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5.18 20주년 기념 시선집.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푸르러 가는 오월의/산빛 속에는/천상의 어머니가 계시고/이층집 울타리 너머/포르티시모로 피어난/장미 꽃이파리/문득 M16 총성이 까맣게 불붙는다. <오월은 초록으로 흐른다>를 포함해 100편을 수록했다.
김사인
김사인
1955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에 시를, <한국문학의 현단계 1>에 평론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임동확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7년 시집 <매장시편>으로 등단. 이후 시집 <살아 있는 날들의 비망록>, <운주사 가는 길><벽을 문으로><처음 사랑을 느꼈다>를 펴냈으며 편저로 <꿈, 어떤 맑은 날><한승원 삶과 문학>등이 있다.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및 계간 <작가>편집위원, 디지털 문화예술아카데미 및 한신대 문창과 강사로 활동 중이며 서강대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있다.
5. 18 20주년 기념 시선집을 펴내며
침묵 / 강세환
오월은 초록으로 흐른다 / 강인한
모일모처 / 강현국
성명서를 쓰면서 / 강형철
돌탑 / 고은
광주이발관 / 고형렬
로메로가 책 읽기만을 그쳤을 때 / 공광규
삼색기 / 김광규
역시 / 김남주
목포항 / 김선우
솟구쳐 오르기 8 / 김승희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께 / 김연신
오월 어느 날 그 뒷날 / 김영무
망월동에 다시 와서 / 김용락
선짓국을 먹으며 / 김윤배
젊은 프랑켄슈타인 / 김정란
죽은자 통신 / 김정환
Adieu, 20th Century / 김준태
한 대학 후배에게 / 김지하
부활 / 김진경
송정리, 남도의 새벽 / 김태수
전야 / 김형수
무등산 보리밥 / 김희수
5월 새 / 나해철
뜨거운 돌/ 나희덕
오월 아침 / 도종환
광주 야사 / 문병란
그 꿈 하나로 / 문병학
오월의 양심 / 문익환
오월이 오면 / 민병일
인디언 마을에서 / 민영
미당의 무등을 보며 고향을 보며 / 민용태
광인일지 / 박남철
5월 / 박라연
그날은 생각하며 / 박몽구
5월 / 박민규
내가 나에게 묻는다 / 박영근
기다린 오월 / 박영희
해남일기 / 박재도
나는 희망에 관해 말하려고 한다 / 박정대
국회 광주특위에서도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말씀을 하지 않았다
증인으로 채택되지도 않았고
어머니는 어느 추모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시위에도 가담한 적이 없었고
돌을 한번 들어 사람에게 던진 적도 없었다
아들 이름 석자는 비문에 새기지도 않고
어머니 가슴에 꼭꼭 새겨두었다
보상금을 받으려고 집을 나선 적도 없었고
8년 동안 묵묵히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유족회 모음 엽서를 네댓번 받았으나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발길을 거두었다
어머니는 어디에도 아들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다
다만 어머니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뿐이었으니
– 강세환, ‘침묵’전문
이 시는 광주의 참상을 직접 겪은 사람들에게 그 아픔이 어떤 것으로 남아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아들은, 어머니의 가슴속에 새겨져 영영 뽑히지 않을 대못으로 남았다. 누군가는 국회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고, 시위를 하고,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받고, 한데 모여 아픔을 나누지만, 아들의 죽음 앞에 그 모든 것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오직 아들을 가슴에 묻고 세상에 대해 입을 다물고 침묵하는 어머니. 그 앞에서 모든 행사와 위로의 말들은 무의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