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에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작품 활동을 중단한 만화가 김종래의 대표작. 작가가 현실비판적 주제의식을 작품 전반에 담아낸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 만화로, 주인공 윤태호의 격정의 도망길을 담고 있다. 서양 의학을 공부하고 귀향하던 윤태호는 왼쪽 목에 검은 점이 있는 처자와 병든 아버지가 거주하는 근처의 외딴집에서 잠을 청하게 된다. 그러다 방에 들이고 소식이 없던 처자를 찾으러 나선 윤태호는 그녀의 아버지가 잠든 방에서 칼에 찔린 노인의 싸늘한 시체와 마주하게 된다. 그로부터 누명을 벗기 위한 그의 도망자 신세가 시작되는데…….
김종래
김종래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교토회화전문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김종래(金鍾來, 1927~2001) 선생은 1947년 귀국하여 한국전쟁을 치르고 1954년에 육군상사로 전역한다. 군입대 시절에 만화 《코주부》로 유명했던 김용환과 함께 육군본부 작전국 심리전과에서 삐라를 그리면서 만화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그 후 동양화에 바탕을 둔 새 만화작법을 통해 한국 만화의 위상을 높이고 전성시대를 연 선생은 창작 만화 《박문수전》(1955)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던 1960년대 선생의 작품 주제는 암울한 시대 상황을 냉철한 시선으로 담아낸 《도망자》《마음의 왕관》《어머니》《황금가면》 등에서 전형적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이후 선생의 작품세계는 코믹 만화 《곰보 부자》《쌍둥이전》, 스포츠 만화 《유도》 등 다양한 소재를 발표하면서 그 폭을 한층 넓히게 된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제 및 소재의 다양화는 물론 장편 중심의 형식에서 벗어나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만화를 선보이면서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이 시기에 발표된 《도망자》는 초판 발행(1969년) 이후 10년 동안 인기리에 연재되는 기록을 남긴다.
《엄마 찾아 삼만 리》《눈물의 별밤》《황금 가면》《도망자》 등은 전쟁의 상처로 신음하는 사람들의 대변인이기도 했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울지 마라 은철아》《갈매기는 울어도》《앵무새 왕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