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시간이 내 생애 가장 멋진 날, 가장 황홀한 시간!
책, 영화, 음악, 그림 속에서 살피는 송정림 작가의 서정에세이『내 인생의 화양연화』. 이 책은 소설, 시, 희곡, 노래, 오페라, 그림, 영화, 풍경을 바탕으로 삶, 행복, 사랑, 희망, 일상, 추억을 전하는 마흔 여덟 개의 이야기를 담았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린위탕, 레오 버스카글리아 등의 책과 프리다 칼로, 르네 마그리트, 구스타프 클림트 등의 그림과 차벨라 바르가스, 마리아 칼라스, 베빈다의 노래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이 책의 글은 저자가 마흔 때부터 하나씩 써내려간 글들로, 책과 음악 그리고 자연 속에서는 이 나이쯤 된 여자들이 어떻게 상황을 극복해갔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그녀들의 인생, 시간, 사랑, 꿈을 훔쳐보면서 복잡하고 어지럽던 중년의 날들을 정돈해 나간다. 이를 통해 얻은 ‘오늘은 내 생의 절정,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꽃봉오리, 화양연화다’라는 지혜를 일깨운다.
송정림
열 살 무렵 다락방에서 무심코 손에 든 『제인 에어』를 읽고 난 후 세계명작 읽기에 빠져들었다. 세월이 흘러 다시 읽으면 또 새롭게 인생의 시선을 넓혀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고전문학, 시간의 세례를 받아도 감동은 여전히 새로운 고전문학을 좋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 책을 집필했다. 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 「여자의 비밀」 「미쓰 아줌마」 등의 극본을 썼고, 지은 책으로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착해져라, 내 마음』 『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 『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명작에게 길을 묻다』 『신화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북소리를 들어라
고맙습니다
일어서서 걸어라
시간의 통곡 소리
아름다운 반창고, 눈물
용감한 여성에게 복이 있나니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
일각수의 뿔을 제거하라
갈망이 깊어지면 떠나라
내 생의 하이라이트는 지금 이 순간
자유보다 달콤한 구속
허공에 뜬 내 맨발
산책의 즐거움
나는 두렵지 않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남자는 강하지만 아버지는 약하다
내 마음이 가는 그곳으로
두 볼에 햇살이 스며들어
그리워하는 순간 꽃은 피어나고
뜨겁게 피워 내기
순수는 강하다
바다에서 그리운 사람
달을 보면서 실은 그대를 보리라
여인의 초상화들
사랑에 눈이 멀고 귀가 멀다
사랑했기 때문에
두 눈이 멀어 버린 맹목의 사랑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법
슬픔은 인생의 연금술
내 꿈을 현상 수배합니다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
시간이 주는 선물
나는 그 어디에도 없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수줍게 꽃물을 들이는 하늘
내 인생의 화사한 꽃다발
즐겁지 않다면 배은망덕이다
사랑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소원 성취
내 인생의 가장 특별했던 순간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꽃봉오리
고독을 친구 삼아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미소를 짓는 시간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인가
기다림은 내 힘
함부로 사랑을 시험하지 말라
행복의 탐험
노래라면 자신 있어요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온다
파도가 전해 주는 말
들꽃은 작지만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은유하는 ‘화양연화’. 30대 이상이라면 아마도 이 단어를 보고 왕가위 감독의 2000년도 영화 [화양연화]를 떠올릴 것이다. “인생의 행복한 순간, 여자의 아름다운 때 그리고 사랑을 다시 한번…” 이 영화의 메시지는 곧 송정림 작가의 신작 에세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의 시놉시스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작가들은 대개 늦은 밤에 구상하고 기획하고 조사하고 집필할 것이다. 감동적이고 서정적인 에세이스트로 알려진 송정림 작가는 젊은 시절에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돌아서면서부터 매일 새벽에 수많은 글을 써왔다. 드라마와 라디오의 대본을 쓰며 쌓은 감수성과 성실함은 책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 홀어머니는 둘째 아들에게 묻는다. “아들, 언제가 가장 행복했니?” 아들은 어머니의 갑작스럽고 다소 엉뚱한 질문이라고 생각한 듯 잠시 뒤에 답한다. “뭐, 내 영화를 개봉했을 때…” 아들의 대답을 들은 어머니는 이어 말한다. “그럼 그때가 네 전성기였나 보구나.” 아들은 전성기라는 단어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듯이 쓴웃음을 짓는다.
전성기라 함은 형세나 세력 따위가 왕성한 시기로, 젊은 시절 또는 청춘을 생각할 수 있으나 이건 20대와 30대를 말하는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이에 송정림 작가는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전성기를 누리기 위해 “그동안 작은 손거울로 자신을 비춰 왔다면 이제는 전신거울로 자신을 비춰 볼 시간”이라고 청유한다. 아울러 『내 인생의 화양연화』 본문에서 생의 전성기, 즉 한창때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만일 최후의 날에 단 한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면 그 시간이 얼마나 절실하고 소중할까요? 지금 내 곁에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입니다. 오늘 이 시간이 내 생애 가장 멋진 날, 가장 황홀한 시간입니다. 오늘은 내 생의 절정이고, 새로운 ‘시작의 날’이며, ‘한창때’입니다. 오늘은 내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꽃봉오리, ‘화양연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