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소매치기, 최악의 남자를 만나다!
제4회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작『쓰리』. 천재 소매치기가 어느 날, 예술적으로 범죄를 반복하는 남자의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농밀하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면서도 사회 안에서 홀로 고립되고,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자들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주인공, 니시무라의 모습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카무라 후미노리
저자 : 나카무라 후미노리
1977년생, 후쿠시마 대학 행정사회학부 졸업. 2002년 『총(銃)』으로 신초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으며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다. 2003년 『차광』으로 다시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4년 노마 문예상을 수상했다. 2005년 『악의의 수기』로 미시마 유키오 상 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흙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최근작으로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가 있다. 2010년에는 『쓰리』로 오에 겐자부로 상을 수상했다.
역자 :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히라노 게이치로 『일식』 번역으로 2005년 일본 고단샤의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번역서로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장송』, 『센티멘털』,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 마루야마 겐지의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납장미』,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칼에 지다』,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장미도둑』,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스무 살 도쿄』, 『올림픽의 몸값』,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성의 인연』, 『붉은 손가락』, 『악의』, 『졸업』,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이치카와 다쿠지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연애사진』,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1,2), 그 외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약지의 표본』 등이 있다.
1장~18장
한국 독자 여러분께
작가 후기
『쓰리』로 ‘오에 겐자부로 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후미노리!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2005년 『흙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국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2년 소설 『총』으로 신초 신인상, 2004년 『차광』으로 노마 문예상을 받았다. 특히 두 소설 모두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이니, 젊은 나이에 순문학 작가로서 그 재능을 이미 인정받은 셈이다.
『쓰리』는 출간 즉시 일본에서 각종 미디어와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고, 제4회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오에 겐자부로 상은 오에 겐자부로 혼자서 직접 그해 출간된 도서의 성과와 문학적 가능성을 평가해서 수상작을 선별한다. 기존에 수상한 작품들을 살펴볼 때 순문학적 작품들이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신간 『쓰리』는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평소에도 오에 겐자부로처럼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번 작품으로 인정을 받게 되어서 본인도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들어가서는 안 될 영역으로 뻗친 손가락,
그 끝으로 느껴지는 악의 쾌락을 이야기하다!
“이윽고 물건을 빼내는 긴장감이 나를 더욱 매혹시켰다. 타인의 물건에 내 손가락이 닿는 순간의 긴장과 그 위에 찾아오는 따끈하고도 확실한 온도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뻗쳐진 내 손가락, 위화감 따위는 죄다 지워버리는 내 손가락 끝의 살갗에 내달리는 쾌락을!”
-본문 중에서
소설의 주인공 니시무라는 도쿄를 무대로 삼아 유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타깃으로 지갑을 훔치는 천재 소매치기꾼이다. 들어가서는 안 될 타인의 영역으로 뻗친 손가락, 그 끝으로 느껴지는, 두려움 따위 날려버리는 악의 쾌락을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압도적인 스케일과 긴박감 넘치는 필치로 풀어냈다.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부유한 계층들이 많이 모이는 클래식 공연장에서, 각종 이벤트로 혼잡한 공원에서 그는 타인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낸다. 손가락 사이에 누군가의 지갑이 끼워지는 순간, 아슬아슬하면서도 짜릿한 전율이 이는 그 순간을 작가는 마치 스스로 소매치기꾼인 것처럼 사실적이고도 리듬감 있게 표현해냈다.
한 인터뷰에서 “흉악 사건의 범인을 조사해보니 너무나 얕았다. 점점 인간은 단격(短格)화되고 있다. 그에 저항하는 것으로서의 활자와 고도의 언어를 가진 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듯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고 방대하게 사전 조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소설에서 보여준 소매치기를 하는 주인공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날카롭고 깊이 있는 묘사는 작가가 소매치기꾼에 빙의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오늘부터 나는 네 운명의 지배자다!
-천재 소매치기꾼과 절대 악의 화신 기자키의 정면승부!
운명이란 무엇인가? 타인의 인생을 지배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니시무라는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만한 소매치기 기술로 인해 돈 걱정도 없고, 세상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보다 더 상위에 있는 어둠의 세력이 그를 습격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이 절대 악(惡)의 화신인 듯 예술적으로 범죄를 반복하는 남자, 기자키. 그는 니시무라에게 피해갈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앞으로 세 개의 작업을 처리하라. 실패하면 넌 죽는다. 도망가면 최근 너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아이가 죽는다.” 그 순간 기자키는 그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운명의 지배자가 된다. 이 부조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관능적이기조차 한 상황에서 절대 악이 연주하는 궁극의 범죄와 그에 저항하는 소매치기꾼 니시무라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면서도 사회 안에서 홀로 고립되고,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자들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니시무라의 모습에서 작가는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해 독자들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줄거리>
소설의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니시무라는 도쿄를 무대로 활동하는 천재 소매치기다. 그는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유복한 환경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아 과히 천재적이라고 할 만큼 교묘한 솜씨로 사람들의 지갑을 훔친다.
니시무라는 오랜만에 도쿄로 돌아와서 활동을 시작했다. 몇 년 전에 빠져나올 수 없었던 임무를 수행한 후 같이 일했던 친구를 잃고 도쿄를 떠났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된 도쿄에서 생활은 늘 그렇듯 흐르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소매치기를 하던 니시무라는 그날도 어떤 남자의 지갑을 낚아챘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남자에게 손목을 잡혔다. 그가 고개를 돌린 순간, 니시무라는 알았다. 선글라스를 낀 무표정한 얼굴, 목에 난 상흔의 그자가 ‘기자키’라는 것을.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함께 벗어날 수 없는 임무를 하게 만들었던 기자키가 바로 그의 앞에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기자키는 니시무라의 운명을 잡고 흔들기 시작한다. 니시무라에게 있어 절대적인 운명의 지배자가 된 기자키는 불가능해 보이는 세 가지 임무를 제안하고, 니시무라는 어쩔 수 없이 차곡차곡 수행해나가기 시작하는데…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흙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가로 단단한 문체와 순문학의 왕도를 걷는 고전적 테마성을 가진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천재 소매치기. 농밀하지만 평이한 문체로 엮은 『쓰리』의 긴박감은 속 시원하게 쭉쭉 읽힌다. 딱딱한 필치와 이야기의 오락성이 훌륭히 융합되면서 작품의 신경지를 열었다. 이번 작품이 완결된 작품이지만 속편을 기대해본다.
-『산케이 신문』
프로 소매치기라는 직업이나 소매치기를 하는 자의 심리 등 섬세한 묘사가 이 책의 읽을거리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한데, 그보다 인상에 남는 것은 주인공의 평범함과 그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고립돼버리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일 것이다. 고립될 생각이 없는데도 어느샌가 고립돼버리는 사람들의 모습. 이 책은 그런 고독의 리얼리티를 발휘하여 독자를 강하게 끌어들인다.
-『아사히 신문』
너무 대단해서 압권당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다운, 하지만 지금까지의 작품을 넘어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ID: 아마존 의리남)
이것은 걸작! 『1Q84』보다 훨씬 좋다. 다소 희화화된 듯하지만 포스트모던 세계의 황홀함과 비참함을 날카롭게 추궁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로 단장했지만 섬세하고 깊이 있는 작품! (ID: 포카혼타스)
소매치기 행위에 쾌감을 느끼는 주인공과 타인을 생각대로 조종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기자키. 이 두 인물을 어딘가 냉정하고 시적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ID: north-wing)
순문학 같기도, 장르문학 같기도 하다. 시야에 뿌옇게 보이는 탑의 상징은 환상소설 같기도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 저항하고 자그맣고 커다란 기적을 일으키려고 하는 청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결말의 작은 빛이 어딘가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ID: kariya)
간결한 문장과 앞부분의 소매치기 장면 때문에 스윽 빨려 들어간다. 아슬아슬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어떤 큰 힘에 끌어올려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사람으로서의 할 수 있는 개인의 저항 같은 것을 느꼈다. 하드보일드한 느낌도 받았다. (ID: 고부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