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진화의 게임에서 승자는 누구인가?
2010년 휴고 상 수상작가 피터 와츠가 선보이는 하드 SF 『블라인드 사이트』.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학과학소설을 발굴해 소개하는 「PUZZLE FICTION」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소설에는 사이버네틱스, 즉 신체의 일부나 대다수를 전자기적으로 기계와 연결한 인간들이 등장한다.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출현하게 된 다양한 종족, 그리고 그 종족들 간의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각성의 메시지를 전하며,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되돌아보게 한다.
프롤로그
테세우스
로르샤흐
카리브디스
감사의 말
부연 설명 및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치열한 진화의 게임에서 승자는 누구인가?
2010년 휴고 상 수상작가 피터 와츠
그의 폭발하는 하드 SF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서 발생하고 진화한 지적 생명체
인간과 다른 식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또는 생각하지 않는 존재의 등장
『블라인드 사이트』의 놀라운 지적 유희를 마음껏 경험하라!
역사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과학 팩션!
― 이지북의 PUZZLE FICTION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수학과 과학은 단순한 공식과 법칙 이상으로 느껴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학과 과학에도 분명 흥미로운 배경과 인물, 사건이 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대한 학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등 수많은 논란들이 있으며, 이는 소설이 갖추어야 할 드라마틱한 재미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역사 속에 묻혀 드러나 있지 않았던 면모에 초점을 맞추어 수학과학소설을 발굴해 ‘PUZZLE FICTION’ 시리즈로 소개해온 이지북에서 피터 와츠의 장편 SF소설 『블라인드 사이트』를 출간했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와츠는 전직 해양생물학자로 SF소설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설 『블라인드 사이트』는 최고의 하드 SF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휴고 상 장편 부문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중편소설 「섬」은 2010년 휴고 상 최고 중편상을 받으며 당당히 휴고 상 수상작가의 영예를 거머쥐게 되었다. 작가는 『블라인드 사이트』에서 인간의 자각과 의식은 수많은 착각과 착오를 일으키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적응도가 다른 종족에 비해서 오히려 떨어진다고 말한다. 『블라인드 사이트』는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존재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각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볼 수 없지만 감지할 수 있는(Blindsight) 사이버네틱스의 세계
『블라인드사이트』에는 SF를 많이 읽은 사람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새로운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시리 키튼이라는 인물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시리는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좌뇌와 우뇌의 연결을 끊고 반쪽 뇌로만 살아가는 시술을 받았다. 특정 간질 질환의 경우에 실제로 그런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시리의 경우에는 뇌의 반쪽에 해당하는 자아가 아예 인식 수준으로 떠오르지 못한다. 이는 일반적인 간질 질환 수술이 아닌 것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인간적인 감정이 없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일반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
하지만 『블라인드 사이트』의 세계에서 시리라는 인물은 육체적으로 볼 때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소설 속에는 사이버네틱스, 즉 신체의 일부나 대다수를 전자기적으로 기계와 연결한 인간들이 얼마든지 있다. 미래 사회는 첨단 분야에서 남보다 앞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각과 운동 능력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표준형 인간’, 즉 사이버네틱스를 이식하지 않은 인간들은 우리의 주인공과 같은 존재를 일종의 도구로 취급한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능력 향상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블라인드 사이트』에서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종족이 출현하게 되고, 그 종족들 간의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이 치열한 진화의 게임에서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블라인드 사이트』의 놀라운 지적 유희를 마음껏 경험하라!
『블라인드 사이트』는 독자들에게 낯선 요소들도 많지만 그에 반해 흥미로운 요소들도 소설 속에 차고 넘친다. 물질전송으로 에너지를 받아 운항하는 우주선, 천체로부터 자원을 끌어 모아 자급자족하면서 무작위적인 방향을 향해 우주로 퍼져 나가는 외계 종족, 그리고 가상현실로 구현한 내세에서 무기력함을 영원히 즐기는 인류가 있다. 인공적인 천국에 들어간 시리의 어머니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지구에서는 그런 천국을 옹호하는 주류층과 거기에 반하는 세력 간의 유혈 충돌이 끝없이 일어난다.
이런 드라마적인 요소들을 활용해서 작가는 좀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우주의 작동원리를 낱낱이 파헤치고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과학이라면 『블라인드 사이트』에서는 이 과학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을 대표적인 예로 들어보자. 인간은 인식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몸속에는 의식과 자각이라는 생물학적인 현상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이 의식과 자각이라는 현상을 인류 최고의 장점으로 생각하고 가장 우월한 존재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소설 속 커닝햄을 통해서 이런 생각을 부정한다. 커닝햄에 따르면, 환경에 대한 적응도의 측면, 즉 종적인 생존의 차원에서 인간에 비해 로르샤흐 쪽이 훨씬 더 우월한 존재이다. 인간의 의식과 자각은 오히려 많은 착각과 착오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다른 종에 비해서 환경에 훨씬 더 적응하지 못한다. 작가는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의식과 자각은 대단한 게 아니라는 관점을 정면으로 들고 나오면서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야말로 ‘하나의 실험적인 사고이자 지적 유희’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말
『블라인드 사이트』는 내가 먼 우주로 진출한 첫 번째 장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분야에 대해서 공식적인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 또한 내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심해 생태계에 대해서도 많이 알지 못하지만 독자들 대다수는 나보다도 더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해양 생물학 학위가 있었기 때문에 『리프터』(Rifter) 3부작에서 어떻게 해서든 속여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블라인드 사이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다른 종류의 무중력을 다룬다. 그 때문에 믿을 만한 안내자의 중요성이 그만큼 컸다.
(……)
실존 인물인 아이작 스핀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신경생리학 분야를 도와주었고 수전 제임스는(역시 실존인물이다. 아주 약간 더 일관성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차이가 있다) 언어학자들이 우주인과의 첫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주었다. 리사 비튼은 빅 파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사실을 홀로 속죄하면서 관련 논문들을 알려주었다. 로리 채너는 일반적인 홍보 담당자 역할을 하면서, 음, 나를 참고 견뎌주었다. 적어도 한동안은 그랬다. 칼 슈뢰더에도 감사를 보낸다. 나는 그와 함께 지능 대 지각의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블라인드 사이트』의 일부는 칼 슈뢰더의 소설인 『영속』(Permanence)에서 등장하는 논점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나는 그의 설명 가운데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두 사람이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