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문기자이자 저술가 크리스티안 제렌트, 슈테엔 키틀의 『예술은 무엇을 원하는가』. 논쟁이 예술사의 중요한 일부분을 이루고 있음에 주목하여, 예술을 논쟁사로 읽어나가는 서양 미술 입문서다. 자유를 찾기 위해 투쟁해온 예술가들의 대장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예술가들부터 기억 속에서 잊혀진 예술가들까지 그들의 삶과 그림을 매력적으로 설명하면서, 그들이 바꿔놓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울러 시대에 따라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달라졌음을 통찰하고 있다. 그림은 그를 생산하는 예술가와 소비하는 관람자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받는 존재임을 역설한다. 그림을 둘러싼 정치ㆍ사회ㆍ종교ㆍ문화사를 엿볼 수 있다. 예술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찰한다.
크리스티안 제렌트
저자 : 크리스티안 제렌트
저자 크리스티안 제렌트(CHRISTIAN SAEHRENDT)와 슈테엔 키틀(STEEN T. KITTL)은 미술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 전문기자 및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 미술 분야에서 주목받는 젊은 필자들로, 두 사람이 공동 집필한 책 『미술관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2007)와 『미술시장, 쉽게 이해하는 법』(2008)은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어 독일 언론과 독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중 앞의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소개되었다.
역자 : 정인회
역자 정인회는 서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번역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창작과비평』, 『역사와경계』 등에 논문을 발표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워밍업 경제학』 등이 있다.
지은이 서문
감사의 말
1. 루시와 파블로 피카소 / 예술의 과거와 현재
2. 그림의 사명
3. 신과 나 / 예술가의 역할
4. 인간이 예술의 중심이 되다 / 르네상스
5. 수공업자에서 신의 경지로
6. 광기냐 신의 의지냐 / 근대의 성상 파괴
7. 전통과 혁신의 교체
8. 강제와 자유 사이에서의 삶 / 바로크 시대의 예술가
9. 예술 공장 네덜란드
10. 색채와 형식의 투쟁
11. 혁명의 선전가에서 독재자의 궁정 화가로
12. 향수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그리고 고통 / 낭만주의
13. 예술가, 시장에 종속되다
14. 새로운 점은 무엇인가 / 리얼리즘
15. 아름다움은 빛에 있다
16. 예술은 대상을 모사하는 것 이상이다
17. 예술 투쟁이 예술의 일부가 되다
18. ‘검은 사각형’에서 ‘붉은 깃발’로
19. 아방가르드
20. 맺는 말 / 파괴와 혁신
옮긴이의 말
이 책에 소개된 예술가 소개
이 책에 실린 그림 출전
예술은 무엇이며, 무엇을 원하는가를 묻다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왜 사람들은 예술을 놓고 열정적으로 논쟁을 벌이는가?”
예술은 어느 시대에나 끊임없는 의문을 낳는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밑거름이 된다. 독일에서 젊은 미술 평론가로 주목받고 있는 크리스티안 제렌트와 슈테엔 키틀이 집필하여, 2009년 독일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서양 미술 입문서 『Was will Kunst』가 2011년 새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들은 청소년 모니터링단을 모집해 장별 원고 집필이 끝날 때마다 읽히는 등 철저한 검증을 통해 딱딱한 지식을 나열하는 미술 전문서가 아닌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대중 미술 교양서를 펴냈다.
이 책은 선사 시대의 동굴 벽화에서 중세의 이콘, 바로크 시대의 예술,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피카소와 뒤샹, 그리고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연대기 순으로 시대에 따라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달라졌음을 통찰하면서, 그림은 결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그림을 생산하는 예술가와 그것을 소비하는 관람자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받는 존재임을 역설한다. 한마디로 그림 자체만을 놓고 해석하는 형식론적 비평이 아닌, 그림을 둘러싼 정치ㆍ사회ㆍ종교ㆍ문화사를 통해 그림, 즉 예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과연 예술은 무엇이며, 무엇을 원하는가, 이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그림을 둘러싼 예술의 사회문화사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미술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미술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당대를 대표하는 권력의 선전 수단이 될 수도 있는 반면, 당대의 반역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경고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여타의 미술사 책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저자의 적극적인 개입과 해석에 있다. 저자는 예술이 항상 사회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전제하면서 그림을 주체적 위치에 놓고 그 주변에 역사적 현실과 예술가, 관람자의 시각을 동시다발적으로 투영시킨다. ‘예술을 둘러싼 사회문화사’라는 관점으로 서양 미술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이 책은 각양각색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미술가들의 다양한 눈을 통해 그림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울러 미술이라는 한 분야를 넘어 시대의 사회ㆍ문화ㆍ역사 전반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신분 사회의 제약에 따라 지배 권력의 억압에 맞서 싸워온 예술가들이 새롭게 등장한 상업주의 물결 속에서 다시금 주문자의 기호에 따라 구속받게 되는 입장을 설득력 있게 그리는가 하면, 이러한 변화에 대한 거부로 급기야 예술에 대한 매장, 예술 자체를 깨뜨리려는 반발과 저항의 계기가 되어 어떻게든 자유를 획득하려 했던 노력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궁정에 속한 화가로서 종속된 그림만을 그려야 했던 화가 벨라스케스가 자신의 역작 <시녀들>에서 왕과 왕비를 거울 속에 비치는 작은 존재로 묘사하여 스스로의 권위를 내세우는 도발성을 발휘한 것도, 말레비치가 아무것도 묘사하지 않은 파격적인 비구상화 <검은 사각형>을 그려 예술의 독립 선언을 표방하고자 한 것도 같은 이치다.
이처럼 예술이 당대에 누군가에 의해 어떤 모습으로 소비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고 해석되는지를 알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예술이 추구한 바가 무엇이었는지 또한 드러나게 된다. 결국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예술은 무엇을 원하는가’를 규명함으로써 규명된다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다.
예술, 역사와 현실의 매개체
모두 2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예술은 무엇이며,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림이 그려지고 만들어지기까지 예술가, 주문자, 관람자라는 수많은 요소가 개입되듯이, 미술이라는 단 하나의 요소만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해의 장을 만들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시각, 감각, 사유를 둘러싼 미적 의식이란 사회라는 공동체를 떼어놓고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예술가들과 관람자들이 당대의 미술을 통해 만들어내려 했던 시대와 사회에 대한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술 작품에 숨겨진 역사의 이면과 진실, 시대상의 부조리,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메시지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 그림은 역사와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 매개체가 된다.
예술이란, 그것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 변모해왔으며 아직도 그것을 찾아가는 물음에 서 있다는 것, 그것이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임을 이 책은 말해준다. 본래 예술이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법, 해당 시대를 거친 뒤 어떠한 의미를 가졌는지, 그것을 읽어내고 생각하는 일은 관람자 또는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