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시시알콜』은 “어떤 고백에는 용기보다 취기가 더 필요하다” 화제의 ‘시+술’ 매칭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詩알콜’ 독자가 사랑하는 최영미, 나태주, 정호승, 오은, 한강의 시와 광고계의 두 크리에이터의 빛나는 에세이다.
김혜경
인생도, 술도 쓰린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술은 해장할 수 있으니까! 라며 매일매일 술을 즐긴다. 보다 쓸모 있게 취해보고 싶어서 술 마시고 시 읽는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의 DJ 김풍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부터 제일기획에서 강아지 ‘똘멩이’의 사료값도 벌고 있다. 비염 걸린 목소리로 헛소리와 주정을 늘어놓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그럴 예정이다.|||술을 마신다. 취하지 않으면 왠지 서운하다. 시집을 읽는다. 취하지 못하면 괜히 억울하다. 그렇게 취하고 싶은 두 가지를 읽고 마시다 보니 2016년,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의 DJ 이능청이 되었다. 2007년, 고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2014년,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자 팟캐스트를 함께하는 DJ 김풍문과 싸우고, 취하고, 웃고, 떠들며, 오늘도 연애 중이다.
시작하며
내가 취했으니까 하는 말인데……
최영미 「내 마음의 비무장지대」 + 디아블로 까베르네 소비뇽
난 슬플 땐 술 퍼!
신현림 「나의 싸움」 + 호세쿠엘보 에스페셜
당신을 24시간 사랑할 순 없어요
성기완 「날고기 블루스」 + 가십 맥주
말하지 않아도 사랑해, 라고 말하지 않아도 사랑해?
나태주 「그 말」 + 블랑 1664
짝짝이라도 좋은 한 짝
정끝별 「펭귄 연인」 + 듀체스 드 부르고뉴
술맛 나는 JOB소리들
제페토 「나는」 + 좋은데이
잘못 사는 게 잘못한 건 아냐
오규원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테넌츠 라거
지금 이 순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강 「회복기의 노래」 + 블루문
마음에 마음을 저금합니다
시바타 도요 「저금」 + 장수 막걸리
눈물이 고이는 곳에 사람이 있었다
정호승 「장작을 패다가」 + 화요
비워지는 술잔을 바라보는 일처럼
유희경 「내일, 내일」 + 민타임 초콜릿 포터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우리는 오늘 헤어져야만 하다니
오은 「미시감」 + 슈나이더 바이스 탭 6
이를테면 똥차 같은 거
임경섭 「이를테면 똥 같은 거」 + 올드 라스푸틴
나의 슬픔을 당신이 알아줬으면
이규리 「아직도 숨바꼭질하는 꿈을 꾼다」 + 청하
오늘도 난 지각입니다
함민복 「동막리 161번지 양철집」 + 대장부
나를 중2병이라 부른다면, 너는 돌팔이다!
최승자 「내 청춘의 영원한」 + 참이슬 클래식(레드)
세상에 너만 힘든 줄 아니?
황인숙 「강」 + 호로요이
프로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성미정 「그래, 의자가 너무 많았어」 + 카스
365일 산타는 연중무휴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뱅쇼
아.닌.데.요?
이문재 「바닥」 + 금산 인삼주
혼자 있기 싫어서 마신다
유진목 「혼자 있기 싫어서 잤다」 + 녹차 소주
끝내며
“내가 취했으니까 하는 말인데……”로 시작하는 고백과
점차 뜨끈뜨끈해지는 마음의 온도
“시는 짧으면 몇 줄이고 길어야 몇 페이지인데 낯선 단어와 생소한 문장들을 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까?” “시도 술을 마시는 것처럼 그냥 취(醉)하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시알콜’. 두 저자는 ‘시+술’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를 이해한다. 최영미 시인의 「내 마음의 비무장지대」에서는 “마음의 비무장지대로 들여보내는 것은, 커피도 홍차도 아닌 술 한잔”(15쪽)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신현림 시인의 「나의 싸움」을 읽고는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니까. 내가 액션배우도 아닌데 어떻게 멋있게만 싸우냐. 가끔 개싸움을 할 때도 있는 거잖아”(32쪽) 하고 지친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나태주 시인은 밀당의 고수 같다. 좋아한다는 말을 한없이 달콤하게 하다가도, 너무 커져버린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다 넘기지 않고 스스로 삼킬 줄도 아는 사람이니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말을 하면 바래지는 마음을 글자로 녹여내는 사람이니까. (53쪽)
그동안 ‘마음에 가장 가까운 말을 찾지 못해’ 술과 함께 그냥 삼켜버렸던 감정들이 이 책에서는 ‘시’와 만나 고백이 되고, 위로의 말이 된다. 유희경 시인의 추천사 속 말처럼 술과 시는 “감정을 발견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기쁘거나 슬퍼지게” 한다. “술의 단맛이라도 붙잡고 싶을 만큼”(26쪽) 슬픈 날이나,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94쪽)이 드는 날, “꾹 참고 있었던 눈물보”(132쪽)가 술 한잔으로 흘러넘칠 것 같은 날에 이 책을 따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진목 시인의 「혼자 있기 싫어서 잤다」와는 녹차 소주를,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와는 뱅쇼를, 오은 시인의 「미시감」과는 슈나이더 바이스 탭 6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처럼 술 한 잔, 시 한 편 기울이다 보면 지금을, 오늘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