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문학사상> 신인공모에서 단편소설 <중독>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저자의 첫 소설집. 사랑에 매달리는 김율미와 현실적인 이철수라는 두 남녀를 통해, ‘사랑과 기억, 그리고 죽음’이라는 주제로 인간 정체성이 성립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오현종
1973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와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9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소설 「중독」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세이렌』 『사과의 맛』, 장편소설 『너는 마녀야』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거룩한 속물들』 『달고 차가운』 『옛날 옛적에 자객의 칼날은』 등이 있다.
작가의 말
세이렌
중독
발
라벨 2013년의 기억
질투는 나의 힘
집짓기
살의(殺意)
고스트버스터즈
삼장법사의 주문
미호(美虎)
해설 : 생의 미학적 차원 – 강상희(문학평론가)
오현종의 소설에는 ‘사랑’ ‘기억’ ‘죽음’, 이 세 가지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이 셋은 서로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때론 작중인물을 지탱하는 삶의 동인으로, 그리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기제로서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작용한다. 그 셋의 가운데에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상희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 오현종은 ‘현재적으로 승인된 과거’인 소설 형식의 핵심에 기억이 놓여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승인하고, 그것이 서사 구성과 작중인물의 정체성, 소설 주제와 문체에 골고루 분배된 다양한 유형의 소설 쓰기를 시도해왔다.”
즉 ‘기억’은 소설의 핵심인 동시에 작중인물의 삶의 핵심이기도 하다. 소설을 직조해나가는 내용에 기억이 관여하는 한편, 직조되는 모양새에 또한 기억이 관여한다. 이야기를 현재화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현재에 의미를 부여/박탈하는 심층으로 작용한다. 인물들이 기다리고 구원을 바라는 축에는 항상 기억이 놓여 있고, 소설가는 기억을 재편성해서 타자에게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기억을 영속하기 위해 인물들은 죽음으로써 생을 완성하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