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을 꾼다. 그것도 자기 인생을 가장 아름답게 꾸미는 수무지개 빛깔의 고운 꿈을. 잔잔한 백조의 호수에 황금놀이 곱게 물드는 삶의 꿈을… 김중태 장편소설.
김중태
1980년 『현대문학』에 「이주민」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작품은 주로 인간의 몰락과 병든 사회 저변에 불행하게 소외된 사람들(연작장편 『쫓겨나는 사람들』, 『겨울 나비』, 『당신들의 축제』, 『태양은 지지 않는다』), 도시의 비정한 생존관계를 충격적이고 밀도 있게 묘사한 (『새와 유령』, 『겨울 신화』), 민족분단의 비극을 뛰어넘어 하나된 화합의 길을 여는 『장벽』과 『설촌별곡』, 『기적』등 뛰어난 수작을 발표하였다
1. 나비의 귀향
2. 옛 동산의 재회
3. 온달과 수궁공주
4. 비 오는 밤의 무도회
5. 솔개그늘
6. 천둥 소리
7. 저수지의 늑대들
8. 사랑과 운명의 분기점
9. 깊어가는 가을밤
10. 폭풍의 언덕
11. 황금노을
정보화로 치닫는 급속한 사회변화는 모든 면에서 새로운 시각과 삶의 양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다양성·탈중심·세계화 등의 담론은 오늘 우리 사회 전반을 설명하는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를 가장 빠르게 읽어내고 다양하게 반영하는 것이 90년대 이후 등장한 신세대 작가들의 제1과제인 것처럼 같았다. 새로운 감각과 젊고 패기만만함으로 그들은 파격적 발상과 과격한 표현 방법들로 앞선 세대와 단절을 선언하고 기존 가치를 부정하며 낡은 권위를 부수는 데는 성공해 왔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제 더 이상 그들의 문학은 새롭지 않다. 대부분 30대가 된 그들의 상상력은 더 이상 전위적일 수 없다. 당연히 예전처럼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자기 복제에 가까운 작품들을 생산하며,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역사를 보는 긴 호흡이 없었던 신세대 문학은 어쩌면 이렇게 조로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성보다는 감성, 창조보다는 모방, 질서보다는 혼돈, 정신보다는 육체에 더욱 중심을 두며 가벼운 글쓰기로 기성세대와 차별화되었던 신세대의 생기발랄한 긍정적 본질은 이제 별다른 비전 없이 단순한 껍데기’만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출간된, 중견작가 김중태의 장편소설 『황금노을』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그는 정의를 위한 폭력과 싸움, 배신과 복수의 난무 속에서도 꽃피는 의리와 정의 등을 사실적으로 그린 『해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창녀촌에서 벌어지는 밑바닥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 문제작『꺽지』를 발표하며 선이 굵은 남자들의 세계들을 소설의 주요 소재로 선택하여 그 바탕에 시대의식을 담아낸 작가로 알려져 왔다. 그런 그가 ‘순애보에 가까운 황혼기의 사랑’ 이라는, 그동안 다뤄온 것들과는 전혀 다른 소재로 한 『황금노을』을 출간하며 신세대적, 감각적 세계관에 대해 조용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황금노을』에서 보여주는 ‘신파적’인 요소들이 많은 것은 작가의 계산된 방법적 차용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설에는 나이 50이 되도록 첫사랑을 간직한 채 고향으로 돌아온 지적인 남자, 그리고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눈까지 먼 채 고향에 살고 있는 천사 같은 여자. ‘벙어리 삼룡이’ 같은 인물로, 약간 모자라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청년 등 이른바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전개 방식 또한 삼각관계의 애정 속에 정의와 불의, 물욕과 사랑 등 단순 대비의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행복으로 도달하기 직전에 부딪치는 난관들 그리고 그 극복과정들이 권선징악이라는 결론으로 치닫는 등 소설의 사건은 단순하며, 대사는 더없이 낭만적이다. 김중태가 『황금노을』에서 보여주는 ‘신파(新派)’라는 역설적인 글쓰기는 너무 빨라지고 복잡하고 다양해져서 무엇이든 일회용 또는 일과성이 되어버린 요즘 시대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글쓰기이며, 인생의 황혼기를 예감하며 본래의 품성을 찾아 돌아가고자 하는 작가 개인의 ‘순수에의 동경’이다. 어느덧 50줄을 훌쩍 넘긴 중견작가 김중태는 고심 끝에 신파적 소설 방법을 취해 고향, 첫사랑, 순진무구함, 진실함 등 마음속 ‘그곳’에서 언제나 변하지 않는 ‘그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너무 순수해서 차라리 촌스럽게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