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탈리아의 문학과 예술 분야에 등장했던 가장 두드러지고 뛰어난 한 인물에 대한 중대한 평전이다. 또한 미국에서도 영화감독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파솔리니는 경이로울 만큼 뛰어난 재능의 시인이자 소설과, 그리고 문학과 사회 분야의 평론가였다. 그는 생애와 작품이 모두 현대 유럽 사회의 예술과 정치, 종교와 성 담론에서 시대를 뒤흔들었던 현대의 르네상스적 인물이었다.
파솔리니는 자신의 죽음을 자초했던 것일까? 그의 죽음은 대리인에 의한 자살이었을까?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파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필연성의 의미를 묻고 있다. 풍경과 상상의 우연 재단해놓은 듯한 운명의 결과. 그 ‘오싹한 숙명’에 대해 말한다.
파솔리니의 삶은 모든것을 설명해주는 듯하다. 밤마다 계속되었던 그의 ‘사냥’은 날마다 스스로에게 반박할 수 없는 처형의 소지를 만들어냈다. 그는 그렇게 치명적인 에로스의 부름을 좇았다. 파솔리니는 밤의 어둠 속에서 죽음을 맞을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침내 죽음이 펠로시의 손을 빌려, 혹은 펠로시와 함께 있었을지도 모를 다른 사람들의 손을 빌려 그에게 찾아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에로스에 대한 오래된 그 모순적인 혐오감. 파솔리니는 자신의 에로스가 스스로에게 요구했던 것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고뇌 속에서 살았다. 그 요구는 명백한 것이었고, 참으로 불길한 야행성의 것이었다. 평생을 일관했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사랑했던, 증오했던, 그리고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의미했던, 끝까지 보상받을 수 없었던 에로스….
엔초 시칠리아노
엔초 시칠리아노(ENZO SICILIANO)
이탈리아의 주도적인 평론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1934년 로마에서 출생했다. 현재 로마에 거주하고 있고, 이탈리아의 앞서 가는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 밀라노 판에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와 아틸리오 베르톨루치와 아울러 이탈리아에서 가장 뛰어난 문화평론가이자 친구인 파솔리니가 창간한 <누오비 아르고멘티(새로운 논제)>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주목받던 베스트셀러 파솔리니 평전과는 별도로 엔초 시칠리아노는 푸치니에 관한 연구서를 비롯해 몇 권의 소설과 이야기 전집을 저술했다.
김정미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캐나다 밴쿠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수학하였다. 번역서로 <나를 소유한 앵무새>(인북스), <소설 프리다 1,2>(예담), <원작 피터팬>(문학세계사), <기이한 직업들>(문학세계사), <쾌걸 조로>(황금가지), <럭키 씨의 성공일기>(행복한 책가게) 등이 있다.
감사의 말
Prologue오스티아 수상비행장 공터
Part 01성숙의 시간
Chapter 01《아이의 마음 한가운데에는》
Chapter 02유추의 시대
Chapter 03저항의 ‘순수한 빛’
Chapter 04프리울리의 원시적 서사시
Chapter 05소설에서처럼
Part 02격렬한 삶
Chapter 06로마의 발견
Chapter 07〈그람시의 재〉의 시인
Chapter 08영화
Chapter 09거듭되는 열정
Chapter 10〈테오레마〉
Chapter 11단절과 유토피아
Epilogue생의 의지
자긍심의 극치, 혹은 절망의 극치? 파솔리니는 생존의 감수성에 지배를 받았다. 이 불편하 느낌은 현실에서 공격을 받을 때마다 그의 내면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러한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그는 더욱 고통스러워했다. 아마 그의 죽음은 세상에 그를 ‘알아주길’ 요구하는 가장 대담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세상이 더 이상 그를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엔초 시칠리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