무대
-일월지, 시「청포도」의 무대 -포항 죽림산, 수운 최제우가 기문으로 칭송하다
-포항제철 : 1970년대 중공업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다 -형산강변 주진나루, 청어 산출량으로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다
일곱째 날 포항 흥해 → 영덕 원척리
흥해, 풍요로운 땅 -칠포, 고대 문화를 담은 바위그림 -오도리, 영일 사방 준공비
-청하, 하늘과 물이 어울려 어둡고도 침침하네 -조사리, 원각국사의 고향
-화진해수욕장, 긴 세월에도 씻기지 않은 임진왜란의 상흔 -영덕군 장사해수욕장, 명사십리에 해당화는 흐드러지고
여덟째 날 영덕 원척리 → 대진해수욕장
강구항, 영덕대게와 흰 테 두른 은어에 입 안 가득 고인 침을 주체 못하다 -오포리, 지세가 세어 밭으로 변한 오포영 터
-소월리, 오십천에는 은어가 놀고 공북정에는 거제화가 피어나고 -창포리, 과메기 익어 가는 붓꽃 마을
-노물리, 지명에 어종을 담다 -축산, 말과 소의 형상으로 섬을 이루다 -죽도, 남씨와 김씨의 조상이 된 당나라 사신
-도곡리, 의분으로 일어선 평민 의병장 신돌석을 그리다 -영해, 바다는 넓고 편안한데 사람살이는 멀고 첩첩한 산과 같아라
-대진리, 항구에 열지어 정박한 선박 위로 바닷갈매기 한가롭고
아홉째 날 대진해수욕장 → 고래불해수욕장
관어대, 이색의 자취를 더듬다 -대진해수욕장, 절망으로 무너진 청춘을 예술혼으로 세워 주다
-칠보산, 중국 사두충이 물맛으로 칠보의 존재를 알아차리다
두 번째 구간
열째 날 경북 울진 → 덕신리
후포, 후한 지역 인심이 지명이 되다 -평해, 이곡이 마음으로 찾던 신선지경 -월송정, 청백의 조화로 이룬 풍광이 사시사철 변함없어라 -구산항, 대풍헌으로 조선이 울릉도를 관리했음을 알리다 -해월헌, 난새와 봉황이 날개를 편 듯한 사동 땅에 세워진 정자 -망양정, 빈터에서 시문으로 마음을 달래다 -덕산리, 남북으로 사신이 빈번히 거쳐 간 조선시대 덕신역
열하루째 날 산포리 신망양정 → 강원도 삼척
산포리, 신망양정에 오르다 -수곡리, 오늘의 현실까지 예견하였던 조선시대 인물 격암 남사고를 기리다
-성류굴, 얽힌 이야기가 차라리 전설이었으면 -울진, 울창한 산림에 진귀한 보물이 산재하다
-진화봉, 산봉우리에 토병과 간수를 묻어 화재를 막다 -봉평, 신라시대 주요 지역이었음을 알리는 신라비
-죽변, 시누대 사이로 풍경이 아름다운 포경지 -염촌 흥부장, 효자문과 열녀문으로 인간지정을 읽다
-십이령, 쪽지게를 지고 울진과 봉화를 오가던 선질꾼들의 실크로드 -고포, 경북의 끝이며 강원도의 시작이 되는 지역
열두째 날 삼척 갈남리 → 동막리 대진항
7번 국도, 바다가 그림처럼 뒤따르는 길을 걷다 -갈남리 해신당, 애랑낭자의 원혼을 달래다
-용화리해수욕장, 갖가지 물상을 띤 바위, 고개, 굴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다 -궁촌리,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과 그 두 아들의 비참한 죽음터 -동막리 대진항, 그 길에 서면 사람도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세 번째 구간
열셋째 날 삼척 죽서루 → 묵호항
삼척, 보보유경 -죽서루, 관동팔경이 된 오십천 절벽 위 누정 -척주동해비, 미수 허목의 주술가를 담아 해일을 잠재우다
-해가사터, 수로부인에게 꽃을 바치다 -추암, 촛대바위와 함께 일출 장관을 더해 주는 기이한 바위
-묵호항, 동해바다는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술이어라
열넷째 날 묵호항 → 강릉 경포대
정동진 해안단구, 우리나라 지질 연구의 보고인 천연기념물 -정동진, 드라마「모래시계」로 새롭게 부상된 명소
-등명사, 쌀뜨물 방류로 동해 용왕의 노여움을 사다 -해령사, 애달픈 처녀 혼령을 위로하라
-하시동리 풍호, 연꽃이 피는 모습으로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다 -강릉, 시서예 묵객의 마음을 매혹시킨 무수한 절경들
-한송정, 전설 속 술랑 선인述郞仙人들의 풍류지 -경포대, 멋과 맛을 안겨 주는 관동제일루
열다섯째 날 강릉 경포대 → 쌍한정
사천 교산,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형상의 산 아래에서 허균이 태어나다
-쌍한정, 박공달과 박수량이 관직을 버리고 시주詩酒로써 즐기다
네 번째 구간
열여섯째 날 주문진항 → 양양
화상천바위, 생명 구제의 자비행으로 스님의 절을 받은 어린 최운우 -양양 휴휴암, 팔만사천 번뇌 망상을 모두 내려놓고 몸도 마음도 쉬어 가자 -인구리 죽도, 섬 아래 돌이 다 닳으면 세상이 바뀌리라 -화동 지속소, 부정한 기우제로 신을 진노케 하라
-남대천, 연어의 모천 -낙산사,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의상
열일곱째 날 속초 설악산 → 고성 송지호
설악산, 한가위에 덮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 녹는 골산 -속초, 호수 풍광이 아름다운 포구마을에 실향의 아픔을 품어 주다 -영랑호, 화랑 영랑을 매혹시키다 -선유담, 신라 사선四仙인 영랑, 술랑, 안상, 남석행의 풍류도를 더듬다
-거진, 큰 나루를 이룰 지형이라는 예언에 옛 지명 고탄진을 버리다
열여덟째 날 고성 화진포 → 통일전망대
화진포, 모래가 울고 해당화가 만발하다 -통일전망대, 휴전선 155마일 최북단 동해 바닷가 길을 꿈꾸다
걸어가고픈 땅, 북녘
고성, 화담 서경덕의 자취를 더듬다 -해금강, 바다에서 만나는 만물상 -삼일포, 신선의 발길을 3일이나 묶어 놓은 선경
-금강산, 산의 재자才子일만이천 봉 -단발령, 금강산 전경을 마주하고 있는 고개 -시중호, 모래톱에 피는 해당화
-통천, 인어를 낚던 바다마을 -안변 학포, 아름다움으로 중국 절강浙江의 서호西湖에 견줄 만하다 -원산, 관북지방 해륙 교통의 요충지 -명사십리明沙十里, 붉은 해당화 꽃주단 -영흥만, 설화와 전설로 생명을 얻다 -영흥군, 여진족 방어를 위해 축성한 삼관문 -광포,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 -흥남부두, 흥남철수작전지 -홍원, 땅이 궁벽져 구름과 연기가 고색 짙다
-북청, 인재를 배출하고 품어 준 땅 -이원군, 진흥왕순수비인 마운령비 -학사대, 만 권의 책을 쌓은 듯한 기암괴석
-마운령, 관북의 관문 -길주, 고구려 땅을 점령했던 여진을 정벌하다 -칠보산, 개심사를 품은 함북의 금강산 -경성, 동해안 최북단 항구 도시 -경흥군, 한반도 동해 트레일 종착지 -두만강,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어 흐르는 강 -녹둔도, 이제는 러시아에 귀속된 국토 최북단 모래섬 -너무 아름다워 슬픈 길, 여정을 끝내며
아름다워 슬픈 그 바닷가 길을 두 발로 꾹꾹 걸어 보자
입안 가득 바다 내음을 머금고
부산에서 두만강 녹둔도까지 1,400km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세계로 이어지는 동해 바닷가 길을 걷자
부산-고성-두만강 녹둔도-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되는 동해 바닷가 길, 그 길에 발을 디뎌 호흡하자
지구촌에 도보여행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어느 자연 과학자는 오늘 우리는 한 생을 살며 500년에 이루어질 변화를 겪어 내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듯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은 숨가쁠 수밖에 없다. 새롭게 변화를 몰고 다가오는 대상에 의지하여 시간을 건너고, 곧바로 또 다른 대상을 찾아 의지해야 하는 징검다리와도 같은 인연 쌓기에 몰두시키는 환경에 서있다. 이러다가 낙오되지 않을까……번뇌가 인다.
그런 이유일 것이다. 야곱의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자의 길이라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일본 에도시대의 옛길, 조선시대의 대동맥을 이룬 영남·삼남·관동대로 등 역사를 담은 길, 신앙의 성지를 찾아가는 길, 자연을 호흡하는 길을 따라 걷는 도보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잠깐이라도 허둥대던 삶의 무게마저 내려놓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정비된 길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인 흙 길에 발을 올려 흙과 호흡하며 걷고 또 걷노라면 망각하고 살아온 자신의 본모습 ‘진여’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그 길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허준은 일찍이 <동의보감>에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는 문구를 남겨 어떠한 약과 음식보다도 걷기가 최고의 보약임을 알렸다. 하지만 현자인 그가 걷기를 육신의 보약으로만 말하였을까. 길을 나서면 발길을 올려놓은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일어났다 스러져 간 누대의 역사,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호흡하게 되고, 자연스레 문명의 이기에 의지하여 채찍 가하듯 내달려온 삶의 여정에서 잃었던 자아를 회복하고 심신도 강건해지기에 이만 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오늘 이 책의 저자는 같은 취지로 제안을 한다. 나를 찾기 위해 나의 모태가 되어 준 국토를 걷자고. 어느 길이든 좋으나 이번에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서부터 두만강변 녹둔도까지 1400킬로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 바닷가 길을 걸어 보자고 한다. 동해 바닷가 길은 안타까운 녹둔도에서 다시 러시아 해변을 휘돌아서면 유럽과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까지도 단숨에 이어진다. 동해 바닷가 길은 바로 그 여정의 원점이다. 관동팔경, 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설악·금강·두타산의 명산과 원산의 명사십리가 길 따라 알알이 박혀있고, 그 길은 시간의 공감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게 망망대해로 펼쳐지는 태평양과 함께하는 동해 바닷가 길은 천하제일의 도보 답사지이다.
이 책은 우리 땅 최고의 도보 순례자인 신정일이 총 18일에 걸쳐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서 출발하여 아름다운 동해 바닷가 길을 따라 통일전망대까지 걸으며 느낀 체험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그 길을 걸으며 한 순간 눈에 걸리는 풍경에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하다가, 풍경을 이룬 파도가 되었다가 그 파도를 안은 바다가 되기도 하고, 매일 태어나고 스러지는 태양이 되기도 했던 가슴 벅찬 시간들을 기록하고, 그 순간을 앞서 체험했을 옛 사람들의 자취를 오롯이 옮겨놓았다. 저자는 지역별 특징과 명소 등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자신이 체험한 그곳에 대한 분위기와 느낌 등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내어 독자에게 생생한 지식과 경험, 정보를 제공한다.
길에서 길을 찾고자 떠날 준비를 하는 모든 이에게, 동해와 나란히 펼쳐진 여정은 시인 안현미의 말처럼 ‘새로운 시간을 만나는 길’이다. ‘역사에서 신라 화랑들의 순례길이 되었던 5000년 숨결이 서린 역사의 현장’이 도처에 산재해 있고, 빼어난 자연 풍광에 어린 전설과 설화의 보고寶庫이며, 앞서 그 길 위에서 이루어진 옛사람들의 곡절 어린 삶과 그러함에도 결코 풍류지도를 잃지 않고 실천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러한 흔적을 문헌에서 찾고 길에서 느끼며 정리해 놓았다.
독자는 저자가 들려주는 <삼국유사>에 실린 처용과 박제상의 이야기를 듣고, 문무왕 수중릉과 이견대, 호미곶과 칠포의 바위그림을 보며 포항을 지나 영덕에 들어서면 신돌석 의병장과 영해민란이라는 참혹하지만 의기를 되살려 주는 역사의 무대와 만나게 된다. 짐짓 관동팔경의 풍류를 흉내 내며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별장이 있는 화진포에 들어서서, 그곳에서 반세기 전 이 땅을 폐허로 만들었던 전쟁과 처절한 빈곤, 그리고 그 시간을 딛고 일어선 오늘 우리의 풍요를 반추하여 가노라면 어느새 나라의 끝자락에 펼쳐진 두만강에 이른다.
그 길 따라 남겨진 고려 말의 이곡, 이색 등의 흔적을 밟다 보면, 조선시대 김시습, 양사언, 이언적, 이산해, 송강 정철, 박종, 겸재 정선, 송시열, 이산해, 허목, 김시습, 정철, 허균, 이이, 허난설헌, 신사임당 그리고 천문학자인 남사고와 의병장 신돌석, 동학의 1대 교주인 최제우와 최시형, 직업적 혁명가인 이필제와도 만나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포구에서 포구로 이어지는 동해 바닷길에서 나그네들의 미각을 사로잡는 맛은 얼마나 많은가. 학꽁치, 멸치, 과메기(포항), 대게(영덕, 울진), 고포 미역, 오징어, 정어리, 청어, 명태식해(거진) 등 셀 수도 없는 식도락의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일출로 붉게 물드는 새벽을, 어스름한 해거름의 저녁을, 별이 떠오는 한 밤을 나그네가 되어 온몸으로 체험하며 걸었던 자신의 기록을 지도 삼아 떠날 것을 권유한다. 저자의 글을 지도 삼아 노선을 잡고, 천천히 묵언으로 평정을 찾아 걷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의 들숨날숨이 대지의 호흡에 맞춰지고 우리도 자연과 하나를 이루어 존재함을, 그리고 거대한 자연의 관용과 배려로 우리네 삶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절감할 것이다. 저자의 기록은 그 길로 인도하는 가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