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서 정당한 사회를 위해 불의에 의를 굽히지 않았던 선배로서 그리고 앎에 대한 똑바른 지식인으로서 들려주는 산문을 엮고 있는 이 책은 그가 말하는 아직도 뜬구름잡기 식으로 진행되는 우리의 현대사에 대한 질타이자 한편으로 처음 말을 뗀 아이의 입을 바라보는 초보아빠의 숨결처럼 앞날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담아낸다.
황석영
1943년 만주 장춘에서 태어나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재학중 단편소설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를 따라 전국의 공사판을 떠돈다. 오징어잡이배, 빵공장 등에서 일하며 떠돌다가 승려가 되기 위해 입산, 행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해병대에 입대,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단편소설 「탑塔」이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 방북하여 귀국하지 못하고 베를린예술원 초청 작가로 독일에 체류했고, 1993년 귀국 후 방북 사건으로 7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1998년 사면 석방되었다. 1989년 베트남전쟁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로 만해문학상을, 2000년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변혁을 꿈꾸며 투쟁했던 이들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01년 ‘황해도 신천 대학살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장편소설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객지』 『가객』 『삼포 가는 길』 『한씨연대기』 『무기의 그늘』 『장길산』 『오래된 정원』 『손님』 『모랫말 아이들』 『심청, 연꽃의 길』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낯익은 세상』 『여울물 소리』 등이 있다.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 세계 각지에서 『오래된 정원』 『객지』 『손님』 『무기의 그늘』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등이 번역 출간되었다.
1. 옛친구들에게
2. 감옥에서 못 보낸 세 통의 편지
3. 동아시아의 한마당을 향하여
4. 통일운동에서 평화운동으로
5. 새로운 문명적 대안과 문학론을 위하여
6. 북녘의 친구에게
7. 세상에 나와서
8. 80년대 세대의 진혼곡
9. <장길산>과 함께한 십 년
10. 평화의 징검돌을 놓으시기를
11. 좌경 용공분자의 광기
12. 북경에서
13.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14. 문화의 개악에 반대한다
15. 북에 이로우면 기밀이 된다?
16. 의상을 벗어라
16. 우리는 너를 보고 깜짝 놀란다
17. 다리를 놓아주라
18. 내년 설날에는
19. 아들을 위하여
20. 홍위병과 빵잽이
21. 김남주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22. 평화협정을 현실화하자
23. 야누스의 얼굴
24. 작가 후기
한국 역사에 있어 황석영이란 존재는 실로 그 의미가 대단하다. 유신독재 초기였던 70년대 초반, 그리고 광주항쟁…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우리의 역사 속에서 그는 그야말로 산소와도 같은,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번에 이룸에서 출간한 [아들을 위하여] 는 이렇듯 역사를 어깨에 진 채 반세기 동안의 세월을 살아온 작가 황석영의 의지와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세상살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옛 친구들에게 또는 존경하거나 보고 심은 분께, 학생들에게 그리고 아들에게 그 동안 미처 마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들을 표현해 하고 있다. 때로는 거칠게 다그치고 때로는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그의 충고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반성의 기회를 주고 있다.
우리가 한때 일생을 바쳐서 사랑했다던 ‘민중’은 오늘 놀랍도록 성장했건만 우리는 자신이 꿈꾸었던 진정한 개혁의 주체를 이루는데 실패했다. 가난했지만 뜨거웠던 벗들이여, 우리 다시 한 번 그 날로 돌아가자.
-본문 「옛 친구들에게」 중에서
내가 이 땅의 세기 말에 갖는 느낌은 한마디로 숙제는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계절은 다 가고 방학도 끝나 개학을 맞은 아이가 갖는 그런 느낌이에요. 해결해야 할 것이 너무도 쌓여서 차라리 잊어버리고 막연한 후세에나 맡겨 버리는 것이 속 편할 것만 같은 시태적 과도기입니다. 바깥일도 일이지만 집안일 처리할 것만도 산더미 같은데요.
-본문 「새로운 문명적 대안과 문학론을 위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