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를 구원해주세요, 제발!
휴먼 다큐멘터리 방송작가 정화영의 『아이티, 나의 민들레가 되어줘』.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열정만 가지고 아이티로 떠나 떠나 한 달간 머물다 돌아온 기록이다. 사진을 풍부하게 실어 대지진이 일어나기 이전의 아이티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눈물로 가득한 역사부터 알려지지 않은 문화까지 다룬다. 특히 최악의 빈민가 시테솔레이로 우리를 이끌어, 배가 고파 진흙쿠키를 만들어먹는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헌신하는 선교사 백삼숙 목사 등의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다. 절망에 빠진 아이티에 희망의 씨앗을 건네는 역할을 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화영
저자 : 정화영
14년 차 휴먼 다큐멘터리 방송작가. 그녀는 1998년 SBS 제1회 TV 문학상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을, 2002년 장애인 권익문제 연구소 감사패, 2004년 외국인 노동자의 집, 중국동포의 집 감사패 등을 수상했다. MBC 특집 다큐멘터리 <한 지붕, 두 엄마, 일곱 아들(2006)>, SBS <휴먼스토리 여자(2008)> 등을 비롯해 아리랑TV, CBS, CTS 등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통찰력을 드러내는 수십 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외에 여러 특별 기념 영상물과 라디오 프로그램, 홍보 영상물을 집필하기도 했다.
제1장 시테솔레이의 기적
프롤로그|완전한 하루를 만드는 법 – 발견의 시간|아이티에서 인사를 해봐 – 메르시 본제|당신은 천하장사인가요|시테솔레이의 기적(1)|안아주기 – 내가 너를 치료할 수 없다면|작멜, 비밀 길을 찾다.|시테솔레이의 기적(2) – 그들의 밤이 잠들지 않는 이유|하나님의 나팔소리를 듣던 날|나는 그날 십자가를 세웠다.|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제2장 신의 아이들
거울 속의 아이들|본질 적인 것에 미칠 듯이 관심을 보여 봐|너희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뤼제, 나와 함께 달에 가자|성장하기 – 하나, 둘, 셋|너희가 가족인 이유|“엄마!” 라는 이름이 주는 힘|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제3장 아이티, 오 아이티
너는 지도에서 아이티를 찾을 수 있니|왕자의 항구, 포르토프랭스|중미 속 아프리카|상실의 거리|목적지를 알 수 없는 땁땁이|길거리 상점들의 거리|아이티의 돈에 대해 설명해 볼까|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방어체계의 매뉴얼 – 아이티 문화 여행|전망 좋은 방 – 아이티 또 다른 세상|아이티 가난의 역사|거기, 한국이 있어요|아이티 나의 민들레가 되어줘|에필로그
최악의 빈민가, 시테솔레이에서 얻은 완전한 하루
아이티로의 떠남, 무작정 그 속내를 함께하고 싶었다
선배PD의 아이티 방송 화면을 보다가 아이티로 떠난 저자에게 뜻밖의 시간이 예비되어 있었다. 분주한 삶을 내려놓고 나서 얻은 순례의 길이기도 했다. 카리브 해의 작은 섬, 어딘지도 몰랐던 낯선 그곳이었으나 어느덧 속 깊이 느끼게 되면서, 진심으로 전하고 싶어진다.
한국전쟁 직후의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골목과 거리,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가난과 궁핍, 절망과 슬픔을 목격하면서 절망에 빠져 있는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소명을 느낀 것이다. 매3초마다 다섯 살 아이들이 죽어가는 나라에서, 서서히 아주 빠르게 그들을 카메라에 담고, 지도 한 장 얻을 수 없는 그곳의 무력한 정보망을 뒤지면서 취재한 이유이다. 때로는 보도기자로 오해받아 매 맞기도 하지만 카메라 속 이미지는 훼손되지 않았다.
참혹한 대지진으로 알려진 아이티, 그보다 앞서 사랑을 일깨웠다
저자가 머물렀던 사랑의 집은 백삼숙 목사(아이티 한국 선교사)가 열 명의 고아들과 신학생들을 양육하는 고아원이자 선교센터다. 한국 초대교회사 속의 선교사들의 발자취처럼 교육, 의료봉사, 구제 등의 사역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 80퍼센트가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나라, 문맹과 노예근성, 먹을 물조차 여의치 않는 나라에서 나누고 섬기고 구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머니의 무덤이 있고 자신의 무덤을 예비한 백삼숙 선교사의 혼신을 다하는 삶이 있기에 절망하지 않는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저자의 고백. 무엇보다 삶에 대한 사랑과 기도를 버리지 않은 사람들을 통해 아이티의 기적을 전하고 있다.
공동체 사랑을 일깨우는 열 명 고아들과의 나눔의 시간
사랑의 집에 몸담고 있는 열 명의 고아들에게서 사랑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 까만 피부의 그 아이들에게서 한국말로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만으로 기쁨인 것이다.
사춘기를 지나며 피부 좋아지는 비누를 사고 싶다는 엔나. 우주선 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뤼제, 공이 없어 뭔가를 자꾸 차는 축구선수를 꿈꾸는 조지 등등 좌충우돌하는 그들과의 생활하면서 가족과 공동체를 깊이 깨닫게 한다.
그곳에서 9년 차 백삼숙 선교사와의 만남은 저자의 삶을 ‘처음으로’ 돌이키는 회복의 시간을 마련하는데, 그것은 엄마목사로 불리는 67세의 백삼숙 선교사의 헌신의 모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폭도처럼 몰려드는 가난과 질병, 슬픔과 절망 앞에서 눈물로 기도하는 선교사의 따뜻한 품이 있기 때문이다.
유니크한 컬러링, 중남미와 아프리카, 프랑스의 복합문화
아이티 길거리 그림들과 생활 속의 원색 묘사
똥냄새와 쓰레기로 가득한 아이티의 시장 풍경 회색빛 우울의 도시 속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대중교통수단 땁땁이가 있다. 온통 원색으로 치장한 땁땁이에는 청년들의 희망이 묻어나는 듯하다. 비록 헌 천을 이용하기도 한 길거리의 그림들이라지만 고갱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컬러링으로 화사하다. 스스로 블랙으로 묘사되는 얼굴과 붉고 푸른 원색의 향연, 세계 미술계는 그들의 미술, 그들의 컬러감각을 칭송해마지 않는다.
악보 없이 노래가 되고 화음이 되는 아이티 사람들
아이티 음악은 쿠바나 도미니카 공화국의 문화와 닮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문화에 녹아들어간 히스패닉과 프랑스 문화의 영향은 그들만의 독특한 리듬을 느끼게 한다. 비싼 악기가 없어도, 악보가 없어도 합창이 되는 그들은 진정한 아티스트이기도 했다고 전하는 저자. 깨끗함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아이티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별들과 반딧불이 펼쳐 보이는 한밤의 축제가 공존하는 것과 같은 이미지였다.
죽음 후에 우아한 장례행렬, 그리고 리무진
흑백 옷을 입은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걷고 있는 장례행렬, 어쩐지 어둡지 않았다고 한다. 퍼레이드라고 느껴질 만큼. 고인이 있는 리무진은 천천히 지나간다. 집이 없어 땅 위에 잠을 자던 누군가의 죽음임에도 이토록 장엄할 수 있을까. 평소 입지 않고 아끼던 가장 깨끗한 옷차림의 배웅. 누군가는 악기를 들고 연주하고 누군가는 꽃을 들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눈물의 역사, 놀라운 미스터리
왜 토종돼지 꼬션와가 사라졌을까
아이티 농촌경제의 핵심이었던 꼬션와. 원래는 있었지만 비극의 역사로 없어졌다는 것이 정답. 아이티의 돼지는 하루 이틀을 굶어도 끄떡없던 한국인의 소와 같은 정서를 지닌 존재. 하지만 미국의 ‘선진(?) 돼지’를 준다는 약속으로 13년 동안 꼬션와를 도축. 문제는 그 화려한 선진 돼지가 환경에 적응을 못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아이티의 황폐해진 농가의 농부들은 그 옛날의 귀엽고 튼튼하고 잘 생겼던 아이티 돼지에 대한 추억으로 목에 힘줄을 올린다.
그들은 왜 쌀을 재배하지 않는가
아이러니하게 아이티에서 아이티 쌀을 보기 힘들다. 80년대 초반까지 농업 국가였던 아이티이기에 궁금한 일이었다. 취재 결과, 권력이 개입되어 있었다. 개방의 문이 열리자 미국의 값싼 쌀이 수입되면서 영세 농민들이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결국 농촌의 농사 지역은 사라졌고, 농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도시 빈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말았다.
UN군이 주둔한다, 무엇 때문일까
독재 때문이다. 국민을 착취해 온 권력자들과 이에 대항해 발생된 내란, 독재의 대량살인 등. 역사의 오욕이 거리를 채우고 있는 나라가 바로 아이티였다. 카리브 해의 아름다운 광경은 가난에 묻혀 있고 기생충으로 배가 부른 아이들은?눈물에 젖었다.
30년 동안 아이티는 단 두 사람에게 지배 당했다. 영원히 계속될 듯한 독재가 끝났지만 암울한 역사는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자유선거로 대통령이 선출되지만 군부쿠데타로 강제망명하고 만다. 무정부가 되면서 평화유지군의 이름으로 UN군이 주둔하는데, 그것은 곧 아이티가 폭탄과 총알, 약탈과 싸움의 도시로 상징되는 계기가 된다. 아프고 안타까운 그 나라가 대지진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아이티와 더불어 살기, 원조국가인 한국
거리에는 한국자동차가 많다. 공단 거리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기업체도 쉽게 만난다. 교민은 채 40명이 되지 않지만 백삼숙 선교사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나이, 성별, 직업을 떠나 교류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티에서 지낸 한 달 동안 15명의 한국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너무나 친절하고 반가워했다.
특별히 한국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원조사업인 ‘수자원개발사업’ 이 있다. 2년간 사업비가 130만 불 정도인데 인구의 23퍼센트만 가능했던 식수난이 해결될 전망이다.
미리 준비된 책- 네가 간 나라가 아이티였구나!
지금 전 세계가 아이티를 이야기 한다. 지진 이후,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다. 저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표현한다. 그저 지난여름, 문득 한국을 떠나 그곳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돌아가면 책 한 권 쓸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인데, 적어도 몇몇 사람들에게나마 아이티를 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절망에서 희망을 보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이처럼 미리 준비된 책이 있을까? 그래서 더불어 살아가자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