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호 장편소설. 현대인의 모호한 정체성과 견고하지 못한 일상을 문제 삼고, 경쾌하기까지 한 이야기의 서술 뒤편에 작가가 응시하고 있는 삶의 어두움이 숨어 있는 작품.
박청호
지은이 박청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1989년 <문학과비평>에 시를 발표하였으며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었고, 1996년 <문학과사회>에 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다. 시집 [치명적인 것들], 소설집 [단 한 편의 연애소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질병과 사랑], 장편소설 [그가 나를 살해하다],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등을 출간하였으며, 2002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하였다. 현재 상지영서대학, 재능대학 등에 출강하고 있다.
1. 전날
2. 첫 번째 날
3. 두 번째 날
4. 세 번째 날
5. 그리고 그 다음 날
6. 후에
– 작가후기
박청호의 세 번째 장편소설 《사흘 동안》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은 한 편의 할리우드 갱 영화를 연상케 하는 아찔한 사건 설정, 여러 가지 복잡한 사건을 이리저리 얽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 튼실한 구성 등이 돋보인다. 특히 속도감 있게 읽히는 감각적인 문장은 이번 소설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작가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소설은 스위스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정체불명의 거금 1억 달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이라는 큰 틀에, 아버지가 없이 성장한 주인공 ‘요나’가 내면의 공허함을 자각하고 치유해가는 과정이 팽팽하게 맞물리는 이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핵잠수함 유치와 군사비리, 뇌물과 통치자금 같은 커다란 사회 문제를 한 평범한 개인에게 끌어들여 유의미한 사건으로 녹여내는 작가의 시도도 특기할 만하다. 특히 돈을 좇는 군상들의 다양한 욕망과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이번 소설은 박청호 특유의 재미와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사흘 동안의 악몽 – “나는 요나입니다”
제목 <사흘 동안>이 의미하듯 주요한 사건은 사흘 동안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사흘’은 또한 암호명 요나가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즉, 성경에서 요나(Jonah)는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그려지는데, 그리스도의 부활에는 사흘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성경에서 요나가 외친 말은 “돌이켜 회개하고 신의 구원에 참여하라”는 것이었다.
‘요나’라는 이름은 정부, 미국, 국방부 등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주인공이 마침내 그들의 비리를 밝혀내게 될 것임을 암시하기 위한 단어로서 이 소설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쓰이고 있다. 소설은 실제로 가짜 요나가 진짜 요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주인공은 “나는 요나입니다”라는 말로 자신에게 들씌워진 악몽 같은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