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순례자, 이경자 신작 장편소설
“내 생명의 절반을 당신에게 두고 간다”
타오르라! 사라지라! 우리의 사랑은 증류수였다!
이경자, 그녀가 이제야 내려놓은 사랑의 상처! 최후의 고백!
누구에게나 젊음은 아름답고, 그래서 불안하다
세상의 모든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 있는 ‘사랑’ 이야기
《절반의 실패》 《혼자 눈뜨는 아침》의 작가로 불리우는 이경자 씨가 다른 빛깔의 소설을 들고 독자들에게 찾아왔다. 청춘기의 한때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을 녹여서 물로 만들거나 말려서 증발시키는 작업을 마침내 해냈다. 오래된 그 추억을 끄집어내고 정직하게 통찰하여 가슴 시린 연애소설을 빚어낸 것이다.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항구도시에서 두 젊음의 운명적 사랑은 시작되고, 막다른 길에서 만난 생명 같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짙은 호소력과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문장으로 풀어나간 이 소설은 이경자만이 쓸 수 있는 연애소설이다!
언제나 삶에 열정적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인생을 녹여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 깊이 살아 꿈틀대는 바로 그 ‘사랑’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영혼이 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사랑’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존재하기 때문임을 절감하게 하는 순애보 같은 연애소설에서 우리는 소설가 이경자의 또 다른 면모를 읽을 수 있다. 갇혀 있던 그녀의 내면이 조화를 이루고 평화를 찾은 것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소설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장르의 참신한 글쓰기로 거듭나는 작가를 우리는 만날 수 있다.
천 개의 아침은 …
당신께 예쁜 걸 사 줄 돈은 없지만 달빛을 엮어서 목걸이와 반지를 만들어 줄 순 있으리. 천 개의 언덕 위에 비친 아침을 보여 주고 입맞춤과 일곱 송이 수선화를 주리니. 주인공 정환이 사랑하는 수영에게 보내는 마음의 노랫말입니다.
사랑의 상처를 붙잡고 어쩔 줄 모르는 당신께 바칩니다
불안한 청춘들의 만남, 정환과 수영은 모순 덩어리인 세상의 한 곁에서 그렇게 만나, 오랫동안 자신의 인생에서 멍에처럼 짊어지고 갈 사랑을 하게 된다.
정환은 공부만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분 상승의 유일한 길이라 믿고 악착같이 공부했다. 어려서부터 수재소리를 듣던 그는 대학에 들어갈 학비를 벌기 위해 양귀비를 재배하다 감옥에 가게 된다. 전과자의 낙인을 갖고 정환이 살게 되는 인생이란 작은 항구도시, 동해항에서 오랜만에 항구에 도착하는 외항선원에게 창녀를 알선하고, 자질구레한 밀수품을 운반하고, 손가락질 받는 이 땅을 떠나 외국으로 시집가서 ‘현모양처’로 사는 것이 꿈인 창녀들의 편지를 대필해 주는 것이 고작이다.
납북 어부였던 남편의 연좌제에 묶여 평생을 조심조심 사는 어머니와 외롭게 살아온 수영은 늘상 산다는 게 부끄럽고 열등감에 짓눌려 세상에 반항하듯 어머니의 유일한 소망인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동해항에서 작은 선물 가게를 운영하며 청춘의 시간을 보낸다.
어찌 할 수 없는 운명적 아픔을 지닌 이들은 서로에게 이끌리고, 사랑을 하게 되지만 언제나 이 땅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정환이 일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내막도 모르는 심부름을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형무소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미 예감하고 있었던 이별을 하게 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가 졸업하고 약사가 되어 있는 수영에게 지구의 반대편 뉴질랜드에서 정환이 자신이 쓴 책을 보내온다. 국가보안법 혐의로 3년간 복역한 정환은 우여곡절 끝에 건설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로 성공하고, 뉴질랜드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수영은 그제야 자신의 내면 깊이 존재하고 있는 정환을 떠나보내고 자신도 동해항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수영에게 있어 정환은 풋내나던 청춘의 꿈이고 희망이며, 세상에 대한 복수를 예감하는 통쾌한 힘이었다.
이경자
1948년 강원도 양양에서 나고 자랐다. 아홉 살 때부터 소설가를 꿈꾼 이경자는 양양여자고등학교 3학년 때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주최한 전국 여고생 단편소설 공모에 ‘멎어버린 행진’으로 입상했다.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해 소설창작을 배우고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확인>이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다.
스물아홉에 결혼해 여성의 현실에 눈을 뜬 이경자는 여성주의 연작소설 <절반의 실패>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후 <혼자 눈뜨는 아침>, <사랑과 상처>, <情은 늙지도 않아> 등의 장편소설을 썼다. 작품집으로 <꼽추네 사랑>, <할미소에서 생긴 일>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반쪽 어깨에 내리는 비>가 있으며, 동화집 <궁금한 게 참 많은 세상>을 펴냈다.
1. 지구 반대편에서
2. 그 남자 정환
3. 101번지 여자
4. 선물의 집 바다
5. 돌아오지 않는 남자
6. 어머니의 울타리
7. 생의 등대
8.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9. 양귀비
10. 외항선원
11. 오미자, 다섯 가지 맛
12. 항구의 밤
13. 사랑한다면 행복해야 한다
14. 내 이불 속에 빼곡히 찬 사람
15. 그리운 솔거리
16. 낯선 남자
17. 아직 길은 멀다
18. 세월 속에 숨다
19. 막다른 곳에 길이 있다
– 작가의 말 / 잘 가라, 내 청춘
어린 날 글을 쓸 땐 내가 ‘문학’을 한다는 게 좋았다. 물론 문학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뭔가 떠오르는 게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썼다. 시도 되고 소설도 됐다. 그 시절 문학은 일탈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나를 비현실적이고 사회성 결여로 길들였다.
그 뒤엔 소설을 써서 불합리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능할 것 같았다. 소설가의 사회적 책무라고 주장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좀 더 나이를 먹은 뒤, 내가 줄기차게 소설을 쓰는 건 나 자신이 불행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불행을 잊으려고 소설 속으로 깊이 도망가는 내가 보였다.
지금은 외롭지 않으려고 소설을 쓴다. 소설 속의 인물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고 사랑한다.
이 소설은 내 청춘기의 한때, 내게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그 사건을 녹여서 물로 만들거나 말려서 증발시켜야 나의 내면이 조화를 이루고 평화를 찾을 것 같았다. 주인공 정환과 수영은 수십 년 동안 내게 갇혀서, 나는 그들에게 갇혀서 오래도록 자유롭지 못했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을 때 이들을 소설로 한번 다뤄 봤다. 하지만 내가 도무지 정직할 수 없어서, 그 사건을 통찰하지 못했다.
마침내 그들과 이별한다.
허전하고 개운하다…
이경자(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