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문순태의 정년 퇴임 기념 산문집. 고향에 대한 사랑과 애착을 드러내고 있으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고 있는 저자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저자는 어려운 시대를 겪어낸 아버지로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선생님으로서 현대인들이 잊고 있는 것들, 정신없이 살다가 놓쳐 버리는 것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들, 시시하다고 여긴 것들을 주워 고리타분하거나 식상하지 않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재구성해낸다.
저자는 전쟁을 체험한 세대로서, 우리 민족이 서로가 서로를 모함하고 죽이는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시간이 흘러도 결코 변하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일깨우고 있으며, 다수의 가치에 사라져가는 소수의 가치들도 지켜야함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수두룩하게 쏟아지는 사람들을 보며, 시골의 버스 정류장을 생각해내고, 기다리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되짚어보기도 한다. 또한 정해진 시간도 없이, 정해진 약속도 없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정을 나누던 우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관계와 교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주고 있다.
문순태
작품세계가 한(恨) 풀이 과정과 고향 찾기로 특징지어지는 작가. 1941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국문학과와 숭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에 시를 추천받았고, 1975년 「한국문학」신인상에 소설 『백제의 미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고향으로 가는 바람』(1977), 『흑산도 갈매기』(1979), 『걸어서 하늘까지』(1980), 『타오르는 강』(1981), 『물레방아 속으로』(1981), 『아무도 없는 서울』(1982), 『달궁』(1982), 『병신춤을 춥시다』(1982), 『유배지』(1983), 『연꽃 속의 보석이여 완전한 성취여』(1983), 『피울음』(1983), 『인간의 벽』(1984), 『피아골』(1985), 『살아있는 소문』(1986), 『철쭉제』(1987), 『삼형제』(1987), 『빼앗긴 강』(1987), 『타오르는 강』(1987), 『한수지 1-3』(1987), 『문신의 땅』(1988), 『징소리』(1993), 『제3의 국경』(1993), 『시간의 샘물』(1997), 『느티나무 사랑』(1997), 『포옹 1?2』(1998), 『그들의 새벽』(2000), 『된장』(2002), 『다산 정약용』(2003), 『41년생 소년』(2005), 『울타리』(2006), 『생오지 뜸부기』(2009) 등이 있다.
한국소설문학 작품상, 요산문학상, 이상문학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정년 퇴임한 후 전남 담양군 생오지 마을에 정착해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1] 살며 느끼며
1. 오래된 만년필
2. 꽃은 죽은 넋이 세상에 나온 것
3. 장모님의 새 옷
4. 희망
5. 똑같아지는 인생
6. 인생 정류장
7.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8. 갈무리
9. 사랑의 무기
10. 세상의 빛깔
11. 사랑은 기도의 꽃
12. 내 인생의 등불
13. 가정은 ‘사랑의 숲’
14. 목화다래가 먹고 싶은 이유
15. 핸들만 잡으면 고향으로 달리고 싶다.
16. 열 달 동안 걸어온 노인
17. 똥개 복실이의 죽음
18. 인간적인 세상을 꿈꾸며
19. 쌀밥 한 그릇의 우정
20. 20일간의 동행
21. 사투리로 유명해진 농부
22. 샂고 싶은 것, 주고 싶은 것
23. 주는 사랑이 더 아름답다
24. 미치게 그리운 ‘유년의 바다’
25. 꽃을 먹고 살던 때가 그립다.
[2] 아름다운 기억의 시간들
1. 복사꽃 필 때 똥을 푸다
2. 배추 입에 똥 싸 먹다
3. 고무줄 새총과 참새 사냥
4. S누나,B오빠
5. 콩 볶아 먹는 날
6. 마을 축제와 신파극
7. 우물에 대한 추억
8. 사랑손님들
9. 복토 훔치기
10. 파나마모자의 죽음
11. 메모리장 주고받기
12. “단자 왔소”
13. 마을마다 서당이 있었다
14. 머슴날
15. 된장에 땡감 찍어 먹다
16. 방이 없어 땅굴 파고 살았다.
17. 알몸으로 기우제
18. 모래로 양치질하다
19. 빈대 타작, 이 타작
20. 털메기 신고 학교 가다
21. 마을에는 어른이 있었다
[3] 세상 밖으로 난 창
1. 아이텐티티 카드
2. 정서 불감증 사회
3. 그래도 교실은 희망이다
4. 기자의 피
5. 부끄러운 봄
6. 월드컵과 정치
7. 배 터져 죽겠다고?
8. 절제된 사랑과 효
9.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10. 변해서는 안 될 것들
[4] 나의 삶, 나의 문학
1. 작가는 정년이 없다
2. 나는 왜 소설가인가
3. 나는 왜 실험을 거부하는가
4.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이 소설
5. 삶 속에서 소설을 찾자
6.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요즘 나는 밤마다 무채색의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어딘가를 향해 가묘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리고 현실의 색깔은 더욱 눈부시도록 화려한데 꿈은 오래된 영화필름처럼 무채색이다. 너무 많은 무채색의 꿈을 꾸고 일어나면 아쉽게도 꿈의 내용을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다. 나이가 많아서도 꿈을 많이 꾸는 것은 아직 내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어렸을 때의 꿈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문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