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작가 복거일의 소설. 이 이야기는 그의 또 다른 장편소설 <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깨끗한 들깨>에서 주인공의 딸이 쓰는 동화에서 출발한다. 마지막 마법사 민이가 들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과 환경, 전쟁, 역사, 경제, 그리고 처세까지 인간사의 다양한 국면을 이야기한다. 열두 살에서 열일곱 살 사이의 소년들을 독자로 상정하고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형 판타지 소설.
복거일
1987년 장편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작가 복거일은 책이 좋아 읽다보니 어느새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젊은 날, 넉넉한 보수를 주던 은행을 그만둔 이유도 오롯이 책 읽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충청남도 아산 출신의 작가이다.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대체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를 만들기도 한 작가이다. 작가는 문학 창작 활동뿐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짚어야 할 문제들에 주목하여 ‘우리 시대의 논객’으로 불리면서 사회평론가로도 활동해 왔으며 그의 여러 저서를 통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하기도 했다.
복거일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 실패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여 1980년대 식민지 서울을 살아가는 반도인의 1년을 쫓은 작품인 『비명을 찾아서』로 1987년 데뷔하였다. 이 소설은 2002년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그는 SF 장편소설 『목성잠언집』으로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다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여 전통 경제이론에 정통 하면서도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전파에 앞장 서는 보수내 지식인으로 활동해 왔다. 1998년 한국어 대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자는 ‘영어 공용화’ 제안으로 논란이 대상이 되었고 원화 대신 달러를 통화로 채택하자는 견해를 제시하면서 탈민족주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으로는 시집『오장원(五丈原)의 가을』,『나이 들어가는 아내를 위한 자장가』, 장편소설 『높은 땅 낮은 이야기』,『역사 속의 나그네』,『파란 달 아래』,『캠프 세네카의 기지촌』,『목성잠언집(木星箴言集)』,『그라운드 제로』,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문학평론집『세계환상소설 사전』, 사회평론집『현실과 지향』,『진단과 처방』,『소수를 위한 변명』,『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동화를 위한 계산』,『2002 자유주의 정당의 정책』, 『자유주의의 시련』, 과학평론집『쓸모 없는 지식을 찾아서』, 산문집『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죽음 앞에서』,『현명하게 세속적인 삶』등이 있으며, 최근작으로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역사가 말하게 하라』가 있다.
1. 민들레의 이야기
2. 숨은 나라
3. 견습 마법사
4. 수련 여행
5. 너른 들판을 바람처럼 달릴 짐승
6. 이야기꾼
7. 고류진 나루
8. 십삼령
9. 무사 귀신
10. 약초 캐는 사람들
11. 오리손
12. 리시아
13. 사랑의 주문
14. 서낭고개
15. 안고동
16. 빠르고 힘세고 영리한 짐승
17. 제도진 나루
18. 동백골
19. 검종의 주문
20. 강가에서의 하룻밤
21. 강주
22. 마법사의 짐
23. 산양옥
24. 자은포 부두
25. 해진주
26. 스스로 지키지 못한 교훈
27. 하마촌
28. 마법성
29. 모두 살 만한 곳
30. 하수라꽃잎 날릴 때
31. 반야군의 침입
32. 구원 요청
33. 하마촌 싸움
34. 전쟁과 평화
35. 사기점
36. 마석 싸움
37. 부역자
38. 어린 시절은 바람결에 날리고
39. 그리운 아내 받아보시오
40. 향음계
41. 해진주 작전
42. 해진주성 수복
43. 전설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44. 수고비 천 냥
45. 물러날 때
46. 병아리 마법사
47. 되돌아온 편지
48. 마지막 마법사
49. 부모와 자식
50. 반야 용
51. 크리시트라미
52. 실현되는 예언
작가 후기
* 미니인터뷰 / 작가가 말하는 작품의 의도
십 대를 건너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소설을 위하여
“이 작품은 열두 살에서 열일곱 살 사이의 소년들을 독자들로 상정하고 쓰여졌다. 흔히‘십대’는 한 사람의 삶에서 가장 어설픈 시기다. 어린이로 보호받지도 못하고 어른으로 대접받지도 못한다. 그런 어설픔은 독서에도 반영된다. 어린이 책들은 많다. 그러나 열 살을 넘어서면,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읽을 만한 책이 문득 줄어들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동화들을 읽기엔 나이가 들었고 일반 소설들을 읽을 준비는 덜 됐는데, 소년들을 위한 소설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른들은 수도 많고 모두 자기입맛에 맞는 소설들을 선뜻 살 돈이 있다.
그러나 부모에게서 용돈을 타 쓰는 소년들은 처지가 다르다. 게다가 소년들은 열정적 독자들이 아니다. 책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엇보다도,‘입시 지옥’에 빠진 터라, 우리 사회의 소년들은 애초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어릴 적에 부지런히 책을 사주던 부모들이 이제는 교과서만 보라고 다그친다. 그런 의미에서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책에 대한 청소년들의 오래된 갈증을 해소해 줄 맑은 샘물 같은 작품이기를 기대한다.”
* 이음(異音) 3위 일체, 복거일
-소설가, 시인, 비평가인 저자의 환상소설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
복거일은 누구일까.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문화비평가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경제이론가이기도 하다.
소설가 겸 시인, 그리고 사회비평가로 활동하면서 우리 시대 환부를 짚어내기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 온 작가 복거일은 『비명을 찾아서』로 충격적인 문단 데뷔를 하였지만 그에게도 무명의 설움은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추천을 거치지 않고는 단행본을 출판하는 경우가 없었기에 여러 출판사를 전전하며 냉대를 당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작품을 발굴해낸 사람은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 실패했다는 가정에서 출발, 1980년대 식민지 서울을 살아가는 반도인의 1년을 쫓은 작품인 『비명을 찾아서』는‘대체(代替) 역사소설’이라는 새로운 소설 장르를 만들어낸 작품으로도 평가받고 있으며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원작이 되기도 했다.
SF 장편소설 『목성잠언집』으로 부패한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여 다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여 전통 경제이론에 정통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사평론가중 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는 어떤 소설일까?
-민이가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한국형 판타지
열다섯 마법사 소녀 민이가 마법성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동물들과 나무들, 그들을 통해 바라본 세계의 실상, 뜻하지 않게 말려든 전쟁에서 느낀 참상과 그로 인한 깨달음, 아이에서 어른이 되게 한 그 밖의 숱한 경험(그중에는 사랑도 포함되어 있다) 등 탄탄한 구조 속에 풍부한 스토리가 녹아들어 있는 이 책은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이 손에 들어도 단숨에 읽게 만드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복거일은 비평가이고 시인이기 전에 능란한 이야기꾼인 것이다.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가 그리는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른들은 종종 이기적이고 교활하며 아이들 역시 순진무구하지만은 않다. 마법사가 등장하고 용이 날아다니며 강아지가 말을 하고 민들레는 생각을 하지만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세상은 매우 현실적이다. 환경과 전쟁, 역사, 경제와 처세에 관한 서술도 은밀하지만 눈에 띈다.
주인공 민이의 경험과 고민과 깨달음은‘가장 어중간한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바로 내 이야기야 라는 공감과 동일시를 불러일으킬 만큼 생생하다. 어린애 취급하면 기분나빠하고 못된 어른을 보면 밉고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민이는 청소년들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처럼 민이가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는 재미있는 소설,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끄는‘생각하는’소설이다.
서양 판타지 소설의 범람 속에서 국내 작가가 쓴 훌륭한 소년소설의 등장은 기쁜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