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현실의 삶을 추구하는 소설가의 산문집. 자신은 탈무드에서 사자로 상징되는 30대지만, 이름처럼 강력하거나 자신만만하거나 아름답지 않음을 견뎌내고 있다는 자조적인 글을 썼다. 또 한국 성범죄의 근본문제는 선량한 표정의 내 가장 친한 사람들의 무지이며, 자신을 모르고, 서로를 알려하지 않는 남성들이라는 사회적인 메세지 등 저자의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
김별아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데뷔 초기 사회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 『미실』은 ‘화랑세기’에 기록된 신비의 여인, 미실을 천오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현대에 되살린 소설이다. 타고난 미색으로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와 사다함 등 당대 영웅호걸들을 녹여내고 신라왕실의 권력을 장악해 간 미실의 일대기를 통해 현대와 같은 성모럴이 확립되기 전의 여성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는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요녀로 전락하지 않은 자유로운 혼의 여인과 그런 여인이 가능했던 신라를 그려낸다. 또한 가장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이 작품은 적극적인 탐구 정신, 작가적 상상력, 호방한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그간 우리 문학에서 만나지 못했던 전혀 새롭고 개성적인 여성상을 그려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스럽고도 우아한 문체 속에 거침없는 성애 묘사가 소설과 역사를 읽는 묘미를 풍성하게 해준다.
『가족 판타지』에서 작가는 아이와 그녀의 사랑이, 그가 중심이 되어 이루고 있는 가족 관계가, 그리고 전통적 가족의 범위를 벗어난 확장된 관계로서의 가족이 인류애와 박애주의로 연대하는 것을 꿈꾸고 내일에 저당 잡히지 않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 혼자서도 행복하고, 헤어져서도 행복하고, 다시 만나서도 행복하고, 상처와 장애와 실패와 절망 속에서마저 행복할 수 있는 것이 그가 희망하는 가족 판타지를 넘어선 가족의 참모습을 제시하였다.
‘일본 천황가 폭탄 투척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조선 청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치명적 사랑을 그린 『열애』에서 작가는 『미실』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열 차게 벼린 내공 풍부한 역사소설을 선보인다. 일본제국주의와 식민지 간의 관계, 일본 내의 식민지였던 가네다 후미코, 일본 사상사에서 후미코의 의미, 아나키스트이자 허무주의자이며, 테러리스트이자 시인인 박열의 투쟁 그리고 이들의 사랑을 버무려 그저 ‘조선인 독립운동가와 일본인 아내’라는 한 문장으로 일축되었던 이들을 생생하게 복원하였다. 국경, 이념, 죽음까지도 초월한 ‘인간의 인간에 대한 사랑’, 즉 인류의 숭고한 가치인 휴머니즘이 발로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에세이집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에서는 상처와 시련이 바닥을 치는 고통 속에서도, 죽도록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저자는 자신이 책과 시를 읽으며 삶과 사랑을 사유하고 길을 찾아간 경험을 토대로 눈물 흘리고 힘을 얻고 닫힌 마음을 열었던 그의 지난한 기억들을 글로 담아냈다.
소설집으로는 『꿈의 부족』, 장편소설 『미실』『열애』『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축구전쟁』『영영이별 영이별』,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식구-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가족 판타지』,『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등이 있다.
[1] 30대, 사자의 날들
1. 30대, 사자의 날들
2. 축구처럼 살고 싶다
3. 내가 망명하고 싶은 나라
4. 술 취한 밤
5. 나의 마야
6.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7. 나는 극기훈련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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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유지에서 쓴 일기
1. 표류의 기록1 – 여행의적기
2. 표류의 기록2 – 내 인생에서 지워진 스물여덟 시간
3. 표류의 기록3 – 내 앞에서 불타던 열두 구의 시체
4. 표류의 기록4 –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5. 표류의 기록5 – 실종의 꿈
6. 표류의 기록6 – 시간과 중력
7. 표류의 기록7 – 죽음에 관한 두 개의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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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활인들의 해돋이
1. 예정된 배반
2. 너는 나에게 무엇인가
3. 생활인들의 해돋이
4. 건망증, 기꺼이 너와 벗하리라!
5. 삶, 그리고 소설
6. 내 영혼의 난만한 빛
7. 통증에 갇힌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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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경험을 통한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 장편 『개인적 체험』과, 성을 주제로 한 성장소설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소설가 김별아의 첫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이데올로기의 변화에 따른 시대의 혼란과 갈등을 치러낸 80년대 말 학번의 막차 탄 386 세대로서, 이 산문집을 통해 치열한 삶의 현장성을 놓지 않으려는 문학적 신념을, 삶에 대해 웅숭 깊어진 ‘생활인’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여 20대 시절과 다른 30대의 원숙해진 자리를 점검하는가 하면, 만용 없는 용기와 자유를 갈구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더불어 인도에서의 정신적 ‘표류’ 기록, 삶과 사람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을 무겁지 않은 청량한 목소리로 풀어내고 있다.
소설가 김별아는 33살이며 88학번이며 69년생이다. ‘386’세대의 축에 속하지만 아마도 60년생이나 65년생 ‘386’세대와 동시대적 연대의식을 느끼기에는 주저스러운 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의 빛나는 젊은 날들은 이미 90년대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의 변화와 더불어 90년대 사회는 다양성으로 치닫고 있었으며, 그 혼란스런 와중에 그는 당당한 목소리로 두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해냈다. 그의 『개인적 체험』과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라는 두 소설을 통해 우리는 80년대와 90년대 문학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 속의 화음들을 엿볼 수도 있다.
이러한 문학의 색채는, 어쩌면 작가가 어정쩡한 ‘386’이었기 때문에 혹은 전세대의 사상을 전수받은 신세대 아닌 신세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그는 한 세기를 건너 ‘사자’처럼 힘과 용기의 시기인 30대에 접어들었으며, 그는 더 이상 불안한 자유를 휘둘러대지 못하는 ‘아줌마’가 되어 글을 쓴다. 그리고 스스로 30대의 현재를 “비겁 그 자체”라고 말하는 속내를 숨김없이,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소설가이자 생활인으로서 일상의 삶 속에서 느끼는 사소하면서 낯선 사건들, 그러나 마음속으로 헤아려보게 되는 사소하지만 간단치 않은 일상의 문제들로 그는 뒤척인다. 출산과 육아에 관해, 건망증과 게으름과 주름살에 관해…….
자유롭고 열정적인 삶에의 강렬한 유혹. 문학 이전에 저자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날것’의 삶이다. 눈치 보지 않고 경쟁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 수 있는 삶을 꿈꾸며, 가능한 한 몸에 딱 맞는 ‘자유’라는 날개를 꿈꾼다.
현실에 붙박인 자의 꿈일지언정 후회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을 준비한다. 인도에서 그는 비루한 삶과 죽음의 현장을 보았고 눈 돌리고 싶은 본능과 싸워가며 사람들과, 세상과 화해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잊어버려 잃어버린 나의 어휘와 감성, 예리한 날을 세워 반짝이던 이성과 모랄이 때때로 나를 슬프게 하지만 잊어버리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고 또 어찌 살아가리” 하며 발을 땅 위에 붙여놓는다. 그는 “아픔을 견디지 못해 온몸이 팽팽하게 부풀어 터져버리는 열대어”가 경고하는 수위를 조절하면서 조심스럽게 삶의 바닥에 얼굴을 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