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하면서도 어딘가 멋진 구석이 있는 세상. 불길한 만월의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이룸의 아트카툰]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프랑스의 젊은 작가, 크리스토프 샤부테의 『만월』. 이 책에는 자신을 증명할 어떤 증명서나 돈 한 푼 없이, 길 위에 버려진 한 사내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경멸하던 실업자, 외국인 노동자로 오해받았다가, 강간범, 강도, 탈주범, 거지 취급을 받으며 낯선 도시를 배회하게 된다.
주인공은 크고 작은 시스템의 공격을 받는다. 시스템의 일원이자 부속품으로 자신의 일을 해낼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마치 미궁에 빠진 듯, 위험이 도사린 정글 한 가운데 내던진 듯, 생존을 건 사투를 하게 되지만, 발버둥칠수록 그를 내쳐버린 안전망은 덫으로 변해 점점 더 그를 옥죄이게 된다.
▶ [이룸의 아트카툰] 시리즈
미국 만화는 그래픽 노블이란 새로운 문화 컨텐츠로 각광받으며 영화나 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고 교류하며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유럽 만화 또한 문학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제9의 예술로 불리며,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해나간다. ‘이룸’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해외 걸작 만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샤부테
크리스토프 샤부테
1967년 프랑스 알자스 남부에서 태어났다. 뮐루즈와 앙굴렘의 보자르 학교, 스트라스부르그 장식예술학교에서 공부했다.
1993년 출간된 랭보에 관한 단편집《이야기들》를 처음 선보였다. 1998년 출간된《마녀들》,《어느 여름날》은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1999년《조에》를 출간했다.
2000년에 발표한《만월》은 ‘prix des librairies extrapole’을 수상했고, 2001년 출간된《행복의 작은 섬》은 시에르 만화 축제에서 ‘Prix Coup de Coeur’을 수상했다.
이후《만화로 보는 레오 페레》《짐승》《연옥》등의 작품을 출간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옮긴이_ 황혜영
1973년 서울 출생. 서울여대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시나리오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국가의 탄생》,《벼룩만화 총서》,《사르딘의 모험》,《무슈장》 《인디언 서머》등이 있다.
[이룸의 아트 카툰] 시리즈를 출간하며
국내 만화 시장은 작품성이나 대중성을 논하기 이전에, 지면을 얻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기형적인 출판 구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화 잡지는 폐간을 거듭하고 단행본 중에는 절판된 만화가 즐비하다. 사전 검열과 대본소 시절, 대여소 시절을 극복하여 순정만화의 부흥기를 이루어낸 국내 만화시장은 90년대에 잠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황금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만화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만화 시장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만화는 소개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국제 만화제 수상작이나 유명 작가들의 일부 작품만이 간헐적으로 출판되었을 뿐이다.
물론 해외 만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몇 차례의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흐름과 달리, 해외 만화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다채롭다.
유럽 만화는 문학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제 9의 예술로 불리며,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미국 만화는 그래픽 노블이란 새로운 문화 컨텐츠로 각광받으며 영화나 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고 교류하며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이룸에서 해외 걸작 만화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룸의 아트카툰 3번째 시리즈는 , 프랑스의 젊은 작가, 크리스토프 샤부테의 《만월》 이다.
다크리스토프 샤부테 최고의 작품!!
고약하면서도 어딘가 멋진 구석이 있는 세상.
불길한 만월의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훌륭한 작품이다. 누구라도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고, 다 읽고 난 이후에는 긴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이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주인공 사내는 한마디로 끔찍한 인간이다. 그는 관료주의에 찌든 하급 공무원으로서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과 상황은 카프카의 ??심판??과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부조리의 극치이나, 한 대 갈겨주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끔찍한 주인공에게 연민을 가지는 독자는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크리스토프 샤부테의 『만월』은 동정 없는 세상이 무엇인지 철저히 보여주고 있다.
다분히 카프카적인, 시스템에서 비껴난 인간
대부분의 인간은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흐름을 따라가기 마련이고, 자신을 보호해 줄 안전망 안에 안주하여 평탄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을 보호해 주는 안정망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며, 얼마나 탄탄히 그를 감싸주고 있을까?
《만월》에는 자신을 증명할 어떤 증명서나 돈 한 푼 없이, 길 위에 버려진 한 사내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경멸하던 실업자, 외국인 노동자로 오해받았다가, 강간범, 강도, 탈주범, 거지 취급을 받으며 낯선 도시를 배회하게 된다.
주인공은 크고 작은 시스템의 공격을 받는다. 시스템의 일원이자 부속품으로 자신의 일을 해낼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마치 미궁에 빠진 듯, 위험이 도사린 정글 한 가운데 내던진 듯, 생존을 건 사투를 하게 되지만, 발버둥칠수록 그를 내쳐버린 안전망은 덫으로 변해 점점 더 그를 옥죄이게 된다.
《만월》이 카프카와 만나는 지점이 여기 있다. 《만월》은 거대한 시스템에 매몰된 인간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스템에서 벗어난 인간이 어떻게 부조리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어 사회의 밑바닥으로 전락하게 되는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만월》은 단순히 카프카의 다른 버전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사소한 과오에서(그에게는 사소하나 당하는 이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 벌어진 일종의 복수극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인과응보적인 힌트나, 기묘한 일이 일어나는 ‘만월의 밤’이라는 신비로운 설정이 《만월》을 무엇보다도 흥미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연 주인공 에두아르는, ‘만월의 밤’이 뿜어내는 불길한 기운에서 벗어나, 안전한 시스템 속으로, 따뜻한 집으로 무사히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