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현의 서정 스릴러 소설. ‘수혼輸魂‘은 ‘혼을 나르다’라는 의미다. 자신의 영혼을 타인의 몸속에 집어넣는 존재들을 ‘수혼인’이라 칭하며, 그들은 장난처럼 범죄를 저지르고, 타인을 폭행하며, 돈을 훔쳐 달아난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몸으로 돌아온다. 작가가 창조한 수혼인이란 존재는 인간에게 내재된 폭력성과 욕망의 나체다.
소설은 어느 도심에서 일어난 급발진 사고로 시작한다. 카페 전면 유리를 향해 돌진한 SUV 차량 한 대와 그 안에 타고 있던 운전수. 남자는 잠에서 깨어나듯 일어나 오히려 목격자들에게 무슨 일이냐 묻는다. 그리고 사고가 미처 수습되기도 전에 인근에서 연달아 사고가 발생한다.
연고도, 관련도 없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건 사고의 옴니버스식 나열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용의자들의 한결같은 진술. 변명이라 하기엔 사람들의 자백이 동일하다는 것. 그리고 사건을 통해 이득을 보는 제삼자가 없다는 것. 주인공이자 경찰인 하연우는 이 점이 자꾸 마음이 쓰여 사건을 파헤친다. 그리고 자신 이외의 또 다른 수혼인들이 벌인 짓이라는 걸 알아채는데…
감성현
저자 : 감성현
저자 감성현은 스토리디렉터이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강사다.
2010멀티문학상 본선 진출작 「에프터 크래딧」을 『영화후愛』로 출간했다. 그밖에 포토에세이 『서울동경』, 『낯선 설렘 크로아티아』, 『바닐라향 마닐라』, 『설렘 FROM CHINA』를 출간했으며, MBC <우리 결혼했어요> 및 다양한 드라마 배경음악로 삽입되어 이슈가 되었던 , <우리가 정말>를 작사했다.
TEASER
SEQUENCE
TRAILER
“내가…… 이 사람을 죽였습니까?”
한 남자와 두 가지 알리바이, 그리고 미지의 존재 ‘수혼인’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건 사고 명백한 물증 앞에 용의자들의 동일한 자백
기억에 없는 시간이 있다
말해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훔칠 수 있다면 뭘 할 거지?
스타일, 내러티브, 미학까지 소설에 기대하는 감성과 소설이 발산하는 서정이 완벽히 일치하는 아름다운 작품 단 한 편
■ 책 소개
선과 악, 도덕적 경계를 뒤흔드는
한 편의 서정 스릴러
영사기 필름처럼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는 사람들. 그 뒤로 사라진 그림자. 사건의 서정적 진술은 이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든다. 전례 없는 영역 ‘서정 스릴러’로 새로운 스릴러의 장을 연 감성현 작가의 『수혼-기억 없는 시간』이 네오픽션에서 출간되었다.
수혼輸魂(나를 수, 넋 혼)은 ‘혼을 나르다’라는 의미다. 자신의 영혼을 타인의 몸속에 집어넣는 존재들을 ‘수혼인’이라 칭하며, 그들은 장난처럼 범죄를 저지르고, 타인을 폭행하며, 돈을 훔쳐 달아난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몸으로 돌아온다. 그들에게 돈과 명예는 욕망의 대상이 아니다. 타인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혼란스러워진 세상을 키득거리며 바라보는, 신의 영역에 도달한 수혼인에게 그것들은 무의미하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인간이 쌓아온 모든 질서를 흔드는 것, 세계의 의미를 붕괴하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능력으로 세계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단지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작가가 창조한 수혼인이란 존재는 인간에게 내재된 폭력성과 욕망의 나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 소설은 미끄럽게 진행된다. 유려한 전개와 함께 탁월한 영상미까지 갖추었으며, 영상을 다루던 재능을 소설 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여백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한 이 작품은 절로 페이드인, 페이드아웃을 연상케 하며, 한 편의 짜임새 있는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하게 한다. 감성현 작가의 이번 작품은 소설을 읽는 것을 뛰어넘어, 소설을 ‘경험’하게 한다.
소설은 어느 도심에서 일어난 급발진 사고로 시작한다. 카페 전면 유리를 향해 돌진한 SUV 차량 한 대와 그 안에 타고 있던 운전수. 남자는 잠에서 깨어나듯 일어나 오히려 목격자들에게 무슨 일이냐 묻는다. 그리고 사고가 미처 수습되기도 전에 인근에서 연달아 사고가 발생한다.
연고도, 관련도 없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건 사고의 옴니버스식 나열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용의자들의 한결같은 진술은 소설을 더욱 의미심장하게 만든다. 변명이라 하기엔 사람들의 자백이 동일하다는 것. 그리고 사건을 통해 이득을 보는 제삼자가 없다는 것. 주인공이자 경찰인 하연우는 이 점이 자꾸 마음이 쓰여 사건을 파헤친다. 그리고 자신 이외의 또 다른 수혼인들이 벌인 짓이라는 걸 알아챈다.
수혼인에게는 ‘살해사’라는 천적이 있다. 인간 세계를 한바탕 뒤집고 다니는 수혼인을 처단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들에게 수혼인은 ‘악惡’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혼인을 살해하는 데에는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수혼』은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을 나누지 않는다는 데에 또 한 번 집중해야 한다. 인간과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낸 수혼인은 진화했다. 욕망과 이성이 부딪칠 때 소설은 더욱 기이한 형태로 아름다워진다. 인간의 이성을 지닌 채 갈등하는 하연우의 모습은 소설이 발산하는 미학의 방점이다.
결말로 치달으면서, 매끄러운 문장을 타고 흐르는 이야기는 슬픔으로 향한다. 세계를 해치려 했던 수혼인과, 수혼인을 사냥하는 살해사. 그리고 인간. 이 셋은 성난 삼각관계가 아닌 둥근 원을 그리고 있다. 인간이 “수혼을 경험하게 되면 잠들어 있던 수혼의 정체성이 깨어난다”는 소설 속 구절처럼, 결국 소설은 인간의 분열된 모습을 수혼인과 살해사로 그린 것이다.